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은행권 고임금 발언 이후 은행 노사 간 임금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18개 시중·국책은행장들이 임원 연봉을 삭감하면서 직원들의 임금동결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하자 금융노조는 고액연봉자들인 은행 임원들이 임금삭감이라는 생색내기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18개 시중·국책은행장들은 22일 오전 은행연합회에 모여 "정부가 유동성 지원 등 시의적절한 조치를 한 것에 대해 은행들은 적극 환영한다"며 "은행이 이 같은 상황에 이른 데 대해 깊은 반성과 함께 책임감을 느끼면서 은행장을 포함한 임원들의 연봉을 삭감하고 직원들을 자발적 임금 동결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 은행은 또 영업비용 절감과 자금조달 및 운영을 효율화해 경영상 낭비요인을 제거하고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은행은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적극 발굴하는 한편 이달 초 발표된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방안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6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중소기업대출에 대해서는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했다. 일반 가계고객 보호를 위해선 주택담보대출자에 대한 만기연장 및 분할상환 유예 등을 실시하고 금리부담도 완화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금융노조는 "경영진의 임금삭감 생색내기는 위선의 극치"라고 반발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은행장을 비롯한 임원의 연봉을 삭감하는 것은 간섭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자발적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직원들의 임금동결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노조는 특히 "우리 역시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를 외면하고 있지 않고 극복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 왔다"며 "정부와 경영진의 임금동결 요구는 사회적 약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명박 정부가 최근까지 법인세와 종부세 완화, 10·21 부동산 대책 등을 통해 재벌과 대기업·부자들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주는 정책만을 펴 왔다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10년 전 외환위기 때도 가진자들은 불로소득을 누리면서 큰 부를 축적했지만 노동자와 서민은 희생자였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이어 “경영진은 임금삭감이라는 생색을 내면서 노동자들에게 더 큰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경영진의 행태는 위선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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