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19살 때부터 쇠를 다루는 일을 했다. 쇠를 녹여 철재와 강재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주)봉관금속에서도 비슷한 일을 했다. 쇳덩어리를 녹인 뒤 니켈이나 크롬 같은 중금속을 첨가해 금속재료로 가공하고, 고온이나 상온의 금속재료를 회전하는 2개의 롤 사이로 통과시켜 강관이나 철판을 만드는 일을 했다.
김씨는 매일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하루 8시간 일했다. 1주일에 3일 정도 3시간씩 잔업을 했다. 회사 입사 후 8년 5개월 동안 같은 일을 했다. 쇠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니켈 분진과 니켈카르보닐(니켈이 일산화탄소와 반응해 만들어 지는 화학물질)이 발생했지만, 보호구를 착용하고 일하는 노동자는 없었다. 사업장에는 국소배기장치도 설치되지 않았다. 김씨는 니켈 분진과 니켈카르보닐에 오랜 기간 노출됐다.
김씨는 95년 7월 쇠를 가공하는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업무가 전환됐다. 회사에서 실시한 특수건강진단에서 소음성 난청 유소견자로 판정받은 직후다. 김씨는 98년 1월 퇴사할 때까지 2년 6개월간 스테인리스를 세척하는 작업을 했다.
니켈에 의한 폐렴으로 첫 산재 인정
김씨가 건강에 이상을 느낀 것은 97년 1월초부터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찼지만 별다른 치료는 받지 않았다. 결국 숨이 차는 증상이 점점 심해졌고, 김씨는 회사를 다닐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씨는 98년 1월 퇴사하고 동네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간질성 폐질환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1개월여간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김씨는 구청 보건소를 찾아갔다. 보건소에서는 만성기관지염이 의심된다고 했다. 2개월 넘게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심해지기만 했다. 계단을 오르기 힘들 정도였다. 구청에서 시행하는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했던 김씨는 일 하던 중 호흡곤란으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김씨는 결국 98년 5월 대학병원을 찾았다. 호흡기 내과에서 자신의 직업에 대해 상담하고 정밀진단을 받았다. 검사 결과 폐조직에서 니켈이 다량 검출됐다. 정상인보다 40배나 높은 수치였다. 김씨는 니켈에 의한 호산구성 폐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호산구성 폐렴은 호산구라는 백혈구가 증가해 폐조직에 달라붙어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급성기에 치료 없이 악화되면 생명이 위험하다.
그 후 김씨가 근무했던 (주)봉관금속에 대한 작업환경 측정이 진행됐다. 김씨가 근무했던 압연공정과 가열로공정에서 니켈 분진과 니켈카르보닐이 검출됐다. 김씨는 니켈에 의한 호산구성 폐렴으로 인해 2002년 2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업무상 질병 인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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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3월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