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에서 4년 동안 3번 해고를 당하고 2번 복직한 차윤석(43)씨. 지난 25일 만난 차씨의 노트북에는 영화 ‘매트릭스’의 대사가 적혀 있었다.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차씨는 지난 96년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하나은행 지점에 입사했다. 자금부 어음교환실에서 정규직 사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2001년 회사로부터 3년 계약직 전환을 요구받았다. 하루아침에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이 된 것이다.

차씨가 요구를 받아들이자, 회사측은 2004년엔 1년 계약직을 제시했다. 이번에는 거부했고, 그는 해고됐다.

“아침에 눈 떠서 밤까지 이 일을 어떻게 극복할 지 같은 생각만 한 적도 있어요. 멍한 상태였죠. 분명 잠이 들었는데 어느 순간 제가 일어나 방의 벽을 계속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이러다 정말 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죠.”

본격적인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2004년 11월 시작됐다. 차씨는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 복직하면서 회사측의 부당한 전보발령을 거부했다. 당시 주위 사람들은 그에게 “미친 것 아니냐”, "이번에 들어가지 않으면 100% 잘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노동법 공부에 주력했다. 혼자 법원과 검찰을 찾았고 노동부에 진정도 냈다. 차씨는 법 공부를 하면서 공사판에 나갔다. 두 아이와 아내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실전을 위한 공부였어요. 근로기준법·노조법은 물론이고 민법·민사소송법까지. 투쟁에 필요했기 때문에 법 공부를 시작했죠.”

그는 요즘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겪은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노동상담을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서울지방법원은 지난달 14일 하나은행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6년 동안 지급하지 않은 시간외수당과 2006년부터 2007년까지 1년 동안의 임금과 이자 등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회사측이 밀린 임금을 지급하지 않자 그는 지난 4일 법원 집행관과 함께 은행을 찾아아 강제집행을 했다.

동행했던 집행관도 차씨에게 “30년 넘는 집행관 생활 동안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차씨는 강제집행관 실무요령을 그에게 보여주며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웃었다.

해고기간 중 임금 1천200만원은 물론이고 결국 1억원의 밀린 임금과 수당까지 받아낸 것이다.

“법 앞에는 누구나 평등하다고 하지만 현실은 거대자본이 항상 법 위에 군림하려고 합니다. 비록 2차 해고자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겁니다. 우리사회에 상식이 통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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