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서울 문래동 철제상가 거리에서 축제가 열린다. ‘물레아트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축제는 11월1일까지 한 달 내내 펼쳐진다. 춤과 퍼포먼스, 회화·사진 전시, 시 낭송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다.

문래동은 구로·가리봉동과 더불어 서울의 대표적인 준 공업단지다. 최근 경기도 시화철강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휑하긴 하지만, 지금도 거리의 주인공은 쇳덩어리와 그것을 자르고 깎는 노동자들이다. 그런 문래동 철제상가에서 웬 예술축제?

28일 만난 김은정(40) 물레아트페스티벌 총감독(온앤오프무용단 대표)는 “매일 문래예술공단 춤공장으로 출근한다”고 말한다.

“아마 5~6년 전부터였을 거예요. 홍대와 신촌이 점점 상업공간으로 변하면서 비싼 임대료에 허덕이던 예술가들이 하나, 둘 문래동으로 이사오기 시작했어요.”

철제상가는 보통 1층에는 철공장이 있고 2층에는 공장과 판매처를 연결해주는 중개소가 있다. 그런데 대부분 중개소들이 공장이 많은 수도권과 지방으로 이전했다. 그 빈자리에 싼 임대료를 찾아 문래동으로 온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었다.

9월 현재 약 150여명의 예술가들이 문래동 철제상가 일대에 모여살고 있다. 그런 예술가들이 모여 지난해 ‘문래예술공단’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예술작업을 하며 지역주민과 교감하고 소통하기 위해 봄에는 ‘경계없는예술프로젝트@문래동’ 행사를 열고, 가을에는 ‘물레아트페스티벌’을 펼친다.

김 대표의 스튜디오 이름은 '춤공장'이다. 리허설도 하고 전시나 공연이 열리기도 하는 공간을 춤공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춤’이라는 노동을 통해 ‘작품’이라는 생산물을 제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통 무용가라고 하면 예쁜 의상을 입고 잘 꾸며진 무대에서 춤추는 사람을 말하잖아요. 그런데 우리의 무대는 보통 사람들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현장이고 의상은 보통 사람들이 입는 옷과 똑같아요. 정해져 있는 공연무대와 의상에 반기를 든 거죠.”

물레아트페스티벌의 취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 대표는 물레아트페스티벌을 “철공소와 새로 지은 아파트들이 마주 서 있는 문래동 거리에서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예술마당”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요즘 문래예술공단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지난 7월9일 준공업지역 공장부지에 최대 80%까지 아파트를 건립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면서, 재개발 역풍이 거서게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3.3제곱미터(1평)당 월세 1만원이면 작업실을 구할 수 있었는데, 벌써부터 땅값이 요동치고 있어 앞으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예술가들도 안정된 고용이나 수익이 없는 비정규 노동자입니다. 나가라고 하면 버틸 재간이 없죠. 어차피 개발이 된다고 해도 미리 걱정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우리의 무기는 창작이잖아요. 최고의 생산물을 가지고 관객들과 소통한다면 길이 있지 않겠어요?”
 
 
<매일노동뉴스> 2008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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