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미국산업안전보건청(OSHA)의 역학전문가인 피터 인팡테씨는 치과기공사들에게 베릴륨(알칼리 토금속의 일종)이 심각한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OSHA의 관보를 통해 게재하려고 했다.
그는 치과에서 충진재(충격 완화 소재)를 연마하는 작업을 할 때 베릴륨 합금에 의해 치과기공사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OSHA의 베릴륨 노출기준에 하루만 노출돼도 심각한 폐질환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부시행정부가 임명한 OSHA의 낙하산 인사들은 이 원고를 복사해 미국의 주요 베릴륨제조회사를 위해 일하는 로비스트들에게 전달했다. 베릴륨제조회사들은 즉각 원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인팡테씨는 기업주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수용을 했다. OSHA 내부적으로도 관보 게재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기업주들이 또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OSHA는 베릴륨에 대한 관보 게재를 허락하되 연구의 주요 부분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는 식으로 각주를 달기로 결정했다.

낙하산 인사가 장악한 OSHA의 규제완화

지난달 29일 워싱턴포스트지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가 임명한 낙하산 인사들은 신규 안전보건규제를 불승인처리하고, 기업의 압력에 따라 규제의 내용을 바꾸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부시행정부에서 건강을 보호하는 역할을 가진 여러 정부기관이 이런 식으로 규제를 무력화시켰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OSHA가 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줄 만한 수준의 규제를 발표한 것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과 비교해 86%나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OSHA의 전현직 고위관료들은 “보건청의 중요한 전략적 결정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낙하산 인사들이 전문가인 우리를 내쫓았다”고 주장했다.

OSHA는 지난 97년 결핵에 대한 규제를 집행하면 1년에 3만2천700명의 감염과 190명의 사망을 막을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로 인해 1억1천500만달러의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대형병원들의 반대로 관련규제는 추진되지 못했다.
지난해 여름 OSHA는 결정형 실리카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하지 않기로 했다. 결정형 실리카는 시멘트와 돌분진에 들어 있는 미세한 섬유물질로 폐질환과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자 아닌 기업주가 고객?

OSHA는 2005년 초까지 전문가들의 검토를 통해 결정형 실리카에 의한 건강위험을 살펴보기로 했지만 2007년으로 미뤘고, 결국 검토하지 않았다. 관련규제를 만들었다면 1년에 41명의 규폐증(규산의 미립자가 섞여 있는 공기를 장시간 마시면 발생하는 만성질환) 사망과 20~40명의 암환자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체국·식료품창고·병원·공항에서의 방사선노출 규제도 오랫동안 검토돼 오다가 결국 폐기됐다.

에드윈 지 폴크 주니어 OSHA 전 이사는 “부시 행정부에서 재해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재해가 감소한 원인으로 △2001년부터 미국의 일자리가 14% 감소한 점 △2002년부터 재해통계를 작성하는 방법이 바뀐 점 등을 꼽고 있다.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 꼽히는 존 엘 헨쇼우 전 OSHA 이사장은 “OSHA의 진정한 고객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기업주”라고 회의석상에서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헨쇼우는 이사장을 역임하는 동안 26개의 규제안을 폐기한 바 있다.

유럽연합 전문기구 '직업성 스트레스' 합의문 발표

유럽노조총연맹(EYUC)·유럽사업주연합(UNICE)·유럽중소상공인협의회(UEAPME)·기업공공참여 및 이익에 관한 유럽연구소(CEEP)가 최근 ‘직업성 스트레스 예방 및 감소를 위한 사회적 합의문’을 발표했다.
최근 유럽에서는 사업주와 노동자 사이에 직업성 스트레스가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스트레스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관련기구들은 사업장 폭력과 협박 등을 스트레스의 잠재적인 원인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예방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2009년 1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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