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공공기관에 칼을 빼들었다. 정권 초 길들이지 않으면 어렵다는 다급함이 묻어났다. 그러나 5월 촛불정국에서 한차례 기가 꺾였다. 급기야 전기·수도·건강보험을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민영화방안은 당초 5월께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계속 연기됐다.

촛불정국이 수습되자 정부는 ‘선진화’라는 이름을 들고 나왔다.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를 통해 잃어버린 국민적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8월 1차 공공기관 선진화방안을 발표한 이래 지난 10일 3차 방안까지 발표했다. 검토기관 319곳 중 110여개가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노동계·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졌고 금융위기가 발목을 잡으면서 정부가 기대했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배불리기'라는 비판마저 받고 있다.

오히려 불안감만 키웠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기금의 통합유보 결정이다. 중소기업이 다 무너질 위기에 있는데도 애매한 입장을 취해 불확실성만 키운 셈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충분한 검토와 여론 수렴없이 몰아붙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정부가 노동계와 공기업 지방이전 차질을 우려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신임을 잃어버리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무너뜨리는, 손해나는 장사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요한 정책의 경우 철저한 검증과 국민적 동의 절차가 필수적인데도 이 과정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론수렴을 위해 몇몇 사안에 대해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지만, 형식적이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민영화가 최선’이라는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회적인 방법으로 민영화에 대한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예컨대 한국전력이나 철도공사·도로공사의 경우 단서조항을 붙였다. 민영화나 민간위탁 확대를 위한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힘도 잃고 지지도 받지 못하는 공공기관 선진화방안에 매달리지 말고 경제위기로 신음하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높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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