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경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소비가 줄고 재고가 쌓이면서 석유화학 공장들이 잇따라 감산에 들어갔고, 일시적으로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았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실물경기로 전이되면서 세계적으로 소비가 위축된 것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요성장률은 경제성장률과 밀접하게 연동했다. 석유화학제품이 산업의 기초소재로 쓰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외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올해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성장률 역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 석유화학·수출가공기업 부실

석유화학산업에서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 수출가공기업의 부실은 원자재 수입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원자재 수입 위축은 올해 동북아 석유화학 기업들에게 중요한 위협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석유화학제품 가운데 중국으로 많이 수출되는 제품은 가전·전자제품 소재인 폴리스티렌(PS)·아크릴로부타디엔스타이렌(ABS)·섬유제품 소재인 고순도테레프탈산(TPA) 등이다. PS는 가전제품의 주원료이고, ABS는 고기능성 플라스틱으로 전기·전자, 자동차 내외장재로 쓰인다. TPA는 화학섬유의 주원료다. 모두 중국이 수입하는 원료다.
중국 수출가공기업의 부실화에 대한 우려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실화의 원인으로는 △인건비 상승과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 △지난해 세계적인 주요 이슈로 부각된 중국 제품의 안전성 문제 △선진국의 소비침체로 인한 수입 감소 등이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중국의 한 일간지에 따르면 전 세계 완구의 70%를 생산한다는 중국 광둥성 완구업체 3천800여곳 중 수백곳이 문을 닫았다. 광둥성에서 시작된 중국 수출기업 도산여파가 곧 다른 지역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각국 경기침체 극복 부양책 내놓아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이런 부양책이 전체적인 경기를 단기간에 회복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각국 정부가 앞다퉈 발표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소재와 온실가스저감사업 등은 정부의 경기부양과 장기 비전 측면에서 투자가 위축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은 최근 대체에너지 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제도를 8년간 연장하기로 했고, 10년간 1천500달러를 들여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기로 했다. 일본은 공립 초·중학교에 태양광 발전시스템 설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생산하는 PS·하이브리드카용 중대형전지 등은 신재생에너지 소재로 쓰인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국내 석유화학업체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세계 석유화학업계 전반에 걸친 채산성 악화로 국내기업보다는 일본이나 서유럽의 소규모업체들이 노후설비를 줄여 가동률을 낮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께 회복될 듯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지난해 7월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말 현재 2006년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제품 가격 하락은 석유화학업체들의 이윤악화로 이어진다.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공급량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에 대한 수요증가율은 지난해 3.4%에서 올해 1.9%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에틸렌 소비 증가량 역시 지난해 394만톤에서 올해 230만톤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에틸렌 생산능력은 중동과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화학제품 소비 부진과 국제 유가 약세와 함께 석유화학 경기를 하강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증권업계는 석유화학업종이 올해와 내년에 ‘빙하기’로 불릴 만한 불황기를 거쳐 2011년 이후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영국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03년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지속됐던 석유화학업종의 호황은 끝났다”며 “에틸렌 기준으로 세계 석유화학 설비가동률은 지난해 90.5%에서 2010년 83.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1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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