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언론사가 민주노총을 공격하는데….”
며칠 전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가 매일노동뉴스 편집국에 전화를 걸어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중앙간부의 성폭력 사태에 대한 언론의 집중포화를 두고 한 얘기다. 지난 4일 성폭력 사건이 언론에 처음 보도된 뒤 민주노총은 정신없이 두들겨 맞았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우려했다는 ‘조·중·동’은 물론이고, 진보·개혁을 자처하는 언론도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부었다.

사건 자체가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사안이었다. ‘하늘 아래 비밀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망각한 민주노총은 일을 더 키웠다. 이런 사건일수록 진상조사와 후속·재발방지대책, 지도부의 정치적·도의적 책임 발표가 일사천리로 진행돼야 한다.
민주노총은 머뭇거리다 그 기회를 놓쳤다. 결국 지도부는 총사퇴했고, 민주노총의 ‘혁신’을 부르짖는 언론보도와 토론회가 잇따르고 있다. 수년 전 발생했던 비리사건과 정파갈등 등 해묵은 얘기까지 안줏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어느 순간 민주노총은 ‘공공의 적’이 돼 버렸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성폭력’과 ‘가부장적인 성인식’이다.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 위원회' 사건 이후 9년이 지났지만 운동권 사회는 바뀌지 않았다. 정파갈등과 금품비리가 없어져도, 민주노총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사건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성’이라는 말이 들어간 사건의 파급력은 '지난 모든것'을 덮어 버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금품비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비리폭력노총이 섹스노총이 됐다”는 식의 선정적인 비판은 경계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지난 모든것'을 없었던 일로 치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뼈저린 반성을 촉구하는 수준을 넘어선 '무조건적인 마타도어'는 한국 노동계와 노동운동에 대한 지나친 모독이다. 그래도 민주노총 아닌가.
 
 
<매일노동뉴스 2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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