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조선산업의 표면적인 전망은 장밋빛이다. 국내 조선업체 대부분이 3년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선박발주량에서 나타나는 조선산업 경기는 하강국면이다.

장기침체 가능성도 높다. 경기가 '조선호황→설비투자→공급과잉→해운불황→조선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조선산업 공급과잉과 세계경기 침체, 해운 및 조선불황을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전체적인 발주량이 줄어들면서 올해 국내 조선업계는 대형 조선업체와 중소형 조선업체 사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빚어질 전망이다. 경영악화가 심화되고 있는 중소업체들의 경우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조선·자동차·전자 등 산업전반에 재료를 공급하는 철강산업은 수요산업의 불황이 그대로 옮아가고 있다.
3년 뒤 위기 닥친다

건조와 수출 측면에서 보면 조선산업의 올해 전망은 밝다. 생산은 지난해보다 16% 증가한 1천450만톤(CGT, 표준화물선 환산톤수), 수출은 31.5% 늘어난 53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선박수주량을 기준으로 하면 양상은 달라진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전 세계 선박발주는 거의 실종되다시피 했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선박발주량은 4천90만CGT로 2007년 발주량(8천780만CGT)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체 발주량 예상치가 3천750만CGT에 불과하다.

국내 조선사 수주량도 지난해 급감했다. 2007년 1천690만CGT를 수주했던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해 1천690만CGT를 수주했다. 올해는 1천160만CGT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국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빅3 업체의 수주선박은 고작 5척에 불과했다.

중소업체 줄도산, 비정규직 실직 우려

조선산업의 위기 징조는 중소형업체와 신생업체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시중은행이 조선업체에 건조역량을 보증해주는 환급보증서(RG) 발행을 꺼리고 있는 상황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2~3년 전부터 '묻지마 투자'에 나섰던 중소 조선업체들은 자립기반을 구축하기도 전에 경기하강이라는 벽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중소조선소의 가동중단과 함께 퇴출·인수합병이 예상된다. 조선산업 전반에 자리 잡고 있는 하도급업체 소속 노동자(비정규직)를 대상으로 한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조선산업에는 현재 기능직과 기술직을 합해 13만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기능직 11만여명 가운데 직영업체 소속(정규직)이 3만7천여명, 하도급업체 소속이 7만3천여명이다. 비정규직 비중은 규모가 작을수록 높다. 비용절감 차원의 몸집 줄이기는 비정규직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이 밖에 세계 3위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경제위기와 함께 불투명해지고 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화컨소시엄이 당초 시한인 이달 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매각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철강산업에 드리운 '불황 그림자'

철강산업은 수요처인 자동차산업과 건설산업의 불황여파로 흔들리고 있다. 포스코는 이달 37만톤을 감산한다. 지난해 12월(12만톤)보다 감산 목표량이 늘었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12월(30만톤)에 이어 이달에 18만톤을 감산할 계획이다.

철강업계의 감산은 쌓여 있는 재고가 어느 정도 소진되는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 철강협회는 글로벌 조강생산량이 지난해 13억3천600만톤에서 올해 11억5천100톤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조강생산량 역시 1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철강협회가 최근 발표한 '2009년 철강재 수급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내 조강생산량은 지난해 추정치 5천397만톤보다 1.6% 감소한 5천311만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수요는 지난해 5천930만톤에서 9.5%감소한 5천360만톤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 철강산업은 2004년부터 본격화된 미니빌·고로건설이 완공되는 올해부터 2011년 사이에 공급과잉이 우려된다.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철강산업의 수출증대는 한국 철강업계의 가격인하와 시장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위기대처를 위해 철강업계가 앞다퉈 내놓고 있는 '비상경영선언'이 대기업 노동자에게는 임금·노동조건 악화로, 사내하청과 연관 중소기업 노동자에게는 정리해고 등 고용불안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1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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