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가 오늘 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들어간다. MBC본부가 지난달 26일 한나라당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미디어 관련법을 기습상정한 데 항의해 파업에 들어갔고 같은달 28일에는 CBS지부도 가세했다. KBS PD들도 제작거부에 나서며, SBS도 동참할 계획이다.

방송사 노조의 파업은 한나라당과 김형오 국회의장이 미디어법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오늘 국회 본회의가 열린다. 한나라당의 요구에 따라 김형오 의장이 본회의에서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할 경우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다. 야권의 반대에도 질서유지권을 악용해 미디어법을 강행 통과시키면 정국은 파행으로 치달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김형오 의장과 한나라당은 국회 밖의 반대여론과 국회 안의 반발을 짓밟고 가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김형오 의장의 직권상정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여론을 통합하더라도 경제위기 극복이 어려울 수 있는데 갈등과 투쟁의 소용돌이로 몰아가려 하는가. 직권상정은 의회정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법안을 진지하게 토론하고,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낫다.

미디어법은 우리사회의 방송·언론 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미디어법에는 신문·방송 겸영 및 대기업과 신문의 지상파 방송사 지분 최대 20% 보유를 내용으로 한 방송법 개정안이 포함돼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재벌과 신문사 소유의 방송이 출현할 것이라 비판받는 대목이다.

독소조항이 많이 포함된 신문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언론재단을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 통폐합, 문화부장관에 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임면권 부여를 뼈대로 하고 있다. 문화부장관이 신문지원기관(언론진흥재단)을 통해 신문사를 간접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 야권의 비판이다. 불황으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신문사 입장에선 신문지원기관이 나눠주는 지원금은 단비와 다름없다. 그런데 정부의 입맛에 맞는 신문사만 지원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실제 지난해 정부 비판적인 인터넷 언론과 지방 언론사들은 신문지원기관의 지원 중단으로 재정적 위기에 빠졌다. 신문지원기관의 뒤에는 정부가 버티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방송·신문 등 미디어법으로 득을 보는 것은 누구일까. 결국 재벌과 족벌 신문사다. 신문사로선 조선·중앙·동아일보 세 곳이다. 이 과정에서 방송·신문사는 양극화될 수밖에 없다. 방송사를 소유한 신문사와 그렇지 못한 신문사의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군소신문사와 인터넷 언론들은 소리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언론의 공정성·공익성은 사라지고 정부 편을 드는 언론사만 득세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를 의식해서인지 김형오 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경우 미디어법안을 수정할 의사를 내비쳤다.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지분을 10%로 제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정해야할 정도로 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면 왜 직권상정하려 하나.
이제라도 한나라당은 직권상정을 포기하고 미디어법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 법안을 두고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첨예한 만큼 야권과 언론노조가 제기한 사회적 합의 방식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3월2일 특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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