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의 자본철수로 위기에 처한 쌍용자동차의 사례는 경기도 이천의 액정화면(TFT-LCD) 생산업체 하이디스(옛 비오이하이디스)와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
두 기업은 중국 국영기업에 매각됐다. 기술유출 논란 끝에 인수 뒤 4년여 만에 중국 대주주가 철수한 것과, 유출된 기술의 가치가 매각대금을 상회한다는 점도 같다. 상하이차는 지난 2004년 쌍용차 매각대금으로 5천900억원을 납입했다. 상하이차의 지분(51.3%) 가치는 현재 800억원 정도다.

그러나 상하이차가 쌍용차에서 획득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국책사업인 디젤 하이브리드카(친환경차량) 핵심기술의 가치는 이를 상회하고도 남는다.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30년간 축적한 SUV기술이 그대로 상하이차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신차 1개 차종을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투자비용이 3천~4천억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하이차는 5천900억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SUV 생산 30년 노하우와 디젤 하이브리드카 핵심기술을 얻은 셈이다. 여기에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대출금과 전환사채(CB) 등 6천500억원 규모의 쌍용차 부채에 대한 상환의무도 사라지게 된다.

'닮은 꼴' 하이디스는 지난 2002년 3억8천만달러에 중국 국영기업인 비오이그룹(BOE Technology Group)으로 매각됐다. 중국 비오이그룹은 2003년 1월 비오이하이디스를 출범시킨 뒤 중국 합작공장 설립을 명목으로 기술을 빼갔다. 합작법인인 비오이오티 설립을 위해 130명의 하이디스 기술진이 중국으로 파견됐다. 5세대 LCD 공장인 비오이오티는 2005년 1월부터 가동됐다.

반면 국내 비오이하이디스는 외면받았다. 신규투자 외면으로 하이디스는 매각 4년여 만인 2006년 8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하이디스는 2007년 5월 법정관리 인가와 함께 재매각이 추진됐고, 지난해 2월 대만계 프라임뷰컨소시엄에 매각됐다.
 
 
<매일노동뉴스 1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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