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안 좋으면 경제 탓하면서 임금삭감하고 구조조정하잖아요. 그런데 회사는 매출이 30% 올랐다면서도 경제위기 때문에 임금인상이 어렵다고 합니다."(화장품 판매노동자 이아무개씨)

수입화장품업체들이 최근 환율상승에 따라 높은 매출을 기록했지만 노동자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업계가 '지금은 상황이 좋더라도 경제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며 임금인상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30% 고성장=지난해 수입화장품업체들은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업종과는 달리 급성장을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산업 매출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6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생활수준 향상과 여성 소비증가가 주요 배경이다. 특히 백화점 수입화장품업체들은 지난해 업계 매출을 주도했다. 샤넬·로레알·엘카 등 업체들은 탄탄한 브랜드이미지로 평균 20%의 매출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화장품업계의 '나홀로 성장'에는 수입화장품 주요 소비층이 환율상승으로 해외여행보다는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수입화장품 소비자들은 그동안 해외여행을 하면서 면세점에서 수입화장품을 구입했다"며 "그런데 지난해 경제위기로 달러가 비싸지면서 면세점보다 백화점에서 수입화장품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백화점 수입화장품업체의 매출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백화점 전체 매출도 10% 이상 증가했다.

◇ '오지 않은 미래' 걱정하는 회사=올해부터 시행된 수입화장품 제조판매 증명서 첨부 면제조치로 유명 해외브랜드 수입판매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위기 상황이지만 수입화장품업계에 호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화장품 판매노동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이미숙 민간서비스연맹 엘카코리아노조 위원장은 "다가올 임급협상에서 매출 신장을 근거로 임금인상을 요구할 생각이지만 회사측은 '지금 상황은 좋지만 내년까지 경제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엘카코리아 직원들은 평균임금 120만원에 성과급을 추가로 받고 있다. 조합원마다 성과급이 달라 임금이 천차만별이다. 지난해부터는 기본급도 차등해 지급하고 있다. 노조는 이 문제로 지난해 5월 화장품 판매업체 노동자 최초로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회사가 벌어들인 만큼 노동자와 성과를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며 "화장품 판매노동자들의 저임금에 기댄 매출성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2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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