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운기 한국기술교육대학 총장 취임으로 노동부 산하기관의 진용이 모두 갖춰졌습니다. 기존 사업의 연계와 새 사업의 가동과 동시에 기관장들 앞에는 기관 ‘효율화’라는 숙제도 놓여있습니다. <매일노동뉴스>가 노동부 산하 기관장들을 연쇄 인터뷰하고 그 방향과 철학을 들었습니다.<편집자 주>
 
 
 

1년 6개월,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노동부 산하기관장이 줄줄이 자리를 내놓을 때도 그는 유일한 ‘생존자’로 남았다. 조용하지만, 강단있게 소신을 설파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법도 하다. 김원배(55)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얘기다. 지난 4일 공단 집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그는 여지없었다. 최근 발표된 ‘2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한 얘기였다. 2차 방안에서 근로복지공단은 두 가지 방향으로 언급됐다. 하나는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징수업무를 떼어내 건강보험공단으로 이관하는 내용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국산재의료원과 통합한다는 내용이다. 하나는 조직이 줄어들고, 하나는 늘어나는 모양새다.


“징수통합, 새 정부 들어 변질됐다”
 

조직이 줄어드는 징수통합 문제에 접근하는 그의 방식은 의외였다. 그는 징수통합에서 지칭하는 ‘징수’의 개념에서 보험 적용의 포괄 여부를 엄격하게 해석했다. “새 정부 들어 변질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지난 정부에서) 징수통합 문제는 국세청 산하의 징수공단에 통합하는 것으로 합의됐습니다. 징수의 개념에는 적용과 징수가 포함된 것이었는데 그 배경에는 국민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서 변질돼 징수만 떼서 건보에 주겠다고 됐습니다. 적용은 근로복지공단에 남는 겁니다. 이게 과연 국민편익 증진과 맞아 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적용과 징수가 떨어지면 국민 입장에서는 두 기관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에 오면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을 적용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징수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처리해야 하니 빈 말이 아니다. 그래서 “적용까지 보내주겠다”는 게 공단의 입장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율배반적이다. 근로복지공단으로서는 이렇게 주장하면 할수록 자기 식구를 더 많이 넘겨줘야 하지 않나.

“우리도 덜 보내는 게 좋죠. 조직 이해를 가지고 따질 사안은 아닙니다. 괜히 그런 식으로 통합해서 국민들에게 욕을 먹으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됩니다. 조직이해를 떠나서 적용까지 다 가지고 가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야 일사분란하게 일이 진행됩니다.”

인력도 적용과 징수가 함께 넘어가느냐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현재 적용·징수 인력은 통틀어 1천400명이고, 김 이사장의 생각대로라면 그중 50%를 건보공단에 넘기게 된다. 그런데 적용업무가 근로복지공단에 남게 되면 거기에서 또 줄어들어 반 수준만 넘기면 된다.

남게 되는 인력의 사용처는 이미 생각해 뒀다. “지금도 인력이 굉장히 부족해요. 직원들이 힘들어하는데 선진화 방안이 제시되고 구조조정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인력을 달라고도 할 수 없잖아요. 남는 인력은 새로운 서비스 분야에 투입이 되고, 재활업무가 전국 지사의 독립부서로서 전문적인 서비스를 하도록 할 예정인데 거기에 투입할 생각입니다.”


“지역 산재의료원 매각 고려 안해”
 
 
산재보험의 최종 목표가 ‘재활’에 있다는 것은 그의 소신이다. 한국산재의료원의 통합도 역시 재활에 초점을 맞췄다. “재활의료 기관으로 재편해 재활사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정책과 비전이 원할하게 추진되지 못했다”며 “이제 강력한 집행력이 생겨서 해볼만하다”고 덧붙였다.

2010년 1월을 목표로 추진되는 산재의료원 통합은 이미 준비 작업이 시작됐다. 근로복지공단과 산재의료원 인사가 반반씩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도 조만간 구성된다. 적자를 보고 있는 산재의료원 개편이 핵심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산재의료원이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통합하는 데 부담은 없습니까.

“부담스럽죠. 내부적으로 ‘맨 파워’를 어떻게 운영하느냐, 이런 문제가 아마 중요할 겁니다. 일반 병원과 동일한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체질을 갖추고 공단이 지원하게 될 겁니다. 체질을 갖춘 뒤 그 토대 위에 지원하면 적자가 날 이유가 없어요. 일반병원보다 산재병원이 훨씬 유리해요. 지원기준이 일반병원보다 높습니다.”

-적자의 구조적인 원인은 병상회전율 문제 아닙니까.

“그것도 문제죠. 인력 운영이랄지, 조직 운영력 이랄지, 병상회전율에서 일반병원과 동일한 경쟁체제를 갖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동안 경영적자가 발생하는 부분을 민영화하거나 매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만큼 이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지역 산재병원을 민간에 매각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습니까.

“지금 현재는 그런 방안이 없습니다. 도저히 구조조정이 어렵다고 한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겁니다. 구체적인 것은 통추위에서 서로 얘기가 진행되겠지만 통합의 기본 방향은 일반병원과 동일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체질을 강화시키고, 그 토대 위에서 산재의료원이 발전해나갈 방향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겁니다.”

그는 “산재의료원도 공단에 통합되는 것을 원하고 우리도 반대하지 않는다”며 “통합안에 전반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의료기관이 어떤 형태로 개편돼야 하는지는 의사를 포함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수지 개선, 그러나 만족도 높아져”
 
 

근로복지공단의 업무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특히나 보험수지가 좋아졌다면 의심이 먼저 든다. 요양을 줄이거나 적용을 까다롭게 하기 때문 아니냐는 시각이다. 올해 시행 3년째를 맞는 ‘산재보상 찾아가는 서비스’가 그것이다. 시행시기와 보험수지 개선이 거의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보험수지 개선액이 무려 1조3천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김 이사장도 “창단 이래 최고 실적”이라고 불렀다.

그런 시선을 김 이사장이 모를 리 없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요. 요양을 안 해주고 이런 거 아니냐, 돈은 많이 걷고 요양은 덜 준 것 아니냐는 겁니다. 그런데 요양급여는 계속 늘어났습니다. 이유는 재활입니다. 종전에는 재활이 소홀하게 다뤄지면서 사회에 나갈 엄두가 안 나고 나가기 두려우니까 병원에 장기환자로 남는 거죠. 장기환자로 남으면 나가서 일하는 것보다 임금을 더 많이 받으니까 쓸데없는 요양비가 엄청나게 지출된 겁니다. 찾아가는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환자와 직접 대화를 나눕니다. 요양은 확실하게 해주되 쓸 데 없는 장기환자는 재활로 전환했습니다.”

그가 중점을 두고 착수한 작업도 재활프로그램 강화였다. 본부에 재활국이 새로 생겼고 지원부서 두 개를 뒀다. 찾아가는 서비스에는 재활팀을 배속시켰다. 상담을 통해 요양단계가 끝나면 재활서비스를 시작했고, 훈련수당을 주고 직업훈련을 시켰다. 재활상담사도 전국에 130명 가량 배치했다. 그는 이 작업을 “심리적 안정을 기하면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복귀가 취임하기 전에는 44%였는데 지난해 말 49.9%, 올해는 벌써 51%를 넘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54%로 올리는 것이고, 임기중에 선진국 수준인 60%로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저항이 만만치 않지 않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게 놀랄만한데요. 오히려 고객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졌어요. 산재환자도 병원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 하지 않습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하니까 병원을 떠나지 못하는 거죠. 재활 상담하고 재활프로그램에 들어가면 마음의 안정을 찾습니다. 요양급여가 증가하면서도 ‘모럴 해저드’가 없어졌다는 게 중요합니다. 재활투자 증가와 적정한 요양이 없었다면 고객만족도가 높아질 수 없었겠죠.”


“40년만의 산재보험 개편 아직은 성공적”
 

올해 7월 시행된 개정 산재보험법은 지각변동이라고 불렸다. 40년 만에 노사정 합의를 통해 산재보험 전반을 바꿨기 때문이다. 산재보험 개편의 산파역 중 하나가 바로 김원배 이사장이다. 당시 노사정위 상임위원으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가 개정된 산재법을 일선에서 집행하고 있으니 인연도 보통 인연이 아니다. 그는 “1년 반 동안 준비해서 올해 7월부터 시행했는데 현재까지는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초기에는 산재단체들의 반발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어요. 산재단체들 다 찾아다니면서 설명회하고 설득작업을 오래 했죠. 어떤 것은 급여가 깎이기도 하거든요. 예를 들어 60세 이상되는 사람들은 근로능력이 저하되는 데도 종전에는 평균임금의 70%를 똑같이 줬어요. 모순이죠. 그래서 60세부터 65세까지는 연간 4%씩 저하시킵니다. 65세가 되는 이후부터는 50%로 줄였어요. 이런건 반발소지가 있겠죠. 그러나 종전에 낮게 주던 보상액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다 올렸습니다. 저소득 노동자에 대해서는 보상수준을 높인 겁니다. 그것을 산재단체들이 다 이해했고, 제도 시행 뒤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4대 직종의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웠다. “딜레마”라고 표현했다. 당초 예상보다 실적이 높지 않다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사업주도 이해가 덜 돼 있고 노동자 입장에서도 50%를 자기가 부담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사업주가 100% 부담한다면 오히려 고용을 기피하게 되고, 이건 4대 직종 노동자한테는 고용이 축소될 수 있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어요.”

올해 8월말 현재 산재보험 신고를 한 특수고용직 노동자 27만여명 가운데 72.2%인 19만5천여명이 적용을 신고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동시에 노동자들에게 부담을 지우면서 실효성이 없다며 산재보험 적용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집단 거부 운동도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올해는 창조경영 원년”
 
 

김 이사장은 혁신 전도사다. 그가 가장 먼저 착수한 작업도 조직 혁신이다. 본부 인력의 10%인 30명을 고객 지점망으로 배치할 정도로 '고객 중심'이라고 했다. 최근 준정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 인증과 ‘피터드러커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는 ‘창조경영의 원년’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강력한 추진력이 결합돼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게 (창조경영의) 핵심입니다. 학습과 혁신을 통해 생긴 노하우를 고객가치로 직결시키려 합니다. 올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은 문제 해결형 현장학습 체계입니다. 현재 150개를 구축해 놨는데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동아리 모임을 만들어 여러사람이 문제를 해결하는 겁니다. 문제가 생기면 모였다가 해결되면 해체하는 거죠.”

유연한 조직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또 사업계획을 대체하는 업무매뉴얼을 연초에 내보낸다고 했다. “옛날에는 의식적으로 1년치 사업계획을 내려보냈는데 그거 보지도 않거든요. 매년 반복되는 업무는 내용이 거의 같으면서 추진 시기와 사업예산만 다릅니다. 뼈대는 똑같은 거죠. 1년 동안 내려보낼 공문을 총 망라해서 보내면 미리 대비할 시간이 생길 것 아닙니까. 업무매뉴얼을 만들어서 자율적으로 일을 하고, 문제가 안풀리면 현장학습조직을 만들어서 해결하는 것이죠. 그게 창조경영의 두 축입니다.”

그가 말하는 창조경영은 자신감에서 나온 듯하다. “40년 동안 해왔는데 징수, 요양, 보상은 대한민국에서 우리를 따라갈 조직이 없습니다. 그만큼 노하우가 축적돼 있기 때문에 향후의 블루오션은 재활과 복지입니다. 그게 우리 핵심 사업역량으로 떠오를 겁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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