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1일 "국민의 세금으로 혜택받는 은행들이 고임금 구조를 유지한 채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은행권 고임금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반면에 은행권 노동자들은 "현 정부가 금융위기를 악화시켰고 책임도 제대로 지지 않으면서 노사자율 결정사항인 임금협상까지 개입하는 초법적 권한을 행사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 지원 문제를 언급하면서 "옛날같이 받을 임금을 다 받다가 문제가 생기면 정부 지원을 받는 식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산업노조(위원장 양병민)는 성명을 내고 "이명박 대통령이 은행 노동자들의 임금삭감을 지시하고 나선 것은 역시 청와대 CEO다운 발언"이라고 비꼬며 "은행 노동자들이 이 대통령이 CEO로 있는 청와대 직원이 아닌 다음에야 헌법이 보장하는 노사관계의 자율성을 부정하는 위헌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사무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국내 은행들은 다른 국가 은행에 비해 안정적인 경영을 해 나가고 있다"며 "정부가 금융위기를 악화시킨 책임은 스스로 지지 않고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올 들어 리먼브러더스·메릴린치 등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12개의 은행이 파산하거나 매각됐고, 영국에서도 노던록을 비롯한 일부 은행을 국유화하는 등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 은행들은 애초 전망치보다는 낮아졌지만 올해 3분기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주요 8개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KB금융지주 7천76억원, 우리금융지주 4천530억원, 신한금융지주 5천650억원 등 2조4천1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노조는 "세계 각국이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각종 규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거꾸로 금융산업의 안전장치를 제거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노동자 주머니 털 생각 말고 내부부터 추슬러야 한다"고 비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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