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이천 화재참사로 시작돼 이천 화재참사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노동계는 ‘화재참사’가 아니라 ‘산재참사’라고 지적한다.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국내를 강타했다. 올해 고용불안이 노동계의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규제완화도 예상된다. <매일노동뉴스>가 노사정 주요 관계자 연쇄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노동안전 이슈를 돌아보고 상반기 노동안전 정국을 전망한다. <편집자>

IMF 외환위기 때 정부는 ‘경제가 어려우니 기업부터 살리고 보자’며 산업안전보건규제의 빗장부터 풀었다. 이 때 나온 ‘기업규제완화특별조치법’의 상당부분이 산업안전보건규제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10년 만에 경기침체가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전세계적 공황’이라고 부를 정도로, 초고강도 경제위기다. 이러한 시기, 경영계의 ‘산업안전보건’ 화두는 무엇일까.

지난달 22일 만난“안전보건투자가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곧바로 그 성과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소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침체에 대비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기업들이 안전보건시스템을 약화시키는 움직임은 아직까지 눈에 띄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올해 경총은 산업안전보건제도의 정비에 많은 공을 쏟고 있다. 거미줄처럼 뒤엉킨 산업안전보건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산업안전제도개선위원회에서 ‘산업안전보건제도 개선에 관한 합의문'을 통해 노사정이 뜻을 모은 상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업종별·유해인자별로 다시 나눠야 합니다. 법을 현장에 잘 적용할 수 있도록 기준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작업 등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김 팀장은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제도는 여타의 선진국보다도 앞서 있다”며 “문제는 법과 현실이 너무 다르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은 현행법령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은 하지만 버거운 것이 현실이고, 50인 미만 중소기업은 법에 대한 이해조차 못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사업장의 격차를 무시하고 법이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문제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경총은 지난해 3월,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규제개선건의서’를 통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의결권 삭제 등 대폭적인 안전보건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현재까지는 정부는 산업안전보건규제에 대해 손대지 않고 있다. 경총 입장에서 보기에는 다른 분야와 달리 그 결과가 신통치 않은 셈이다.
"사실 기대가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 와서 규제완화가 생각만큼 이뤄지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산업안전제도는 더 강화된 편입니다. 아무래도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다 보니 정부에서도 조심스럽겠지요."

경총의 주된 요구는 사법적 제재를 경제적 제재로 옮겨달라는 것이다. 징역이나 벌금 등의 처벌수준을 과태료로 전환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규제발굴을 위해 기업들로부터 건의를 받고 있습니다. 중요한 부분은 이미 정부에 다시 요구했고요."

한편 산업보건분야에서 올해 기업들의 큰 관심사는 뇌심혈관계질환이다. 한국타이어의 노동자 집단 돌연사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대기업들에게 뇌심혈관계질환은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다. 경총도 관련 지침을 회원사에 전달한 상태다.
“일반 건강검진이나 특수건강검진을 빠짐없이 시행하고, 여력이 되는 사업장에서는 유소견자에 대한 추적관리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건강상 ‘빨간불’이 켜진 노동자에게는 오버타임을 못하게 한다던지 회사차원의 건강관리가 필요하죠.”

김 팀장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정부의 관리감독이 아니더라도 뇌심혈관계질환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며 “산업재해다, 아니다를 떠나서 동료직원이 어느날 갑자기 죽거나 중병에 걸리면 회사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만큼 예방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9년 2월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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