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에 경제와 관련한 조항이 시장경제주의를 지향하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5일 내놓은 '헌법 경제조항의 국가간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1987년에 마지막으로 개정된 우리 헌법엔 자본주의 국가로서는 이례적으로 경제에 관한 별도의 장(제9장)이 있는데다 내용 또한 다른 선진국 헌법에 비해 구체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농어업 및 중소기업 보호육성. 소비자 보호 등 세부적 사안을 헌법에서 다루고 있는 나라는 자본주의. 사회주의 국가를 통틀어 우리나라뿐인 것으로 분석했다.

근로권. 사회보장수급권.국토의 균형 개발 등의 경우 미국.프랑스.일본.독일과 같은 선진국들은 관련 조항이 아예 없거나 간결히 규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헌법은 국가유공자의 유가족에게 우선적 근로 기회 부여, 생활무능력자 국가보호, 국가의 지역경제 육성의무와 같은 내용도 헌법에 명시하는 등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헌법과 유사한 수준의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는 것.

보고서는 재산권의 경우 미국. 일본.프랑스 헌법이 '정당한 사전 보장없이는 소유권 침탈을 금지한다' 는 명문을 통해 강력히 보장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 헌법은 '공공의 필요에 의해 재산권을 국가가 수용할 수 있고, 법률에 따라 정당히 보상한다' 고 규정, 사유재산 보장 정도가 비교적 약하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헌법은 국가표준제. 과학기술 진흥.대외무역 육성.환경친화적 주택개발정책 등에 대한 국가의 의무 또는 개입 가능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나 옛 소련. 옛 동독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 헌법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 헌법내 경제조항은 1948년 8개 조항 12개 항목에서 현재 13개조항 36개 항목으로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경제관련 법률도 크게 늘어전체 법률의 71.9%인 6백69건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 프랑스.일본.독일의 헌법내 경제조항 수는 각각 0~3개였다.

이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80년대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심을 돌리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헌법에 경제관련 조항을 계속 추가해왔다" 며"선언적 의미를 갖는 헌법에 경제관련 조항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전경련은 그러나 헌법의 경제조항 변경 방향에 대해서는 분명한 주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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