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전력난 악화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에 지난 17일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단전조치가 취해지고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는 이날 밤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한다.

무엇이 이런 비상사태를 초래했을까. 한마디로 4년 전 캘리포니아주가 전력사업을 민영화하면 전력요금이 저렴해질 것이라는 전제 아래 전력사업을 민영화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데이비스 주지사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주정부가 민영화를 백지화하고 전력요금과 전력공급을 직접 규제할 수 있도록 주에너지공사'(State Energy Authority)'를 설립해 발전소의 건설. 운영을 전담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9일 전력사업의 민영화를 골자로 하는 전력사업구조조정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 법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전이 담당해 온 발전사업은 원자력발전을 제외하고 모두 5개의 발전회사로 분할해 민영화하도록 돼 있다.

정부당국이 전문가들과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한 명분은 민영화를 통해 시장경쟁체제를 확립해 전력요금을 낮추고 한전의 부채 증대를 막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의 캘리포니아 사태를 보면 민영화가 최선책이 아니라는 교훈을 가르쳐주고 있다.

필자가 수년간 한전의 사외이사로서 우리나라 전력사업의 내용을 자세히이해하게 되면서부터 민영화는 정부 의도와는 달리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검토되고 있는 1개 발전회사의 발전규모가 7백만㎾이고 추가로 발전소를 계속 건설하도록 돼 있는데 이런 규모는 내. 외국인을 막론하고 민간이 투자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다.

한전이나 일본의 도쿄(東京)전력 같은 일반 전력사업자가 아닌 발전만 전문으로 하는 독립발전사업자로서 발전 설비를 5백만㎾ 이상 보유한 회사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규모의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현행 분할방식을 고집한다면 어느 한 발전회사도 민간에 매각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현재 적용하고 있는 전력구매계약의 경직성 때문에 국내외 투자자의 발전 설비투자는 권장되기보다 위축되기 쉽다.

예컨대 현대.LG.SK.포철 등 국내 굴지의 회사들도 발전사업자로 허가를 받고 발전소를 건설 또는 시운전 중에 있으나 외국투자 유치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3년간 국내외 업체를 막론하고 신규발전사업에 냉담해 새로운 발전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전력의 안정공급을 위해 전력공급자는 항상 설비의 적정 예비율을 확보해야 한다. 이익추구가 주목적인 민간발전 사업자는 예비율이 낮을수록 이윤극대화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정예비율을 위한 설비투자는 게을리하기 쉽다.

따라서 발전을 민간업자에게만 맡겨 두면 국민 경제가 요구하는 적정예비율을 확보할 수 없다. 이번의 캘리포니아주 전력난도 1996년 민영화 이후민간발전회사들이 적정예비율 유지를 위한 신규발전설비 투자를 기피한데서 빚어진 사태로 봐야 한다.

넷째, 전력공급은 성수기. 비수기에 따라 과잉 또는 부족현상을 나타내곤하기 때문에 전력요금이 수요공급의 완전경쟁 원칙에 맡겨질 경우 전력공급 부족시엔 전력요금 인상으로 전 산업과 국민생활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기 쉽다.

지난 여름 미국의 샌디에이고에서 성수기의 전력 부족으로 전기요금이네배까지 상승한 사실이 이를 웅변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다섯째, 발전사업은 건설기간과 투자회수기간이 길기 때문에 국내외 민간업자가 발전사업을 기피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정부는 정확한 수요예측에 입각해 한전 같은 기관으로 하여금 전원개발과 전력공급을 책임지게 하는 보완조치가 절대로 필요하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4년 전에 전력산업을 민영화했다가 다시 공영화하기로 한 정책결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민영화했을 때 정부 명령으로 민간회사가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전력요금을 내리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때문에 전력산업의 구조조정은 시급히그 내용을 대폭 수정.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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