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역과 문래동 사이 골목에 형성된 철공장 밀집지역은 성수공단·구로공단과 더불어 서울의 대표적인 공업지역이다.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1천800개 업체 3천384명의 노동자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래동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실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19일 ‘영등포 문래동 중소·영세사업장 실태조사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른바 ‘문래동 마치코바(영세공장)’의 노동실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번 실태조사는 5·18기념재단의 국내 NGO프로젝트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노조 서울건설지부와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영등포지역위원회가 함께 참여했다.

인맥으로 일자리 구하고 훈련 못 받아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달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문래동 1·2·4가에서 일하는 노동자 155명과 사업주 232명 등 387명을 대상으로 했다. 평균연령은 41.7세로 고령화 추세가 확연했다. 평균 경력은 13.6년으로 숙련공들이 대부분이다. 10명 중 9명이 남성이며, 여성은 주로 식당이나 무급가족 종사자들이다. 77.3%가 기혼자였다.

문래동지역 노동자 10명 중 7명은 인맥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능훈련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수자는 27.3%에 불과했다. 그러나 10명 중 2명꼴로 기능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으며, 가장 필요한 훈련분야로는 컴퓨터교육이라는 응답이 48.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선반밀링기술 19.1%, 특수용접기술 11.8% 등의 순이었다. 서귀환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컴퓨터 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은 이유는 PC사용능력보다 기술적 측면에서 새로운 기계들이 자동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업체 이동 잦아 고용 불안정


고용형태별로 보면 상용직이 81.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용직은 9.7%에 불과했다. 일용직의 경우 최근 3개월 동안 일한 사업체수가 1곳이라는 응답(58.3%)이 많았지만 2~3곳, 4~6곳이라는 응답도 각각 25%, 16.7%로 높게 나왔다. 사업체 이동이 잦다는 것은 그만큼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면 상용직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95.2%는 정규직이었고, 2년 미만 계약직과 6계월 미만 단기직은 10%를 넘지 않았다. 월 급여는 200만~250만원 사이가 35.8%로 가장 많았다. 150만~200만원도 33.3%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3월 기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 나타난 제조업 정규직 노동자 평균임금(230만원)을 밑도는 금액이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34시간이며 1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 비율도 44.6%로 절반에 가까웠다. 그러나 사업체 대부분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들로 초과근로수당 등은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평균 근로일수는 25.1일로 조사됐으나 6.5%는 30일 이상이라고 답했다. 2명 중 1명만 4대보험에 가입돼 있어, 기본적인 사회보장과도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에 밀려나는 문래동 마치코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공장밀집지역의 역사는 꽤 깊다. 1912년 일본인이 경영하는 피혁공장이 처음 들어선 이후 1933년 조선맥주(현 하이트맥주)와 기린맥주(현 OB맥주)가 잇따라 설립되면서 식품산업이 주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90년대 말부터 반월·시화공단 등 외곽으로 이전 러쉬가 시작되면서 이 지역 굴뚝산업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2006년 기준으로 광업·제조업체수는 문래동 259개, 양평동 244개, 당산동 121개, 대림동 118개 정도다.
 

제조업체 종사자수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1년 당시 업체당 종사자수는 9.11명이었는데 2006년에는 6.87명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서울시의회는 준공업지역 공장부지의 70%까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조례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와 여론의 반대로 60% 수준으로 소폭 조정했으나 문래동 영세사업장들은 개발에 밀려 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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