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버스 운전기사들의 노동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네덜란드 노동계는 최근 공영버스 회사들을 상대로 버스 운전기사와 차장에 대한 보호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호주에서는 버스에 설치된 안전감시용 카메라가 오히려 운전기사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네덜란드 노동계는 지난달 공영버스 회사들을 상대로 버스 노동자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주요 내용은 운전자가 위험한 승객을 만났을 때 운전을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것과 버스기사와 차장들이 승객으로부터 인격적 모욕을 당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최근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버스 운전기사와 차장의 10%가량은 물리적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75%는 인격적 모욕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는 “회사측이 문제의 심각성을 빨리 인식해야 한다”며 “법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반적발에 사용되는 감시카메라

호주에서는 버스 운전자들이 안전감시용 카메라 때문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임상심리학자인 케릴 에간 박사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운전자의 운전을 모니터하는 안전카메라가 운전기사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의 경우 대부분의 주에서 운행되는 버스에는 6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이 카메라들은 당초 폭력으로부터 운전자와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호주 운수노조의 요구로 시작된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감시카메라 중 한 대는 운전사를 비추면서 운전사의 사소한 위반행위까지 기록한다. 운전사가 카메라에 신경쓰면서 불안해하고 초조해한다는 것이다.
케릴 에간 박사는 “운전기사는 자신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 것인지 자신이 없어진다”며 “순간적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 운전자가 판단을 주저해 오히려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공공안전 문제로 봐야 한다”며 “안전감시카메라 때문에 오히려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라울 바온자 운수노조 버스분과 사무처장은 “실제로 회사측 관리자들은 감시카메라를 통해 사소한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처벌해 왔다”며 “감시카메라의 영상기록이 승객보호 차원보다는 운전사를 징계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측이 적발하는 위반사항은 운전기사가 버스차선을 벗어나 달린 경우,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은 경우, 버스 정류장에서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친 경우 등이다. 실제로 버스산업 이외에 어떤 산업분야에서도 이렇게 치밀하게 노동자의 행동을 감시하는 업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연구는 호주 시드니에서 근무하는 버스운전자 513명을 조사한 결과다.

운전기사 집중력도 분산

보고서는 카메라가 운전기사들을 처벌하는 데 사용되는 것도 문제지만, 운전자의 얼굴에서 1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운전자들이 항상 신경을 쓰게 만드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두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버스운전자의 신경을 건드리고, 평상시처럼 자연스럽게 운전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좀 더 나은 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운전노동자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호주 정부 입장은 다르다. 안전감시용 카메라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데이빗 캠벨 교통부장관은 “감시카메라가 도입된 후 실제로 버스기사에 대한 폭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의 정책은 카메라를 안전과 보안을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버스기사의 운전행위를 감시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버스기사들의 의견은 다르다. 시드니 동쪽 교외지역에서 운전을 하는 한 여성 버스기사는 “카메라를 통해 관리자들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는 언제든 감시할 수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며 “버스 노동자들이 범법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2009년 1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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