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를 갖고 기다리면 조합원들과 회사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기회가 주어진 만큼 조합원들의 노동조건 향상과 회사 이미지 제고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롯데쇼핑노조는 롯데백화점에 종사하는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그룹의 핵심사업장이다. 박지수(41) 위원장은 “노조위원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베테랑 사무국장' 출신이다. 위원장 뒤에서 무려 12년 동안 그림자 역할에 충실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 위원장 선거에 출마, 상대후보를 30% 이상 앞서며 당선됐고 같은달 25일 취임했다. 하지만 그는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많은 아픔을 겪었다고 했다.

“사무국장이라는 자리가 참 안쓰러운 자리라는 걸 선거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위원장에 대한 평가가 곧 저의 평가가 되더군요. 저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련의 일들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는 그동안 노조 내부에 갈등이 있었고 제 역할을 못한 것은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또 회사가 계속 발전함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박 위원장은 그러나 “조합원들에게 꾸밈없는 마음으로 다가갔고 실현가능한 약속을 제시함으로써 신뢰를 쌓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임 집행부의 성과는 이어가되 바꿔야 할 것은 과감히 개혁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고용안정과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을 임기 동안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가 선거 과정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고용안정'과 '노조운영의 투명성 제고'였다.

실제로 노조는 외환위기 당시에 많은 조합원들을 내보내야 했던 아픔을 갖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노력해 어려움을 극복했지만, 그렇다고 '어려웠던 기억'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박 위원장이 고용안정을 강조하는 것도, 회사에 대한 조합원들의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올해로 노조가 설립된지 21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경영진의 노력뿐만이 아니라 노조와 직원들의 협조 덕분에 조직이 발전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현재 구관뿐 아니라 신관·영프라자까지 확대됐습니다. 롯데마트도 성공적으로 정착했죠. 이제 5대 그룹으로 떠올랐어요. 직원들도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조합원들에게 걸맞은 보상을 해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말입니다."

그는 '조합원 보상' 차원에서 상조회를 설립할 생각이라고 했다. 다른 대기업의 경우 이미 상조회가 활성화돼 있지만 롯데에는 아직 상조회가 없다.

박 위원장은 “교섭을 통해 상조회 기금 출연을 요구할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애경사를 적극 지원해 기쁠 때나 슬플 때 노조가 항상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조합원들의 든든한 배경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투쟁할 때와 협력할 때를 구분하는 강력하고 실용적인 노조를 만들겠다”며 “현장과 함께하는 위원장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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