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집단 백혈병 발병과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집단 돌연사 문제를 계기로 ‘직업성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직업성질환이 논란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직업과 질병의 연관성을 밝혀내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작업한 공정에서 쓰인 물질이 유해물질이라는 것을 모르고 작업하는 노동자의 경우는 자신의 질환이 '직업병'일 수 있다는 판단조차 할 수 없다.

몇 년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두 사건에서 드러나는 공통적인 문제점이 있다. 바로 노동자들의 ‘알 권리’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느냐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가한 삼성반도체 노동자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의 얘기부터 들어보자.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했다는 정애정씨는 "단언컨데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는 동안 화학물질과 관련해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사돈기업인 한국타이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의문사 대책위는 "회사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같은 기초적인 종이 한장 붙이지 않아 노동자들이 유해물질에 대한 이해 없이 일했다"며 "질병으로부터 예방할 수도 없었고 결국 사망자가 속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단지 삼성반도체와 한국타이어만의 문제는 아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최근 여수산업단지에서 일하는 플랜트 건설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교육은 있었지만 배관에 흐르는 위험물질에 대한 교육은 부족하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대규모 사업장들의 상황이 이정도인데 영세사업장의 실태는 안봐도 훤하다. 노동부가 아무리 많은 MSDS 자료를 구축한다해도 노동자들이 눈으로 직접확인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당장은 직업성질환의 원인을 밝혀내고 보상을 제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그 문제도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예방 측면에서 노동자들이 현재 자신이 일하는 현장에서 얼마나 위험한 물질을 다루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작업과 질병의 연관성을 인지하고 산재라도 신청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안전교육을 사업주에게 전담시키는 것이 맞는 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매일노동뉴스 3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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