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기업인 제너럴 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에 대한 회생방안의 가닥을 잡았다. GM은 ‘부분파산’이 크라이슬러는 합병이 무산될 경우 파산 처리해 ‘조각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GM의 경우 우량부분만 따로 떼어내 독립법인으로 재출범 시키고, 나머지 불량부분은 파산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이슬러는 이탈리아 피아트사와 합병 협상에 성공하지 못하면 파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의 방침은 세계 자동차산업의 재편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세계 자동차 기업들은 벌써부터 GM과 크라이슬러 처리 결과에 따른 득실을 따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오바마의 방침은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의 구조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GM대우와 쌍용자동차의 처리향방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GM대우는 전 세계 GM 계열사 가운데 가장 ‘우량 회사’로 꼽히고 있어 파산은 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물론 GM대우가 우량부분으로 판정되고, 새 법인에 합류되는 과정에서 감원을 포함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쌍용자동차는 크라이슬러의 처리방식과 비슷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구조조정을 거친 뒤에도 새 대주주가 나서지 않으면 파산 처리가 진행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일부의 시각처럼 우리 자동차 기업에 미국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지 의문이다. 특히 쌍용차에 대한 처리방향은 미국과 달라야 한다. 쌍용차는 부실사태에 대한 원인규명부터 이뤄져야 한다. 쌍용그룹·대우그룹·상하이차로 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엄청난 국민혈세(공적자금)가 투입됐을 뿐 아니라 기업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상하이차가 인수하기 전 쌍용차는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독보적인 회사였다. SUV 바람이 불면서 판매도 순조로워 상하이차 인수 전인 2004년만 해도 흑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상항이차가 대주주로 등장한 후 판매 실적은 절반 이하로 꺾였다. 지난 2004년 내수시장 점유율이 12.5%에서 2008년 3.4%로 곤두박질 친 것이다. 여기에는 고유가에 따른 디젤차량 선호도의 감소도 한 몫 했지만 제 때 시장에 '신차'를 출시하지 못한 것이 큰 원인이었다. 여기에는 생산설비 확충과 기술개발 투자을 위해 1조2천억원가량의 투자 약속을 지키지 못한 대주주 상하이차의 책임이 크다.

상하이차는 쌍용차의 핵심기술을 빼내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C200'와 ‘디젤하이브리드’ 기술이 핵심 이슈다. 쌍용차의 새 차량인 ‘C200'에 대해 상이차가 기술자문료로 지급한 것은 고작 600억원이다. C200의 원가정보와 각종 기술 노하우, 부품개발비를 고려할 때 헐값에 핵심기술을 넘긴 것이다. 게다가 ‘디젤 하이브리드’와 관련된 기술유출 논란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디젤하이브리드 기술은 정부가 기술개발 비용을 지원해 온 국책과제였다. 이 기술이 상하이차에 불법유출됐다는 논란이 일자 검찰은 지난해 7월 평택 쌍용차 자동차종합기술연구소를 압수수색했으나 수사발표는 미뤄지고 있다. 결국 쌍용차는 성장잠재력을 상하이차에 빼앗긴 채 ‘빈껍데기’만 남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살리는 데 한국정부와 은행이 나서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 디젤하이브리드 수사에 대해서도 부당하다는 문제제기를 했다. 투자약속도 이행하지 않고, 기술 빼내가기에 급급했던 상하이차를 고려할 때 이러한 행태는 ‘적반하장’이다.

검찰은 상하이차의 기술유출 의혹 수사결과 발표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상하이차의 불법 기술유출이 사실로 판명되면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쌍용차의 부실사태는 여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부실의 원인을 규명하고 나서 구조조정 방향을 정해도 늦지 않다.

또 부분파산과 인수합병, 파산이라는 미국적 구조조정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야 하다는 일각의 주장은 너무나 '단순'하다. 쌍용차는 일반적인 부실기업 처리방식과는 달라야 한다. 자동차산업의 전략적 재편을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큰 그림을 고려해 쌍용차의 처리방향을 정하는 것이 옳다.

 
<매일노동뉴스 4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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