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해외로 매각된 GM대우·쌍용·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잇따라 공장을 멈추고 있다. 국내자본인 현대·기아차가 일정하게 내수기반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외국계 완성차업체들은 판로가 수출중심이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24일 모든 생산라인의 가동을 멈추고 휴업을 실시한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24일부터 31일까지 SM7·SM5·SM3 등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5의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다고 23일 밝혔다.

르노삼성차는 신차 설비 테스트를 위한 직원을 제외한 2천700여명의 생산직 전원이 휴무에 들어간다. 르노삼성차의 가동중단은 2000년 9월 삼성차에서 르노삼성차로 전환된 뒤 처음이다.

르노삼성차는 내수·수출 부진으로 재고차량이 증가하면서 지난달 초부터 잔업·특근을 중단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주5일 근무제'에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일하는 '주4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10일부터 14일까지 공장가동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외국계 완성차업체 3곳 모두가 공장가동을 중단하게 됐다. 쌍용차는 지난 17일부터 경기도 평택의 조립공장과 창원의 엔진공장에 대해 휴업에 들어갔다.
GM대우차는 지난 1일 부평 2공장(토스카·윈스톰)에 이어 18일에는 군산공장(라세티)의 가동을 중단했고, 20일부터는 부평·창원·군산 등 3개 공장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쌍용차와 GM대우차는 내년 1월5일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지만, 벌써부터 휴업연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19일 발송한 가정통신문에서 "올해에만 1천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12월 운영자금이 없어 더 이상 월급지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로부터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장가동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GM대우차는 SUV를 생산하는 부평 2공장의 휴업연장 가능성이 높다. 소형차종에 비해 판매 감소폭이 크다. GM대우차는 대주주인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유동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자동차 3사는 모회사의 수출망·자금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라며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국내 법인이 독자적으로 생존을 모색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12월24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