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이천 화재참사로 시작돼 이천 화재참사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노동계는 ‘화재참사’가 아니라 ‘산재참사’라고 지적한다.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국내를 강타했다. 올해 고용불안이 노동계의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규제완화도 예상된다. <매일노동뉴스>가 노사정 주요 관계자 연쇄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노동안전 이슈를 돌아보고 상반기 노동안전 정국을 전망한다. <편집자>



“노동자들은 정작 자신이 산재환자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을 안 해요. 산재 예방보다는 보상에 관심이 많은 게 사실이죠. 그래서 교육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어요. 다치고 나면 무슨 소용이냐는 거죠.”
사업장의 안전 문제는 노사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도 후순위로 밀리기 일쑤다. 고용이 불안할 때는 더 그렇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노사 합동으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지난 19일 오후 만났다.
정영숙 본부장은 한국노총의 조직·여성·평등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 2005년 9월부터 산업환경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영세·중소사업장 지원 주력

지난해 산업환경연구소는 취약계층 지원사업에 주력했다. 50인 혹은 100인 미만 중소사업장의 안전을 진단하고 물품 등을 지원해 준 것이 대표적이다.
“1년 동안 80개 사업장을 돌았어요. 50인 미만 사업장은 1년에 4번씩 방문했는데 따져 보니 횟수만 144차례네요. 현장 중심으로 뛰어다닌 한 해였죠.”
정 본부장은 특히 “노조가 없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런 사업의 일환으로 이주노동자 교육사업도 진행했다.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안전사업을 하려면 지역 지부를 연결해 주는 것이 중요해요. 안전교육만 하면 흥미를 갖지 않기 때문에 나라별로 일단 공동체를 결성해 주는 작업이 필요하죠.”
연구소는 2007년에도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산업안전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연맹과 지역이 움직여야

정 본부장이 임기를 막 시작하던 때의 일이다. 연맹 산업안전보건담당자 회의를 열려고 했는데 주위에서 “다해 봐야 5명밖에 안 모인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25개 연맹에서 5명밖에 안 오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당시엔 산업안전보건을 전임으로 두고 있는 연맹도 거의 없었죠. 일일이 연맹에 전화해 불러 모았더니 15명 정도 오더라고요. 지금은 정기적으로 회의를 합니다.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그는 담당자도 중요하지만 연맹과 단위노조의 임원들이 산업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공장장과 사장이 안전 문제에 관심이 있어야 교육도 하고 예산도 편성할 수 있으니까요.”
정 본부장은 최근 지역본부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산업안전보건사업 예산을 편성해 교육을 진행하는 것을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로 꼽았다. 연구소에서 한 차례 교육을 실시한 후 산업안전교육을 두 차례나 자체적으로 편성한 안산지역지부, 2만개의 부채를 제작해 캠페인에 나서고 토론회를 진행한 부산본부 등이 대표적이다.

힘들수록 노사가 산재예방사업 나서야

사업장의 안전 문제를 노조에만 맡길 수는 없다. 전체 조직률이 10%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위기로 고용불안이 심해지면서 산업안전에 대한 투자를 늘리라고 사업장에 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 본부장은 “이런 기회에 노사 공동으로 예방교육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는 데 큰 비용이 필요하지 않아요. 일이 없어 노는 부서도 있을 텐데 이런 때일수록 노사가 함께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산재예방의 필요성에 관해서는 노사정 모두 이견이 없으니까요.”
보험요율과 산재 이후 노동자의 휴직·복직 문제 등에 있어서는 노사가 이견을 보일수도 있지만, 예방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면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지난해 금융노동자의 건강실태와 소음성난청 유소견자 판정과 사후관리·국내 기업의 사회적책임·노조의 산업안전보건 참여·교대제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권 등 많은 연구성과를 낸 연구소는 올해도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노사참여형 산업안전사업과 방송 모니터링·화학물질 관련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실태조사·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 간담회 등 많은 사업을 구상하고 있어요. 산업안전보건 문제는 하루아침에 개선되기 어렵습니다. 현장 중심의 교육사업을 통해 조금씩 개선해 나가야지요.”


<2009년1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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