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규(53)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은 지체 장애인이다. 휠체어는 그의 발이다. 장애 때문에 대학을 포기한 적도 있는데 교수가 된 후 7년 동안의 평가에서 1위를 했다. 장애인이라 못할 일은 없다고 했다. 그는 이사장으로 발탁되기 전에는 공단 고용촉진이사였다.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처음 있는 내부 발탁 인사였다. 김 이사장의 목소리에는 그래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의 가장 큰 숙제는 중증 장애인의 고용이다. 장애인 중에서도 중증장애인은 고용의 사각지대라고 진단했다. 적어도 임기 중에 중증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기반은 만들어 놓겠다는 게 그의 목표였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기업주를 만나러 다니고, 종교계 지도자도 면담할 계획이다. 기업주의 인식도 바뀌어야 하지만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직업능력개발센터를 통한 맞춤교육도 방법이고, ‘자회사형 표준사업장’도 또 다른 방법이다. 표준사업장은 모회사에서 설립한 자회사인데 이곳에서 장애인을 고용하면 모회사가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준다. 그런데 김 이사장이 강조하는 것은 무엇보다 ‘자존’ 혹은 ‘자신감’이다.

“장애인 고용은 봉사가 아닙니다. 장애인도 일하는 사람입니다. 장애인에게 월급을 주는 것은 일한 대가일 뿐이지 봉사가 아니라는 것이죠.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은 사회공헌 쪽에서만 얘기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 이명박 정부에서도 취약계층인 장애인고용에 관심이 많습니다. 달라진 게 있나요.

"관심과 별개로 경제가 워낙 좋지 않습니다. 경기 악화 여파가 장애인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걱정입니다. 타개책의 일환으로 경총 관계자들을 가까운 시간 안에 만날 계획입니다. 얼마 전 국회에서 업무보고 할 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에게 장애인고용을 위해 노력하는 움직임을 보여 달라고 요청해서 승낙을 받았습니다. 이와함께 종교계에도 지원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스님이나 사회적 덕망 있는 지도자에게 장애인 고용의 중요성을 말씀드리고 다녀야죠. 장애인들이 (경기악화의)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도 하고요. 정부에서 취약계층 대책을 내놓고는 있는데 장애인 고용에는 구체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니까 그 속에서 경제계의 협조를 얻어내는 작업을 해야죠."

- 언제쯤부터 만날 생각이십니까.

"먼저 경제계 대표를 만나러 다닐 생각입니다. 취임한지 두달이 넘었는데 7개 대기업 회장들과 인사담당자들을 만났습니다. 장애인 고용에 힘쓰겠다고 구두로나마 약속은 했는데 아직은 열매가 없는 상태입니다. 사회적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어서 국회의원이나 종교계는 사회를 이끄는 정서의 중심에 있는 분들이니까 협조를 구하는 거죠."

-기업주들의 인식에 따라 장애인 고용이 달라지죠.

"옛날에는 장애인에 대해 무조건적인 거부감이 있었는데, 공단의 고용촉진이사로 3년 간 있으면서 업무를 해보면 대기업도 그렇고 인식이 좋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만나보니까 장애인 채용에 공감하면서도 다만 어떤 일을 맡길지는 아직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정서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옛날보다 좋아졌는데 어떤 직무에, 어떤 장애인을 배치시킬지는 힘들어 합니다. 성공적인 사례가 있는데요. 지난 2005년에 36개 대표적인 기업과 공단이 협약을 체결한 적이 있습니다. 장애인 고용을 열심히 하겠다는 협약인데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전자입니다. 협약으로 삼성전자는 원하는 직종을 공단에서 모집해 6개월 간 훈련을 시킵니다. 250명 가까이 맞춤 훈련을 해서 보냈는데 삼성전자도 만족했고 장애인도 만족했어요.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맞춤 훈련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기업들을 설득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장애인이 필요하다고 하면 공단은 직업능력개발센터에서 훈련을 시켜서 기능습득뿐만 아니라 인성, 대인관계를 교육해서 보냅니다. 연착륙 가능성이 크죠. 공단은 모집대행부터 맞춤훈련까지하고, 인재들을 발굴해서 기업이 원하는 직무에 매칭시키는 것이 가장 큰 일입니다. 어떤 일거리를 주느냐라는 걱정도 줄어들면 장애인들이 큰 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질 겁니다."

- 직업능력개발센터를 운영한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교육기간은 또 얼마나 됩니까.

"경기도 일산은 91년부터 했고요, 나머지는 대전·대구·전남·부산까지 총 5개인데 2002년까지 다 만들었습니다. 광역별로 하나씩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일산은 청각과 시각, 대구는 시각, 부산은 정신장애, 전남은 뇌병변장애를 특화해서 거기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장애인을 연결시켜 맞춤훈련과 특화훈련을 합니다. 청각의 경우 해당 인원만 모아서 친 농아적 환경을 만드는 것처럼 장애 특성에 따라 훈련을 하면 훨씬 효율이 있습니다. 교육기간은 다릅니다. 1~2년 기능습득하는 과정과 중증장애일 경우 직업능력 정도를 판정, 평가하는 과정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적장애인의 경우는 사회적응 훈련 프로그램도 합니다."

-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지난 4월1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현장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은 인권포괄적인 부분으로 교육이나 고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신 장차법과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어떻게 병립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장차법이 선언적인 법이지만 우리는 벌금을 부과하거든요. 강제성이 있는데 공단에서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할 때 물리는 부담금이 있어서 기업 입장에서는 딜레마일 겁니다. 외국의 경우도 시행 초기에 고용률이 일시적으로 낮아지는 경우도 생기고요. 국가인권위원회와 협약을 맺어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법에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가 있는데 그거야 말로 기업이 해야 할 일이거든요. 최소 4천~5천억원이 필요합니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 기업에 어떻게 부담시킬 지 고민입니다. 지방 15개 지사를 통해서라도 고용차별에 대한 신고센터를 공단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선 화장실 개선 같이 큰 돈이 들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해소하고 예산이 확보 되는대로 바꿔야겠죠. 반기업적인 게 아니기 때문에 법의 취지만 잘 살리면 기업도, 장애인도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 장애인을 채용하는 것이 기업에도 도움된다는 것을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대학교 논문을 보니까 장애인을 고용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에 기업 주가가 1%포인트 정도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1천억원 정도입니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사회공헌 쪽에서만 얘기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장애인 고용은 봉사가 아닙니다. 장애인도 일하는 사람입니다. 정당한 월급을 받고 일하는데 봉사가 아니죠. 도시락 주는 것도 아니고. 기업의 사회적공헌(CSR)을 볼 때마다 눈에 보이는 것만 하려는 것이 거슬리던데 진정한 사회공헌은 일자리를 주는 거죠. 생판 일 못하는 사람을 채용하라는 게 아니잖아요. 공단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맞춰주겠습니다. 외국의 경우 2~3년이면 비장애인과 업무능력에서 차이가 안납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장려금을 줘서라도 매워주고 보조공학 도구를 제공해서라도 업무 손실을 줄여주려고 합니다. 기업으로서도 80~90% 능력을 발휘하면 손해보는 건 아니잖아요. 장애인은 1%도 안되고 99%는 비장애인인데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하이테크 산업으로 갈수록 지능만 가지고 정상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사이버 경찰관으로 장애인 2명을 보냈습니다. 경찰청이 요청해서요. 그런 영역이 많을 것입니다."

- 내년부터 공공기관에서 의무고용률을 3%로 올려 시행합니다. 현재 2%도 채우지 못한 곳이 많죠.

"일반 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기관평과 항목에도 들어가 더욱 좋아졌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장애인을 더 고용해야 합니다. 정부부터 고용해보니 좋은 인적자원이라는 것이 증명돼야 일반 기업에게 고용하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공기업 쪽으로 가게 된다면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공부하는 친구들은 공기업 쪽으로 진출하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 계획하고 있는 획기적인 고용촉진 방법이 있습니까.

"획기적인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의무고용률 2%로 잡은 것은 장애인 고용이 워낙 안 되니까 2%라도 해주자는 얘기 아닙니까. 몇 퍼센트인지는 의미가 없습니다. 공단도 19%를 장애인으로 고용하고 있거든요.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는 다른 공기업이나 기업에서도 2%에 머물지 말고 4~5%로 해달라는 겁니다. 2%는 사회적 약속일뿐입니다. 미국에 의무고용률이 있는 것도 아닌데 IBM만 하더라도 5~6%가 넘거든요. 획기적이라기보다는 그동안 경증장애인 위주로 사업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임기 중에 중증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게 가장 큰 일입니다. 완성하기는 힘들겠죠. 목표물을 좁혀서 중증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도록 준비하고, 경증을 비롯해 보다 많은 장애인들은 장차법에 의해 움직이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죠. 220만 장애인이 직업을 갖고 싶은 마음은 다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2% 의무고용률로는 다 일하게 해줄 수 없습니다. 지금도 2%도 난리인데 10% 채우라고 하면 기업들은 생산성 떨어진다고 난리겠죠. 제한적인 의무고용제도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공단이 그 이상의 고민을 해야 합니다."

- 임기내에 고용률 달성목료를 1.85%로 잡으셨던데 구체적인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중증장애인들을 고용시장으로 끌어내는 문제나 여성장애인, 노령자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공단에서 ‘트루컴패니’라는 상을 주는데 삼성이 수상하면서 2010년까지 2%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어요. 대기업이 움직이면 굉장히 쉽죠. 문제는 2%를 달성하면 오히려 기금이 ‘0’이 되는 겁니다.(장애인고용기금은 의무고용률에 못미치는 기업이 내는 부담금으로 이뤄졌다.) 임기중에는 몇% 올릴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고용률이 높아짐에 따른 기금문제를 어떻게 풀지도 아울러 같이 고민해야 합니다."

-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자회사를 설립해서 장애인을 고용하면 모회사 실적으로 잡이니 기업입장에서도 좋은 제도로 보입니다.

"다들 호응이 좋아요. 긍정검토하겠다는 데도 있고 올해 4개 회사와 MOU를 맺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올해까지 8개, 임기중에 30개를 설립하는 겁니다. 기업은 채용을 하거나 부담금을 내는 양날의 칼밖에 없잖아요. 돈 줄래, 아니면 채용 할래 이런 의미인데 이제는 중간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직접 채용하지 않더라도 자회사만 설립하면 고용실적으로 인정해주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장려금도 주고 3년 간 모기업의 어떤 지원을 받더라도 부당내부거래로 보지 않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다만 그쪽 기업들도 어떤 일을 맡길지 고민이라고 합니다. 일본은 이런 사업장이 220개나 됩니다. 나사렛학원처럼 대학에서도 하고 병원에서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공군사관학교의 청소영역을 지적장애인들에 줬습니다. 1년에 700만달러입니다. 우리나라도 아웃소싱이 주류인데 국회나 행정부 차원에서 장애인에게 업무를 주겠다고 의지를 보이면 문제는 풀립니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 고용에도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고용흡수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기업에서 생산성 얘기를 하는데 100% 중 30%가 장애인입니다. 100명이라면 30명이 장애인이고, 그중에 15명이 중증장애인입니다. 생산성에 문제 없습니다. 100%를 다하라는 것도 아니고 기업에서 편견없이 해주면 성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일하는 구조니까 좋고, 앞으로는 노령자도 같이 하니까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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