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21.5명이 위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8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위암은 사망순위에서 폐암과 간암에 이어 3위다.
위암이 발병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각 연구결과는 유전적인 요소와 함께 스트레스·식이습관을 위암 발병의 주요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렇다면 업무상 심각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노동자가 위암으로 사망했다면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위암으로 사망

30여 년간 부동산과 기업에 대한 감정평가 업무를 맡아왔던 이아무개씨. 그는 1994년 감정평가 주무자로 참여했던 한 리조트회사가 부도나면서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이씨는 96년 5월부터 98년 7월까지 약 2년 2개월에 걸쳐 검찰·감사원·재정경제부 감사실에서 진행된 수사에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또 195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에 휩싸여, 회사로부터 손해배상채무금 상당액을 변제하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2000년 7월께 위암 진단을 받고, 위 완전절제술 등의 치료를 받았다. 회사는 2001년 9월 명예퇴직을 실시해 109명의 직원을 퇴출시켰으나, 이씨의 명예퇴직 신청은 거부하고 소송업무에 적극 협조하도록 했다. 결국 이씨는 암이 간으로 퍼져 위암 및 간부전으로 2001년 10월27일 사망했다.

업무상 과로·스트레스와 위암 관련여부

이 사건의 원고는 이씨의 부인 송아무개씨다. 피고는 근로복지공단이다. 송씨는 남편이 업무로 인한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위암에 걸려 사망했다며 산업재해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이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원고는 1심에서 패소한 후 항소했다.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2005년 6월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판결의 요지는 이렇다.

“망인이 리조트회사 소유의 토지들에 대한 감정평가와 관련해 검찰의 조사나 감사원의 감사 등을 받는 한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필요한 소송자료 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로가 누적되고,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과로와 스트레스가 위암을 발병시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학적 견해가 없는 이상, 위암으로 인한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추단할 수는 없다.”

이 사건의 경우 망인의 과로·스트레스를 위암의 직접적인 발병원인으로 볼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일단 법원은 망인의 과로·스트레스가 업무에서 비롯됐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법원은 망인의 업무상 과로·스트레스와 위암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정했다. 인과관계를 증명할 의학적 견해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으려면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인과관계의 입증 책임은 원고에게 있지만 반드시 '직접적 증거에 의한 의학적인 방법'이 아니어도 된다. 재판부는 재해 당시 노동자의 건강상태를 기준으로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나 기존 질병의 유무·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을 고려한다. 또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한 동료가 동일한 질병에 걸리는 경우 간접사실로 여겨 상당정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암 발병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법원은 의학적으로 인과관계가 규명된 위축성 위염과 헬리코박터파이로리균의 감염·선종성 용종 등을 직접적 발병원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음주와 과로·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위암의 치료효과에 영향을 준다는 이론도 있지만, 법원은 “의학계의 정설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악화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더라도 현대의학상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않는 한 질병에까지 곧바로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는 기존 판례(대법원 98두4740 판결)를 주요하게 인용하고 있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위암으로 인한 산재신청은 △2003년 15건 △2004년 23건 △ 2005년 18건으로 매년 10~20여건씩 발생하고 있지만 공단으로부터 실제 산재승인을 받은 경우는 단 1건도 없었다.

 
관련 판례
     서울고등법원 200. 6. 30. 2004누15989
     서울행정법원 2005. 6. 30. 2003구합18194

 
<2009년 3월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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