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의 불황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세계 각지에 건설한 해외공장이 계륵으로 전락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최근 판매부진을 이유로 국내공장과 해외공장의 생산량을 동시에 줄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일 울산공장에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를 상대로 연 경영설명회에서 체코를 제외한 중국 베이징·미국 앨라배마·터키 이즈미트·인도 첸나이 등 해외공장에서 감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미국·중국·인도·터키 등 4곳에서 완성차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체코 노소비체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브라질 상파울루에도 공장을 짓고 있다.
같은 그룹의 기아차는 지난 10월 말부터 중국 옌청공장과 슬로바키아공장의 생산물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순부터는 수요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감산을 검토하고 있다. 기아차는 중국과 슬로바키아에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미국 조지아에는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현대차 체코 노소비체공장은 내년 3월에 양산에 들어간다. 현대차의 해외생산능력은 올해 160만대에서 내년에 190만대로 늘어난다. 기아차의 해외생산능력은 내년 11월 미국 조지아공장 완공 이후 90만대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차의 해외생산능력이 확대되는 반면에 판매량이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지난달 발표한 '2009년 경영환경전망'에서 세계 자동차판매대수가 올해 6천800만대에서 내년에는 6천590만대로 3.1%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각각 4.2%와 7.6%의 판매감소를 전망했다.

단일 해외공장의 생산규모도 위협요소다. 현대차가 가동 중인 해외공장 4곳 가운데 터키(연산 10만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30만대 규모다. 업계에서는 30만대 규모의 공장은 가동률이 70% 아래로 떨어지면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입장에서 내년에 가동 예정인 해외공장의 생산규모가 고민일 수밖에 없다"라며 "해외시장 축소에 따른 판매전략의 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12월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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