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의 여파로 국내 석유화학공장들이 잇따라 생산을 중단하거나 감산에 나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나프타 분해공정을 보유한 여천NCC는 지난 19일 3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공장 설비·보수를 위해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사례를 빼고는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5일에는 태광산업이 시황 악화에 따른 수요감소로 석유화학 3공장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3공장에서는 아크릴섬유의 원료인 아크릴로니트릴을 연간 25만톤가량 생산해 왔다. 태광측은 “재고가 소진되고 경기가 호전되면 재가동할 예정”이라며 “재고는 확보돼 있기 때문에 생산중단의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나일론의 원료인 카프로락탐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 카프로는 지난달 27일부터 일부 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카프로는 국내 카프로락탐 총수요의 90%(올해 3분기까지 17만3천톤)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회사측은 “수출시장 침체로 재고 부담이 있어 생산량을 한시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생산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SK에너지도 나프타분해 1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특히 여수의 LG석유화학의 공장 가동률은 85%를 밑돌고 있다. 평소 가동률의 3분의 2 수준이다. 당장 석유화학공장들은 재고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감산 또는 일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업체 간 인수합병이나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석유화학업계 노조 관계자는 “재고가 넘쳐 도로에까지 물건이 쌓이는 상황”이라며 “경기불황이 계속될 경우 외환위기 당시와 마찬가지로 경력이 오래된 고임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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