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의원입법으로 하겠다'며 주도했던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가 갑자기 정부입법으로 선회했다.
노동부는 지난 9일 "정부입법으로 비정규직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밝혔다.
한나라당의 태도변화는 뜬금없는 것이었다. 한나라당과 노동부, 한국노총은 그동안 비정규직법 개정을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해 왔다. 지난 2일 협의가 최종결렬된 이후 별다른 논의도 진행되지 않았다. 그만큼 기간연장에 대한 의견차가 컸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노동부의 일률적인 4년 기간연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나라당에서 업종별·규모별 차등연장이나 한시적 유예 등 다양한 절충안이 나왔던 배경이다.
그랬던 한나라당이 갑자기 얼굴색을 바꿨다. '책임지고 의원입법을 하겠다'고 큰소리쳤던 한나라당이 은근슬쩍 정부입법으로 선회했다. 그 논리도 정부와 다르지 않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0일 “4월 국회에서 법안이 무산된다면 비정규직 대란이 올 수 있다”며 “정부가 제출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여야 협의로 처리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변심엔 숨겨진 뒷이야기가 있다. 지난주 이영희 노동부장관은 이틀에 걸친 언론플레이를 통해 “한나라당이 계속 시간을 끈다면 정부입법으로 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한나라당 지도부가 발끈했고, 홧김에 정부입법으로 떠넘겼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한나라당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지난 논의 과정에서 비정규직 기간연장의 문제점을 충분히 파악했다. 당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집권여당으로서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 개정작업을 정부에 떠넘겼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간연장(2년→4년)과 파견허용업무 확대는 자칫 ‘영원한 비정규직’을 양산해 노동시장을 더욱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이 집권여당으로서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모습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일노동뉴스 3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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