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길어지고,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세계 각국은 막대한 돈을 풀어 경기부양에 힘쓰고 있다. 각국 정부가 돈을 푼 만큼 소비가 늘고, 일자리가 늘어나야 하건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하더라도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라도 나서 돈을 풀지 않으면 경기한파를 누그러뜨릴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추가경정 예산을 발표했다. 추경예산은 29조8천억원으로, 올해 예상 국내총생산(955조원)의 3%에 이른다. 정부는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결손 보전에 11조2천억원, 취약계층 지원과 일자리 창출에 17조7천억원을 쓴다는 계획이다. 책정한 예산만큼 세수가 걷히지 않은 것은 강만수 경제팀이 지난해 본예산 책정 과정에서 경기를 낙관적으로 본 탓이 크다. 세수 부족을 고려치 않고 대규모 감세를 밀어붙인 결과이기도 하다. 관리대상 수지 적자가 51조6천억원, 국가채무가 366조9천억원으로 늘어나 국가 재정건전성의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결국, 세수 결손 보전금을 제외한 추경예산은 17조7천억원이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지출을 보면 고용유지 및 취업 확대에 3조5천억원이 책정돼 있다. 이를 통해 일자리 55만개(연간 기준 28만개) 창출한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이를 근거로 ‘일자리 추경’이라고 치켜세운다.

그런데 일자리 추경을 자세히 뜯어보면 이런 칭찬이 무색해 진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목표치 55만명 가운데 공공근로(희망근로 프로젝트)가 40만명에 이른다. 여기에는 3조5천억원의 예산 가운데 2조원이 쓰인다. 1인당 83만원씩, 6개월 동안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청년층 6만8천명, 자활근로 1만명, 노인 3만5천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아르바이트성 단기 일자리가 대부분인 것이다. 지속성을 갖는 일자리인 사회서비스 분야에는 3천억원을 투자해 3만3천명가량 늘리는 것에 그치고 있다.

공공근로를 제외한 노동부 소관 일자리 창출 예산이 대부분은 노사가 내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된다. 노동부 소관 예산 2조9천54억원 가운데 일반예산은 고작 2천399억원이다. 정부가 지출해 만드는 일자리가 ‘공공근로’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외환위기 시절 공공근로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공근로가 대량실업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하나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불안정성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다.

물론 지금과 같은 비상상황에선 일자리 총량을 늘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이러한 시각은 근시안적이다. 지난해 본예산 책정 과정에서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고, 과신했던 강만수 경제팀의 과오를 되풀이할 수는 없지 않은가.

현재로선 정부가 예산을 지출하더라도 우선순위를 정해 ‘집중’과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정부는 사회안전망 확충, 일자리 창출,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침체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사회안전망 투자와 연동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사회투자’를 강화하자는 얘기다. 우리의 경우 사회안전망과 연동된 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총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적다. 일자리 총량을 고려한다면 이 분야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옳다.

물론 지속성을 갖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정부의 추경예산으로 부족할 수 있다. 정부는 추경예산을 발표하면서 하반기에 2차 추경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왕 2차 추경예산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일자리 창출에 들어가는 예산만큼은 거시적으로 짜야 한다. 2차 추경과 내년 본예산까지 고려한 일자리 창출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 지속성을 갖는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더 많이 발굴하고, 관련 예산도 늘려 잡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작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억제해야 한다. 4대강 정비사업과 경인운하 사업은 대폭 축소하거나 재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매년 10조원대의 세수부족을 불러오는 대규모 감세는 당연히 철회해야 한다.


<매일노동뉴스 3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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