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선 독특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른바 보수와 진보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서울대 교수)와 좋은정책포럼(회장 김형기·경북대 교수)이 ‘한국의 진보를 말한다’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한 것이다. 이들은 “한국의 진보운동은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앞서 지난해 11월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미래학회는 ‘한국의 보수를 말한다’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 바 있다. 

“보수주의정치 극복할 진보주의운동 필요”
이날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한국 진보의 비교사적 고찰’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민주화는 정치적 절차로 협소하게 이해됐고, 민주주의 지평을 확대하기 위한 진지한 시도가 부족했다”며 "87년 이후 민주화운동은 방향감각을 상실했고 진보의 위기는 시작됐다"고 규정했다.
87년 이후 정치적 공간이 확대됐지만 민주화운동은 새로운 길을 마련하지 못한 채 NL과 PD로 분열됐고, 민주당도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집권했지만 자본시장의 개방과 노동시장 유연화로 중산층과 서민의 삶의 질이 악화되면서 몰락했다.

김 교수는 “민주정부의 비전이 없는 제한적 사회정책은 복지제도의 토대를 약화시키고 광범위한 정치적 연합을 형성시키지 못한 채 약화됐다”며 “잘못된 정치전략은 진보주의 운동의 분열과 몰락하게 만드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제 새로운 진보주의에 대한 본격적 논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무책임한 보수주의 정치세력의 독선과 무능으로 고통을 겪는 일반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진보주의 운동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진보주의 운동은 민주당은 초월해 민주노동당·진보신당·노동조합·시민단체·진보적 학자·다양한 싱크탱크·인터넷사이트 가상공동체의 연합이어야 한다"고 제기했다. 

“진보의 재구성 위한 뉴레프트 운동 나서야”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는 ‘한국 진보에 미래는 없는가’란 주제발표를 통해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뉴레프트 운동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주 대표는 우선 보수진영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진보정권이라고 부르지만 근거가 희박하다고 단정지었다. 복지예산 증가를 부인할 수 없지만 금융정책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진해 노동시장 유연화와 사회 양극화를 초래해서 그만큼 상쇄했다는 지적이다.

주 대표는 민주노총에 대해 “노동운동이 자기 조합원의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해 국민적 지지를 잃어 진보 전체가 국민의 지지를 잃었다”며 “이는 분당으로까지 이어져 한국의 노동운동이 하나의 정당을 운영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시켰다”고 평가했다. 시민운동 역시 진보진영에 큰 도움이 안됐다며 역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 대표는 사회민주주의 정치전략을 새로운 진보의 정치전략으로 내세우며 ‘뉴레프트 운동’을 주창했다. 그는 “‘노동당 노선’이 실현 불가능해 포기할 수밖에 없다면 미국 민주당처럼 다양한 진보세력이 자유주의자들과 장기간 동거해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이나 오바마 정책과 같은 진보적 정책들을 실현하는 ‘민주당 노선’밖에 없다”면서 “이 과정에서 (한국의) 민주당은 중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보수 대 진보의 구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는 주제발표자로 홍성민 동아대 교수(정치학),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경제학), 유종일 KDI 교수(경제학), 김근식 경남대 교수(정치학)과 토론자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학),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정치학), 이병천 강원대 교수(경제학), 이근 서울대 교수(정치학), 안세영 서강대 교수(경제학)가 참여했다.


<매일노동뉴스 3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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