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니다 보면 동료 간에 다투는 일은 흔히 발생한다. 사소한 문제로 시작된 말다툼은 자칫 주먹다짐으로 번지기도 한다. 큰 불상사가 없었으면 좋으련만 부상이나 사망에 이르게 될 경우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사적인 문제라면 사건 당사자 간 합의로 치료와 피해보상을 하면 된다. 합의가 되지 않으면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직장동료 간,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간 벌어진 다툼으로 부상을 입었거나 사망했을 경우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최근 판례를 살펴보자.

회사 야유회서 벌어진 사망사고

서울 강북구 수유리에 있는 모 나이트클럽에서 지배인으로 일하던 경아무개(당시 28세)씨. 2001년 6월7일 남양주시 구암리에 있는 금강가든에서 열린 나이트클럽 종업원 야유회에 참석했던 그는 이날 봉변을 당했다. 직장 상사인 강아무개씨로부터 쇠파이프로 목을 얻어맞고 뇌지주막하출혈(뇌출혈)로 사망한 것이다.
경씨의 아버지는 이 사고가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2002년 7월 경씨가 사적으로 말다툼을 하다가 강씨의 충동적인 가해행위로 사망했으므로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사망사고의 업무관련성 여부

이 사건의 원고는 경아무개씨이며, 피고는 근로복지공단이다. 원고는 1심 판결에서 일부 승소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피고는 항소했고, 2~3심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2004년 11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판결의 요지는 이렇다.

“직원들의 시기진작과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사업주가 개최한 야유회 도중에 직장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도박 등 사생활과 관련된 충고를 하고 회사 운영문제 등을 거론한 것은 인사 관리 업무와 관련이 있어 업무 범위 내에 속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직장 안의 통상적인 인간관계의 일부를 구성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부하직원의 태도가 불손하다 생각한 흥분한 직장상사가 쇠파이프로 망인을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망인이 가해자를 자극하거나 도발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의 사망은 업무수행 중 발생한 재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전적으로 사적인 관계에 기인한 재해라 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은 직원들의 친목과 사기진작을 위해 사업주가 주최한 야유회 도중에 발생했다. 법원이 업무상재해로 판단한 첫 번째 열쇠다. 만약 사업주의 지배 하에, 또는 사업주가 주최하는 야유회 도중에 발생한 사고가 아니었다면 이번 사건은 업무상재해와 무관했을 것이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두 번째 열쇠는 ‘다툼의 원인과 과정’이다. 가해자가 망인의 도박 등 사생활과 관련한 충고를 하면서 회사 운영문제도 거론했는데, 법원은 이를 인사관리와 관련한 업무이면서 직장안의 통상적 인간관계의 일부로 규정했다. 망인이 가해자를 자극하거나 도발하지 않고, 가해자가 직장상사였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열쇠에 해당된다. 망인이 가해자의 폭행에 항거하거나 피하지 않을 것을 고려할 때 업무 수행 중에 발생한 재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동료 간의 다툼은 비일비재하다. 불시에 벌어질 수도 있다. 직장 내 ‘처세술’에 관한 책들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직장동료 간에 벌어진 다툼으로 인해 불상사가 일어나 산재보상 여부를 고민할 때 ‘두 가지 열쇠’는 꼭 기억하자.

관련 판례
      대법원 2004. 11.19. 2004두9166 유족급여등부지급처분취소
      서울고법 2004. 7.16. 선고 2003누17858
      서울행정법원 2003. 9. 23. 2003구합8272


 
<2009년 2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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