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현장을 가다>의 현장은 한국마사회 제주목장이다. 마사회는 '경마·도박의 상징'으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도박규제가 강화될 때면 으레 주 타깃이 되곤 한다. 그럼에도 마사회에 대해 돌려보기를 하려고 한다. 부정적 기능까지 변명하자는 것은 아니다. 마사회의 다른 면도 봐야 한다는 얘기다.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마사회 노동자들을 한번쯤 눈여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직원들 얘기를 해보자. 경마에는 ‘말7 인3’이라는 얘기가 있다. 좋은 성적을 얻으려면 말과 기수의 호흡이 중요한데, 말이 70% 기수가 30%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얘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될 것 같다. 좋은 말을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는지 말이다.

지금부터 종마를 키워 경마장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자. 이를 위해 지난 17~18일 <매일노동뉴스>가 제주도 마사회목장과 제주경마장을 찾았다.

마필관리사가 운동을 시키기 위해 씨수말을 마방에서 데리고 나오고 있다.
 
 
귀한 몸 ‘씨수말’ 돌보기

제주국제공항에서 5·16도로를 타고 30분 남짓 달려가면 제주 마사회 목장이 나온다. 목장 바로 옆에 제주 삼다수 공장이 있을 정도로 물이 좋은 곳이다. 목장 관계자는 "말을 키우기 위해서는 물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목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게 ‘마혼비’다. 생전에 뛰기만 했던 말들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비석이다. 약 65만평 규모의 목장에는 교배소·말수영장·씨수말 마사·말 종합병원 등 말을 위한 각종 시설이 들어서 있다. '교배-출산-육성-경매' 등의 과정이 모두 이곳에서 이뤄진다. 목장에는 70여명의 마사회 직원들이 주말도 잊은 채 일하고 있다.

 
 
목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귀하신 몸(?)을 만날 수 있다.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몸값이 나가는 씨수말들이 호사를 누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써러브랫종으로, 마사회가 직접 외국에서 수입한 말들이다. 이들의 몸값을 들으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지난해 수입된 포리스트캠프는 수입가만 40억원이다. 2006년 수입된 메니피와 볼포니의 몸값은 37억원. 비카·피코센트럴·양키빅터·엑스플로잇·커멘더블 역시 20억원을 넘는다. 가격이 비싸서인지 갈기에 윤기가 흘렀고, 생김새도 사람을 압도하는 듯했다. 이밖에도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뉘어 17두(국내산 1두)가 생활하고 있다.

몸값을 먼저 밝히는 이유는 이들의 육성을 위해 마사회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는가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씨수말들은 마사회의 자산이자 국가의 자산이다. 워낙 고가이다 보니 육성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들은 최적의 환경에서 육성된다. 마방(말이 사는 곳)은 캐나다산 원목으로 꾸며졌고, 방목장의 잔디도 철저하게 관리된다. 씨수말 관리는 보통 10~30년 경력을 갖고 있는 전문 마필관리사(6명)들이 담당한다. 마필관리사들의 하루일과는 씨수말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고 했다.

 
 
오전 9시, 방목장에 있는 씨수말을 마방으로 데려온다. 하루 세 끼 식사와 간식을 먹인 후 방목장으로 내보낸다. 씨수말들은 하루 세 번 식사를 하는데 알파파·티모시 등 외국에서 수입한 최고급 건초를 먹인다. 간식으로는 네덜란드에서 수입된 해바라기씨·현미유·칼슘제 등이 공급된다. 교배기에는 정력에 좋다는 홍삼가루와 마늘가루·정력보강제 등이 추가로 투입된다.

한 마리가 9천900제곱미터(3천평) 가량 되는 방목장 한곳을 차지한다. 붙여 놓을 경우 싸움이 벌어지고 자칫 상처가 날 수 있어 떼어놓는다고 한다. 날씨 때문에 방목이 불가능할 때는 워킹머신으로 운동을 시킨다. 매일 솔수장으로 목욕을 하고, 가끔은 물샤워도 해 준다.

 
 
변대호 관리사(대리)는 “어디가 아픈지, 기분은 어떤지, 무엇을 원하는지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있으면 바로 조치에 들어간다. 이날도 최고의 몸값, 포리스트캠프가 날파리에 물려 치료를 받았다. 한 사람은 움직이지 못하게 코뚜레를 잡고, 또 한 사람은 칼로 물린 곳을 긁어준 후 연고를 발랐다. 그냥 놔둘 경우 진물이 나고 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치료는 관리사가 직접 한다.

“모든 작업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말 한 마리의 무게가 640~650킬로그램이 나가요. 뒷발에라도 걷어채면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가슴을 맞아 119에 실려 간 적도 있어요.”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임신 성공률'

이렇게 관리된 씨수말들의 유일한 역할은 씨암말과 교배하는 것이다. 교배를 통해 경주마를 생산한다. 마사회는 제주에 있는 말 생산업자들에게 한 해에 9회(A그룹은 4회)까지 무료로 교배를 해 준다. 써러브랫 생산농가가 850곳 정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가구당 3천620만원씩 지원하는 셈이라는 게 마사회 관계자의 얘기다. 교배는 3~6월 1년에 한 차례 진행된다. 한 마리가 보통 90두의 암말과 교배를 한다.

교배작업은 철저한 관리 속에서 진행된다. 이 모든 작업에서 관리사와 수의사의 호흡이 중요하다. 교배기가 되면 씨수말에게 콘돔을 끼워 정액량 검사를 한다. 이후 말 생산업자가 씨암말을 데려오면 민간에서 임대한 씨접말을 올린다. 씨암말이 준비가 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씨수말이 부상당할 것을 우려한 조치다.

 
 
교배 준비가 끝나면 씨수말을 씨암말의 등에 태운다. 이를 '승가'라고 한다. 관리사들이 사정을 확인하면 수의사가 정액을 받아 거짓사정·정액활동 여부를 검사한 후 교배가 마무리된다. 변 관리사는 “가끔 뻥카(거짓사정)를 치는 놈들이 있어 검사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임신과 출산 등 후속작업도 지원하고 있다.

“교배기에는 말들이 예민해져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어요. 절대 인위적으로 교배하지 않습니다. 국제적으로 인공수정이 금지돼 있거든요. 씨수말들이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말마다 성격이 다 틀려요. 비위를 잘 맞춰야 합니다.”

 
 
변 관리사는 “교배기 3개월 동안은 거의 하루도 못 쉰다”며 “7월 초가 되면 거의 초죽음 상태”라고 말했다. 바쁠 때는 제주본부 직원들이 총동원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임신 성공률이나 교배횟수, 씨수말 혹사 여부가 인사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임신 성공률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기도 한다.

강상익 마사회노조 제주본부장은 “목장의 경우 평가등급 C, D를 받는 직원들이 많다”며 “지역농민들의 만족도가 평가에 들어가는데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경주가 끝나는 순간 지켜보던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가족단위로 나온 관객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일류병원 안 부러운 ‘말 종합병원’

말의 질병관리는 목장 병원에서 맡는다. 목장에는 말 종합병원이 있다. 수술실·임상병리실·엑스레이실·치료실 등 내로라하는 국내 유수의 종합병원 부럽지 않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4명의 수의사가 교배업무와 부상마 치료 등을 담당한다.

이날 왼쪽 뒷다리가 날카로운 것에 찍혀 관절이 손상된 1세마(태어난지 1년 된 말) 바운드투스코어의 치료가 진행되고 있었다. 김병현 수의사는 “심하게 다쳐 완쾌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일 예후가 좋지 않을 경우 경주마로서의 생은 접고 관상마가 되며, 상태가 안 좋을 경우 식용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의사들은 매일 회진을 한다. 부상이 경미하면 현장에서 치료하지만 심할 경우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할 때도 있다.

“부상 당한 말들은 두려움을 많이 느낍니다. 관리사들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해도 쉽지 않아요. 손에 상처를 입는 것은 다반사고, 얼굴을 얻어맞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갈비뼈가 부러져 장이 파열되는 심한 부상도 당해 본걸요.”

경주마 육성, 생산자 교육 진행

말 생산농가에서 태어난 말 중 일부는 마사회가 다시 매입해 조련시킨다. 대신 외관·건강상태 등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다. 지난해 마사회는 1세마 92마리를 매입했다. 보통 마리당 1천만원에서 최고 1억원까지 지불된다. 매입한 말들은 훌륭한 경주마로 키워진다.

매입한 경마는 430개 마방과 70여개 방목장에서 관리된다. 18개월 미만은 사람과의 관계개선 등 기초훈련을 받고, 18개월 이상된 말은 기승조교에 의해 출발·경주 등 경마를 위한 교육을 받는다.

말 생산업자에 대한 교육도 진행된다. 류원상 교관은 “생산자 교육은 말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업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말 생산농가수가 많지 않아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지도했지만, 지금은 인력이 부족해 주로 소집교육을 합니다.”

마사회는 올해 '경주마생산기술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아카데미는 생산자를 위한 경마육성교육과 기술전파교육으로 구성돼 있다. 말 타기부터 먹이 주는 방법까지 실무 위주의 교육이 진행된다. 올해 1·2차 36명 모집에 80여명이 지원해 2.5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가 많다. 또 수의축산대학을 대상으로 한 마필특성화 교육과 마사회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관육성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경주마 전문 육성을 위해 장수에 경주마목장을 추가로 건설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현재 경주마의 80%가 국내산으로 채워졌다.

 
 
주말이면 뛰는 ‘경마장’

경주마로서 위상을 갖추면 실제 경마에 투입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뛰게 되는데 성적에 따라 상금이 주어진다. 물론 마사회의 기준에 부합하는 경주마만 경주에 참여할 수 있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경마가 열리는 제주경마장에는 재결실·방송실·종합안내실·경기진행실·검사실이 있다. 정직원은 120여명, 아르바이트까지 포함하면 250명이 넘는다.

재결실은 경기 전반을 총괄한다. 재결실에서 신호를 보내야 경기가 시작되고, 최종 순위결정을 내려야 배당이 시작된다. 재결위원들은 망원경을 통해 경기를 세밀하게 관찰한다. 재결팀장과 재결과장 2명 등 3명의 합의로 모든 사안이 결정되는데, 정확한 판단을 위해 경기가 끝난 후에도 모니터를 통해 다시 점검한다. 만일 반칙이나 부적절한 행위가 있을 경우 기수나 조교사를 호출하기도 한다. 정도가 심하면 과태료나 기승정지·면허정지 등의 결정을 내린다. 기수의 면허를 마사회가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진행된 경기 중 8번째 경주에서 기수가 말에 너무 기댄 것으로 판단되자 즉시 기수와 조교를 호출했다. 경마 보호 차원이기도 하고 배팅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했다.

“간혹 결정에 대해 항의를 받기도 합니다. 돈과 연관되다 보니 사람들이 민감해요. 아무리 정확하게 판정을 해도 불만이 있기 마련이죠.”

정형석 재결팀장은 “재결위원들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양심과 소신”이라며 “아직까지 큰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늘 경기가 시작되면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방송실도 경마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서다. 고객과 재결실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서울 등에 경기장면을 송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방송실에는 중계아나운서 3명과 피디·엔지니어·카메라맨 등 8명이 근무하고 있다. 경기가 있는 주말에는 인원이 부족해 17명 정도의 아르바이트를 쓰고 있다. 경마장에는 카메라가 12대가 돌고 있는데, 모두 아르바이트가 담당한다.

방송실 관계자는 “모든 경기가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조그만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며 “경기 내내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토로했다.

가파른 계단을 통해 카메라탑에 올라가니, 2명의 직원과 아르바이트 1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도착순위를 기록한다. 분쟁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정밀한 디지털카메라까지 설치돼 있다. 참고로 경마 순위는 말의 코가 결승선에 통과한 시점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경기운영에 있어 특히 많은 경험이 필요한 곳이 출발라인이다. 3명의 발주위원이 상주해 있다.

“작은 실수 하나가 곧 경마와 기수의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한번은 말이 기수를 떨어뜨리고 혼자 달려 기수가 부상을 당한 적도 있어요. 출발이 경기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정확한 판단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강상익 본부장은 “발주위원들은 모두 전문직 출신”이라며 “잘못하면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에 연륜과 경험이 필요한 업무”라고 강조했다. 강 본부장도 발주위원 출신이다.

경주에 참가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검량실이다. 검량실은 출전 경주마의 체격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약물을 복용하지는 않았는지를 점검한다.

강 본부장은 “주말에 일하기 때문에 사실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며 “빛이 나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명래 마사회 제주본부 홍보과장은 경마에 대해 “경마를 위해 말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된 말의 능력을 점검하기 위해 경마를 진행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마 자체에 대한 의미보다는 말 생산을 위한 목적이 크다는 것이다.
 
걸어다니는 현찰박스 '씨수말'
경마를 할 수 있는 종마는 써러브랫종으로 한정된다. 세계적으로 혈통이 철저하게 보존된다. 족보에는 몇 대에 걸친 조상과 경마성적 등이 기재돼 있다. 국내 써러브랫 혈통관리는 마사회가 담당하고 있다. 경주마는 보통 2세부터 3~6세 전성기를 거친 후 은퇴해 씨수말로 활약한다. 그런데 씨수말로 활약하는 말은 1%도 안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종마로 활약하는 써러브랫종은 17두다. 포리스트캠프를 비롯해 메니피·볼포니·피코센트럴·비카 등으로 두당 몸값은 수십억원 이상이다. 외국의 경우 수백억원에 달하는 씨수말이 적지 않다고 한다.
 

국내 종마 17두 중 16두는 수입종이다. 대부분 씨수말로 최고의 명성을 떨치고 있는 스톰캣의 후손이다. 유일하게 '무패강자'만 국내산이다. 디디미와 아흔아홉칸(암말) 사이에서 태어난 무패강자는 마사회가 기증받은 말인데, 경마에서 1등을 놓친 적이 거의 없다. 더 이상 경쟁자가 없어 은퇴했다.
 

그러나 국내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종마로서는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종마의 몸값은 혈통과 경주성적, 자식들의 경주성적을 종합해 결정된다. 아무리 경주성적이 좋았더라도 자식마가 성적이 좋지 않으면 몸값이 떨어진다. 디디미의 경우 수입가는 4억원에 불과했지만 무패강자·쾌도난마·무비동자 등 내로라하는 경마를 출산해 몸값이 뛰고 있다.
 

마사회는 씨수말을 수입해 말 생산업자에게 무료 교배를 해주고 있다. 말 생산자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외국에서는 한번 교배할 때마다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메니피나 엑스플로잇도 외국에서는 한번 교배할 때 3만달러 이상을 받는다고 한다. 3~6월이 교배시기인데, 돈을 벌기 위해 계절이 다른 대륙을 넘나들기도 한다고. 걸어다니는 현찰박스인 셈이다. 마사회의 무료교배사업은 경마 수준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말 생산농가의 수입도 덩달아 늘어났다.

 
경마에 대한 TIP
현재 경마장은 서울(과천)과 제주·부산에서 운영 중이다. 모두 마사회가 관리한다. 과천 경마장에서는 써러브랫 경기만 참여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제주·부산경마장에서는 제주 조랑말과 써러브랫-조랑말 간 교배가 이뤄진 제주산마 등 두 가지 종류로 경주가 진행된다. 써러브랫의 몸값 결정에 큰 영향을 주는 대상경주는 1년에 한두 번 정도 열린다.
 

보통 경주에는 한 게임당 9~11마리가 뛴다. 하루 10경주가 열리고,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열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1주일에 20마리 정도가 경마에 나서는 셈이다.
 

배팅하는 사람들은 보통 3위까지 배당을 받을 수 있지만 마주들은 7위까지 상금을 받는다. 경기방식은 현재 순위를 맞추는 방식에 따라 단승식·연승식·복승식·쌍승식·복연승식이 운영되고 있다.

 
“사행산업이라는 단어를 찾아봤더니 ‘확실치 않은 미래의 요행을 바라고 투자해 이득을 얻는 행위’라고 돼 있더군요. 이 말대로라면 경마뿐 아니라 증권시장도 사행산업 아닌가요. 그렇지만 누구도 증권산업을 사행산업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경제에 기여하기 때문일 겁니다.”
 

정금석(56) 한국마사회 제주본부장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추진하고 있는 ‘사행산업 규제방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사감위는 최근 경마·경륜·경정산업에 대해 매출총량을 규제하고, 인터넷배팅 금지와 ID카드제도 도입 등을 뼈대로 하는 ‘사행산업 건전화방안’을 마련했다. 이렇게 될 경우 마사회 매출은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마사회 역시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고 말했다. 경륜·경정 등 다른 레저는 결승선에 들어오면 모든 게 끝나지만, 경마는 결승선을 통과하면 그때부터 새로운 산업이 시작된다는 게 정 본부장의 설명이다. 경마를 다른 레저와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경주마를 키우려면 보통 3년이 소요됩니다. 말 생산농가에 각종 지원을 하고 있죠. 축산업 발전에 기여합니다. 게다가 연간 3조4천억원의 교육세를 냅니다. 이밖에 각종 지방세와 교부금 명목으로 수천억원을 가져갑니다. 그런데도 정작 재원을 제공받는 사람들은 마사회의 존재를 모릅니다. 억울한 측면이 있죠.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받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마사회는 매년 650억원 정도의 세금을 제주도에 납부하고 있다. 제주도 세수의 15%를 마사회가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홍콩의 경마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자키클럽의 예를 들었다. 자키클럽은 스스로 마련한 재원으로 해양공원·병원·학교 등을 지어 국가에 기증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마사회의 경우 정부가 재원을 모두 가져가기 때문에 자체 사회공헌사업은 엄두를 못 낸다고 토로했다. 그는 “직원들은 물론 홍콩 국민들까지 쟈키클럽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마사회도) 노력한 만큼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마의 부작용만 바라보지 말고 긍정적인 면도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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