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흔든 지 오래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30년대 대공황 이래 최대의 위기이고, 자본주의 역사 ‘1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심각한 위기라고 한다. 한국산업노동학회, 한국사회경제학회 등 사회경제학계 학자들이 지난 14일 국민대학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와 한국경제의 진로, MB노믹스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세계 금융위기라는 상황을 헤쳐나가고 사회통합적인 지속가능한 성장과 복지사회라는 국민적 여망을 이루기 위한 ‘반성과 대안’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신자유주의 10년, 목표는 재벌의 금융소유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지난 10년동안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정책을 계승하고 있다. 하지만 인적·이데올로기적 연고로 재벌비판적이고 노동운동에 비교적 온정주의적이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다르게 이명박 정부는 파격적인 친재벌·반노동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종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사회경제학계 공동학술대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이같이 평가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금융세계화 정책은 그 개혁 대상이 재벌이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재벌을 주도로 '금융빅뱅'을 완수하려 한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전망이다. 금산분리법, 공정거래법,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증권법 등에 대한 제·개정을 올해 안에 끝내 재벌의 금융산업 소유를 완료한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지난 20여년을 주도했던 자본시장 통합과 금융복합체 형성에 대한 우려와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어떤 반성도 없이 기존 계획을 맹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재벌 입장에서 금융기업 소유는 미래유망 사업에 접근, 그룹 자금 조달, 은행 소유의 숙원 해결도 있지만 그룹에 대한 재벌 가문의 소유권을 확실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헤지펀드 도입, 사모펀드 규제완화,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증권-보험업계의 지급결제 시스템 참여 등 리스크가 높은 금융운용 제도가 도입되면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녹색'마저 성장 수단으로 이용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을 1970년대 박정희모델(개발독재모델)의 잔상을 쫓으면서 80년 미국과 영국에서 등장한 신자유주의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화시대와 민주화시대에 이미 작동 불가능한 개발독재 모델과 최근의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로 지속불가능한 것이 입증된 신자유주의 모델이라는 둘을 동시에 좇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 대운하 건설같은 개발지향적 대규모 국책사업은 촛불집회로 표출된 국민의 저항에 부딪혔다. 그러자 이명박정부가 내놓은 건 '녹생성장으로 선진한국' 전략이었다.
김 교수는 "녹생성장론이 만약 성장전략으로 귀결된다면 결국 녹색기술 투자로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녹색은 단순히 성장의 수단으로 이용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금산분리 견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감세 △교육과 의료공공성 확대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지역혁신 정책의 재고 △인적자원 지출 중심의 정부 재정계획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실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 대북 경제정책은 '3 무'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경제정책에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목표는 있지만 수단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남북관계에 대한 공약은 '비핵·개방, 3000' 구상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에 나서면 북한의 1인당 소득이 10년 안에 3천달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포기→비핵개방 3000 구상 가동→북한경제를 수출주도형으로 전환→400억달러 상당의 국제협력자금 투입→현재 1인당 소득 500달러를 기준으로 매년 15~20% 성장 지속→10년 후 국민소득 3천달러 경제로 도약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양문수 교수는 "북한이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백기를 들고 나올 상대인가 아닌가라는 고민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는 시장만능주의에 따라 기업들이 알아서 개성공단에 가려면 가라는 식이라는 것. 양 교수는 "북한의 경제사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으로서는 한번 밀리게 되면 영원히 밀리게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열을 올릴 뿐 남한에 대해서는 쳐다보지도 않을 상황이 예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 노동정책
‘1년의 침묵’과 ‘다가올 핵폭풍’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와 관련한 공약은 ‘747정책(7%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이다. 하지만 경제를 중심으로 한 정책에 노동과 관련한 공약은 빈약했다. 연 7% 성장으로 3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공약은 경제성장의 결과이지 노동정책으로 보기엔 어렵기 때문이다. 3%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경제연구소들의 전망 속에 이같은 공약은 더욱 빈약해 보인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의 방향은 지난 3월13일 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전면적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노사관계 선진화, 활력 있는 노동시장, 국민을 섬기는 따뜻한 노동행정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있으나 구체적 계획들은 별로 없었다. 노 교수는 “주목해야 할 것은 기업 수준의 노사협력 체제를 법치주의로 강제한 노사관계 정책들과 광범한 분야의 노동규제 개혁부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다가오는 임기 1년을 두고 “커다란 변화가 예상됐지만 예상보다 조용한 가운데 마무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87년 이후 모든 정부 집권 첫 해에 노정 간 갈등이 발생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5~7월 촛불집회의 열기가 상대적으로 노정 간 갈등을 제어했던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4년여의 임기 동안에도 이명박정부는 특별한 노동정책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이 실시되거나 발표됐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공공부문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정책들이 실행될 경우 노정 간, 노사 간 대결이 보다 첨예해질 수 있다”며 “물론 그 전제는 조직된 노동운동 내부의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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