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가 강력한 사용자단체로 등장했다.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 노사관계까지 좌지우지하는 세력이 된 것이다. 정부가 대졸 초임 삭감을 추진할 때부터 우려는 높았다. 이같은 흐름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선언했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 당시부터 엿보였다. 그리고 18일, 이날은 그 실체가 확연히 드러난 날이 아니었을까.이날 열린 금융권 산별교섭은 잠정합의안까지 마련해놓고 결국 결렬됐다.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 기관장들이 정부 지침을 이유로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이다. 정규직 신규 채용 확대는 묶인 예산과 정원 축소 때문에, 기간을 정한 초임 삭감은 정부 가이드라인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는 공기업 기관장들이 했지만, 정부가 교섭내용을 좌지우지한 사실상의 교섭주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시중·지방은행을 비롯한 민간 금융기관들도 협상결렬이라는 쓴맛을 봤다. 비공개 회의에서 민간 금융기관장들이 지킨 침묵은 잠정합의안에 대한 동의인지, 금융공기업 기관장들의 발언에 대한 동의인지, 알 순 없다. 아마 둘 다 였을 가능성도 크다. (노조의 반발을 고려한) 임금동결과 일자리나누기 합의 선언도 나름 매력적이지만 정부 방침대로만 된다면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정부는 공공기관 노사관계에선 사용자로서, 민간 노사관계에서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신자유주의가 지평을 넓히면서 노조 회피(노조 탄압) 전략이 세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민간 노사관계에서는 ‘자치’가 강조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MB정부는 공공부문을 필두로 민간부문까지 대졸 초임 삭감 움직임을 확대하겠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정부가 초헌법적 기관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정부가 강력한 사용자단체로 등장하는 배경이기도 하다.마침 이날 오전 금융권 사용자들은 사용자단체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금산협)를 공식 출범시켰다. 그렇지만 금융권 사용자단체는 정부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정부 지침을 이유로 한 금융공기업의 반발을 중재하지 못했고, 협상결렬이라는 소식과 함께 사용자단체 출범은 빛이 바랬다. 나라를 경영하는 CEO가 민간 노사관계까지 좌지우지하려는 한국 사회의 아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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