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협력원의 노동교류 일환으로 지난 24일 베트남 노사정 대표단 6명이 한국을 찾았다. 한국의 사회적 대화 시스템을 접하기 위해 이들은 방한기간 동안 한국노총·경총·노동부·노사정위·SK텔레콤 등 한국의 노사정 단체를 두루 방문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를 대표해 한국을 찾은 후인 티 년(56) 노동보훈사회부 수석차관. 28일 오전 그가 머물고 있는 서울시 중구 서소문에 위치한 숙소에서 만났다.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는 장관과 차관이 모두 여성이다. 여성파워가 돋보인다. 후인 티 년 수석차관은 재정부 차관(2003~2006)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의 노사정대화 시스템 보러왔다”

- 두 번째 한국 방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2006년 처음 방문했다. 당시는 한국에서의 베트남 노동자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찾았다. 이번엔 한국의 노사정 대화 시스템에 대한 선진적 경험에 대해 연구 기회가 주어져 방문하게 됐다. 두 번 째 방문이다보니 더 친숙하고 가까운 나라라는 느낌이다.”

- 그동안 돌아본 한국의 노사정 대화 시스템에 대한 소감은.

“노사정 대화 창구가 마련돼 있고 확실한 제도가 수립돼 있는 점이 좋아 보였다. 노사정 간 각 역할이 분명히 정립돼 있는 점도 마찬가지다. 노사관계에서 노와 사의 역할과 권리가 법률로 분명히 규정돼 있는 점도 높이 평가한다.”

- 한국의 노사정 대화 시스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베트남에도 사회적 대화 기구가 있나.

“그렇다. 지난해 말 총리령으로 국가 노사정위가 설립됐다. 노동문제에 대한 정부 자문기구로서 역할을 한다. 한국과 같이 노사정 3단체가 참여한다. 이제 막 시작돼 아직 성과는 없지만 투명하고 민주적인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한국은 각 지역마다 노사정협의회가 설립돼 있으나 베트남은 몇몇 지역에 한 해 설치돼 있다. 기업단위 노사대화는 아직 제한적이다. 상당수 기업에서 노조가 결성돼 노사대화가 이뤄지나, 아직도 노조가 결성되지 않거나 대화 시스템이 없는 기업이 많다.” 

“베트남도 지난해말 노사정위 설립”

- 뒤늦게 노사정위가 설립된 배경이 궁금하다.

“실제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시장경제 도입으로 노사 간 활발한 활동이 있다보니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노사 대화창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어서 설립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나라 노사정위 사례를 연구했다. 당연히 한국의 노사정위도 포함됐다.

베트남 노사정위가 다루는 가장 큰 문제는 임금 문제다. 또 각 기업마다 건전한 노사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할 때 가장 빠르면서 좋은 내용으로 정착될 수 있을지를 논의하고 있다.”

한국은 베트남 4대 투자국 가운데 최근 투자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 누계총액 831억달러 중 한국은 135억달러로 최대투자국이다. 현재 약 800여개의 한국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 한국기업들이 왜 베트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나.

“한국기업들이 올바른 투자를 선택했다고 본다. 기업들이 호락호락하게 투자했을 리가 없다. 우선 양국 문화 간 유사점이 많다. 또 베트남 정부가 국내외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 등 투자자에게 친근한 투자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일부 새로 만들어진 공업단지에서는 외국인 기업을 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베트남 노동자는 근면하고 성실히 근무하는 편이다. 이런 면이 한국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 베트남 내 일부 한국기업에서 노사분규가 발생하고 있다고 들었다.

“베트남에서 노사분규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정부에서 볼 때 여러 가지 다른 노동현황과 비교할 때 노사분규는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베트남 노동자는 현재 경제사정이 안 좋다보니 임금으로 생활하기 어려워 임금인상을 원하고 있다. 기업 노사 간 대화가 원활히 이뤄지고 회사가 노동자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갖는다면 심각해지진 않을 것이다.” 

인플레 따른 임금인상 요구 높아

최근 베트남은 경제상황이 어렵다보니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통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가장 큰 노동이슈가 되고 있다.

- 인플레이션 상황이 심각한가.

“올해 물가상승률이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은 사실이다. 세계 경제침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부는 연초부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6월부터 증가추세가 둔화되고 있다.”

-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수준은.

“사실 (임금인상 수준에 대해) 시각차가 큰 편이다. 노조측은 20~30%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에 각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식적으로 임금인상에 대한 노사 양측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 노사정위에서 임금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임금인상률이 결정되나.

“그렇다. 정부는 미리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양측 의견을 수렴해 기업별·업종별로 정확한 상황을 확인한다. 노사정위에서 임금인상을 논의, 합의를 거쳐 오는 11월1일 그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효력은 두 달 뒤인 내년 1월1일부터 발생한다.” 

“노사정대화 통해 임금인상 수준 결정”

- 노사정위가 보는 적정 임금인상 수준은.


“노동자 생활이 가능한 선에서 임금이 결정돼야 하는데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현재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 노사 당사자 간 어려움이 중첩돼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양보를 통한 고통분담을 생각하고 있다. 임금인상 수준은 기업이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결정하려고 한다.”

- 베트남은 많은 인력을 한국에 보내고 있다. 한국의 고용허가제에 대한 의견은.

“매년 베트남에서 해외로 송출되는 인력은 8만명이다. 이 중 1만명은 한국에서 일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한국은 훈련제도나 프로그램이 잘 돼 있다. 한국 정부와 NGO 등의 지원·교육·사전준비 등이 잘 이뤄져 있다. 국제노동협력원의 무료통역 지원, 베트남 노동자 교육시설과 프로그램,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등이 인상적이다.” 

해외근로 숙련노동자 기업과 연결시켜

- 한국서 일하다 고국으로 돌아간 베트남 노동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있는가.


“정부는 해외에 나가는 노동자에게 바라는 점은 선진기수로가 시스템을 익혀와서 국내 산업에 참가해 국내 기술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길 원하고 있다. 베트남 내 한국기업의 경우 한국서 일했던 노동자를 다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서 일한 숙련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다. 또 각 지자체마다 귀국 노동자를 통보해 고용을 지원하고 고용지원센터에서 해외근로 경험자를 찾는 기업과 연결시키고 있다.”

- 한국내 베트남 노동자를 위해 한국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한국 내 베트남 노동자에 대해 기술과 언어에 대한 요구가 많다. 기본적으로 베트남 노동자는 근면·성실하고 손기술이 좋다. 이해력도 빠르다. 이같은 장점을 잘 살려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한다면 좋은 노동력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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