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이례적으로 특정 정부부처의 권고 불수용 사실을 공표하고 나섰다. 장본인은 행정안전부다. 행안부는 지난달 말 인권위 권고를 무시하는 내용으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인권위는 2일 행안부가 공직자 재산을 등록할 때 양성평등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행안부가 지난달 29일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 것에 대해 인권위가 '권고불수용' 사실을 공표한 것이다.

인권위는 이날 행안부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권고를 수용하기는커녕 오히려 기존 법안보다 후퇴시켰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지난 6월 행안부장관에게 ‘출가한 여성과 외조부모, 외손자녀’를 재산등록 범위에서 제외토록 한 공직자윤리법이 양성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며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행안부는 그러나 입법예고한 법안에서 여전히 외조부모와 외손자녀를 재산등록 범위에서 제외했다. 특히 ‘등록 의무자가 혼인한 때에는’이라는 문구를 ‘여성 등록의무자가 혼인한 때에는’으로 수정해 오히려 기혼여성 등록의무자에 대한 차별근거를 만들었다고 인권위는 봤다.

인권위는 “헌법과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에 따른 양성평등 원칙을 거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잘못된 관행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은 사회변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충고도 덧붙였다.

한편 ‘권고 불수용 공표’는 1년에 두세 건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이례적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 침해사건의 경우 수용률이 98%에 달할 정도로 수용률이 높은 편”이라며 “올해 불수용을 언론에 공표한 것은 지난 6월 부산교도소 인권침해사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권위 관계자는 “위원회가 의미가 큰 사안이라고 판단할 경우 공표한다”며 “인권위의 권고가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법에 따라 언론에 공표해 관련 기관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9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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