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우량기업들은 노사관계에 비밀이 있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 등 10명의 저자들이 최근 공동연구를 통해 '한국 우량기업의 노사관계 DNA'(박영사)를 출간했다. 국내 우량기업의 노사관계를 분석해 노조 유무를 뛰어넘는 우량기업의 노사관계적 특성인자(DNA)를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저자들은 노동운동이 갈수록 침체할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지만 "노사관계의 중요성 자체가 약화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노사갈등은 노조 유무와 관계없이 존재하고, 평소 노사관계를 등한시한 기업은 언제든지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초일류기업은 노조 유무와 관계없이 오랜 기간 축적된 노사 간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적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저자들은 우량기업들이 대부분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노사분쟁 예방노력을 기울이는 것에 주목했다.

“노사관계 소프트웨어가 중요”

우선 저자들은 노사관계 우량기업을 결정하는 요인이 노조 유무라는 제도적 경계보다는 노사관계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와 더 강하게 결부된다는 점을 이론적 가설로 세웠다.
그러면서 고성과 조직의 과정적 접근(자극-도입-유지·강화)과 요소적 접근(노사협력·신뢰-열린경영-동기유발-지식축적)을 동시에 고려한 통합모형을 제시했다.
이를 기초로 저자들은 유노조기업(LG전자·현대중공업·유한킴벌리·도레이새한)과 무노조기업(CJ제일제당·한국인포데이터), 노사협의회 중심기업(포스코·삼성중공업) 등 국내 8개 기업을 선정해 비교분석을 시도했다.

◇LG전자=LG전자는 독특한 ‘노경관계’를 새로운 가치창조 활동으로 발전시켜 기업의 성장과 연결시킨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87년과 89년 노사분규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진은 종래의 권위의식에서 벗어났고, 노조도 파트너십에 기반해 혁신 과정에 참여하는 등 열린경영의 효율성을 보여 줬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그러나 노경 간 파트너십이 회사의 전략적 의사결정에까지 미쳐야 하며 복수노조 시대를 대비해 노조의 대표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CJ제일제당=CJ는 삼성그룹 시절부터 지금까지 ‘비노조’(무노조와는 달리 노조에 적대적인 개념은 아니라는 설명)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근참법)에 따라 설립된 노사협의회를 통해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저자들은 밝혔다. 또한 다양한 비공식 대화통로를 이용해 의사소통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동원 교수는 "안정적 노사관계로 안정적 성장이 가능했고, 성장이 다시 안정적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선순환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결정 과정에 사원참여를 확대하고 복수노조 시대에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빼놓지 않았다.

◇포스코=저자들은 포스코의 안정적 노사관계를 ‘초대 CEO의 카리스마와 기업복지주의, 직원의 의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포스코는 88~91년 노조결성과 와해시기를 거쳐 현재의 노경협의회체제로 오는 과정에서 가부장적인 경영가족주의, 월등하게 높은 기업복지, 직원들의 온건·보수성향, 내부승진제도를 이용한 충성도 제고 등을 통해 안정적 노사관계를 이뤘다는 평가를 내렸다. 반면에 복수노조 시대 도래시 대응이 필요하며 정규직과 비슷한 규모의 외주파트너사 문제, 해외진출과 현지인력과의 문제는 향후 과제로 지적했다.

"노사 상호이익 선순환으로 연결해야"

저자들은 이 같은 비교분석을 통해 우량기업들의 성공요인으로 보편적 원칙, 즉 고성과 작업조직을 도입했고 그 자체를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인식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저자들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노사협력이 절실하다는 것에 노사가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고성과 작업조직의 성공을 지속적인 상호이익(성과배분·고용안정 등)을 위한 선순환 구조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로자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보공유와 경영참가를 활성화하고 고성과 달성을 위해 고용안정과 보상제도, 교육훈련프로그램 등이 총망라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매일노동뉴스 1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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