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동안 같은 일에 종사하면 동일한 유해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특정 직업병에 걸릴 위험은 높아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직업병에 걸릴 것을 예상하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다. 조아무개(56)씨의 경우도 그렇다.
조씨는 지난 1978년 냉난방기를 만드는 (주)산전(가칭)에 입사했다. 그는 이때부터 용접작업을 했다. 은납땜용 용접봉을 이용한 산소용접이었다. 2001년에는 (주)산전에서 분사된 (주)퓨코산업(가명)으로 이직했다. 퓨코산업은 가정용이나 산업용 에어컨에 들어가는 냉매압축기를 제조하는 회사였다.
퓨코산업은 냉매압축기의 일종인 스크롤식 압축기과 왕복동식 압축기를 제조하는 공정으로 나뉘어 있었다. 왕복동식 냉매압축기를 제조할 때는 은납땜용 용접봉을 사용해 용접을 했다.

20년 되던 해 직업병 진단

조씨가 몸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97년부터였다. 양쪽 무릎과 발목 관절 주의의 뼈가 시리기 시작했다. 2001년부터는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고 몸에 기운이 없었다. 하지만 별다른 치료를 받지는 않았다.
2004년 3월, 회사에서 실시한 특수건강검진에서 조씨는 직업병 유소견자 판정을 받았다. 카드뮴 중독이었다. 조씨의 혈액과 소변에서 카드뮴 농도가 기준치보다 2~3배 높게 나왔다. 같은해 5월 대학병원에서 신장질환·호흡기 질환·골관절질환 진단을 받았다.

환기시설 제대로 가동 안 돼

조씨의 작업장 안은 항상 자욱했다. 용접을 하면서 계속 중금속인 흄이 배출됐기 때문이다. 카드뮴도 섞여 있었다. 국소배기시설이 설치돼 있었지만 공기정화기능은 매우 낮았다. 이런 작업장에서 조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일했다.
조씨에게서 직업병이 발견된 후 회사는 노동자들에 대해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왕복동식 냉매압축기 제조공정에서 일하던 노동자 5명 중 2명의 혈액에서 카드뮴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모두 은납땜용 용접봉을 사용해 10년 넘게 산소용접을 한 노동자들이었다.

신장질환·폐암 일으키는 카드뮴

카드뮴을 사용하는 사업장에서는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해 환기를 해야 한다. 6개월에 한번 이상 카드뮴 노출수준을 측정하는 것도 빠뜨리면 안 된다.
카드뮴을 흡입하면 신장질환이나 폐암에 걸릴 수 있다. 기침과 호흡곤란·혈뇨·단백뇨·부종 등이 주요 증상이다. 급성 건강장해로 코와 목의 염증과 건조·기침·두통·현기증·오한·발열· 가슴통증·호흡곤란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만성 건강장해로는 호흡기질환, 신장질환, 뼈의 장애, 심혈관계 이상 등이 발생한다. 흉부 방사선·신기능·폐활량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만 증세를 확인할 수 있다. 

  
카드뮴과 ‘이따이이따이’병
카드뮴은 은백색을 띠는 분말 또는 금속으로 연성·전성이 풍부해 가공하기 쉽다. 내식성(부식을 잘 견딤)이 뛰어나 통신기 재료, 도금에 사용된다. 주로 은·구리·니켈과 혼합해 합금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전기도금제, 스프레이 도장제, 축전기 재료 등에도 쓰인다.
카드뮴에 의한 중독은 50년대 말 일본 광산촌 주변 주민에게서 처음 나타났다. 일본 도야마현 진즈강 유역 상류에 위치한 동방아연 신강영업소에서 폐기한 폐광석에 함유돼 있던 카드뮴이 하천으로 흘러들었다.
하천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한 농토에 카드뮴이 축정됐고 이 농토에서 수확한 쌀에 카드뮴이 오염됐다.
이 쌀을 30여년동안 먹던 주민 260여명이 카드뮴 중독을 일으켰다. 대부분 아이를 낳은 중년여성이었다. 처음엔 요통·근육통이 시작됐고, 수년 후에는 보행불능으로 이어졌다.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몸을 조금만 움직이거나 기침만해도 골절을 일으켰다. ‘아프다·아프다’라는 뜻의 일본말인 ‘이따이이따이’병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2009년 3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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