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기 있네요.” 지난 29일 오후 6시가 좀 지난 시각. 7호선 학동역을 나와 20분 정도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박미현(39) 근로감독관이 골목 안 간판을 가리켰다. 박 감독관과 김용선(34) 감독관은 지하철 안에서도, 역을 나와서도 서울 강남구 골목까지 표시된 지도를 몇 번이나 폈다 접기를 반복했다. 회사 주소와 상호만 가지고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매일노동뉴스>가 노동부의 핵심전력인 '근로감독관'의 일상을 동행취재했다.

이날 두 감독관이 찾아 나선 곳은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 한 업체의 사무실. 정확히 얘기하면 '사장'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감독관의 업무 중 하나인 '소재수사'라고 했다.<상자기사1 참조>

사장은 임금을 체불해 서울지방노동청 강남지청에 진정이 접수돼 있는 상태다. 여러 차례 전화연락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번번이 출석요구를 무시했다. 출석요구서도 수차례 보냈다.

건물에 들어서니 1층 현관에 감독관들이 찾던 '○○기업' 상호가 보인다. “사장이 있어야 할 텐데.” 박 감독관이 읊조리듯 말한다. 좁은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주소는 맞는데 상호가 다르다. 뭔가 잘못됐다.

“실례합니다. 노동부에서 나왔는데요. 혹시 ○○기업이라고 여기에 있지 않았습니까.”
중년의 남자가 말을 받는다. “7월 중순쯤 이전했는데요. 전화만 한 대 놓고 받아달라고 부탁했는데, 하도 좋지 않은 전화만 와서 요새는 직원한테 받지말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건물관리인으로부터 사무실 이전 때 개입했던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이상한 ‘패밀리데이(Family day)’

박 감독관의 일과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후 7시에 또 다른 진정인이 지청을 방문할 예정이다. 소재수사에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오늘은 저녁식사도 걸러야 할 것 같다. 그의 일정은 살인적이다. 책상에 놓인 일정표는 온통 새까만 글씨 투성이다. 시간과 이름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는데, 하루에 7~8명은 보통이다. 모두 진정인과 피진정인을 출석시켜 조사를 벌여야 하는 약속이다.

박 감독관은 이날 오전에만 3건을 조사했다. 오후에는 1시, 1시30분, 2시30분, 4시, 4시30분, 7시, 8시 이렇게 7건의 조사가 진행됐다. 그는 “금요일에는 사람들의 마음이 풀어져 사람들을 많이 부르는 편”이라고 웃었다.

몇몇은 지청에 나오지 않아 약속이 깨졌다. 그래도 전화통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자료 보완이나 출석요구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감독관은 이날 전화만 40~50번 넘게 했다.

조사가 끝나야 비로소 서류정리나 복명서 작성 등의 업무를 한다. 오후 11시 퇴근이 뻔해 보인다. 박 감독관은 전날 밤에도 11시30분까지 비슷한 일을 했다. 그는 “시효가 임박한 사건이 있어서…”라고 말했지만, 대체로 비슷한 업무가 반복된다.

감독관들에게 야근은 일상이다. 일과 중에는 사건조사를 해야 하고, 출두요구서 작성 등의 일은 저녁에 처리한다. 이들이 지청에서 퇴근할 때 작성하는 일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오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감독관들의 이름이 몰려 있다.

이아무개 감독관은 지청에서 근무한 지난 2년 동안 단 한번도 집에서 저녁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야근을 밥 먹듯 하니 기상천외한 제도도 마련됐다. 바로 ‘패밀리데이(Family day)’다. 지청 차원에서 매주 수요일을 패밀리 데이(Family day)로 정해 강제로 일찍 퇴근시킨다. 이날은 가족과 함께 보내라는 의미일 텐데, 감독관들의 노동조건을 역설적으로 나타낸다.

1인당 평균 진정사건 120건

이런 상황은 과도한 업무량 때문이다. 강남지청의 경우 1인당 평균 신고사건 업무가 120건에 달한다. 경력이 짧은 신입직원의 경우 부담을 줄여주고 대신 고참 감독관이 평균 이상의 업무를 맡는다. 170건까지 가지고 있는 감독관도 있다.

15년차인 이명국 감독관은 “사실 80건 정도가 업무처리의 한계점”이라며 “그 이상 넘어가면 어떤 사건이 무슨 사건인지 잘 모르는 상황이 온다”고 털어놓았다. 과도한 업무량은 전국 신고사건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강남지청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진정건이 급증하고 있다. 신고사건 업무는 지난 2005년 22만9천여건, 2006년 23만8천여건, 지난해 26만1천여건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건이 적다고 무조건 편한 것도 아니다. 신고사건이 강남지청보다 적더라도, 감독관들이 넓은 지역을 오가야 한다면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예컨대 의정부지청의 관할구역은 강원도 철원까지다.

문제는 건수보다 사건의 질이다. 강남지청 감독2과의 신승일 감독관의 얘기를 들어보자.

“강남지청 진정사건은 성격이 특이합니다. 강남이라고 하니까 대기업 본사나 공기업, 고층빌딩 이런 것만 생각하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아닙니다. 이른바 해결이 어려운 ‘저질’ 진정사건이 많습니다. 기획부동산이 대표적이죠. 그게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진정사건은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사업주가 바로 해결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재수가 좋을 때입니다. 그런 사례는 극소수라는 얘기죠.”

진정사건의 경우 사업주 소재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사기성이 짙은 사건이 많다. 사건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원인 중 하나는 사업주들의 '전근대적인' 생각이다. 진정을 제기한 노동자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것은 기본이고, 감독관도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본다. 임금체불이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감독관이 노동자 편을 든다고 큰소리친다. 그들의 코멘트는 이렇다. "경영이 어려워서 월급 못주는 게 죄냐. 사업 못해먹겠다. 알아서 해라."

여성 근로감독관으로 살기

사업주들의 큰소리는 여성 근로감독관 앞에서 더욱 커진다. 조사받으러 와서 앉는 자세부터 다르다. 신승일 감독관은 "감독관을 아가씨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피진정인이 조사를 받으러 와서 감독관을 아가씨라고 부르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수사하고 있는데 아가씨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고 옆에서 얘기를 해줬죠. 그래도 ‘아가씨가 아가씨지’라며 막무가내입니다.”

그나마 얼굴을 보고 말하는 건 괜찮다. 전화에서는 막말과 욕설이 난무한다. 한 감독관은 너무 기가 막혀 녹취를 해놓기도 했다.

감독2과의 총반장이기도 한 차봉순 감독관은 81년 노동부에 들어왔다. 신고사건만 10년 넘게 처리했다. 베테랑인 그도 “여성이 하기는 버거운 일”이라고 운을 뗐다. 그의 전략은 힘들어도 전화가 아니라 무조건 서류로 처리하는 것이다. 역시 전화로 하면 안 보이니까 막 대한다는 이유도 포함됐다. 지병도 생겼다. 통증 때문에 오른쪽 팔목을 잘 못써 왼손으로 일을 하다보니 다들 왼손잡이로 안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왼손도 아프다. “지금 맡은 사건이 250명의 체불 건인데요. 체불내역확인서를 작성하려면 250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입사일·퇴사일·확정일·금액 등의 항목을 완벽하게 입력해야 합니다. 하나하나 클릭하면서 하는 일이 보통 괴로운 게 아닙니다.”

박미현 감독관은 최근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아이가 쓴 일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봤는데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고 한다. ‘일요일에 엄마가 밥도 안 해주고 잔다. 낮에도 잠만 잔다’는 내용이었다.

“평일에는 항상 늦게 들어가고 토요일에도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요일에는 거의 잠을 자거든요. 시부모님에게도 미안하죠. 저녁은 차려 드셔야 하니까. 늦게 들어가면 시아버님이 눈을 부비면서 문을 열어줄 때가 많아요.”

노사지원과 감독관의 사전점검

15년 차인 이명규 감독관과 3년차인 백현우 감독관도 한 조로 움직인다. 그들이 하는 일은 사업장의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사전에 점검하는 일이다. 문제를 미리 살펴 분규 소지를 줄이자는 취지다. 이날 오전 점검대상 회사는 노동자가 160명 정도로, 최근 TV광고를 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역에 도착해 남부터미널 근방 건물로 들어섰다.

그런데 건물입구 안내하는 사람의 얘기가 다르다. “본사는 여기가 맞는데요, 인사노무관리는 양재동에서 합니다.” 전화로 미리 점검대상 서류를 준비하라고 했는데, 사장이 있는 사무실 위치가 본사와 다르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백 감독관은 "아마 노동부 점검을 처음 받아봐서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전철을 타고 양재역에 도착했다. 오전 11시25분. 벌써 출발한지 1시간이 지났다. “어떻게 하라고요? 마을버스 타고 △△에서 내려서 10분 정도 걸어오면 XX빌딩 6층이라고요?”

어렵사리 사무실로 들어가니 인사담당 본부장과 실무자가 이들을 맞는다. 회의실이 없어 만남은 사장실에서 이뤄졌다. 회사 인사담당자는 실태조사를 받은 적은 있지만, 방문점검은 처음이라고 했다. 몇 마디 나누자 시간이 정오로 치닫는다. 해가 진 뒤나 점심시간에 점검을 하지 않는 것은 원칙이다. 수검자가 우선 불편해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규 감독관은 인사담당자들에게 “1시에 들어와서 서류를 보는 것으로 하자”며 요청했던 서류를 준비할 것을 요구하고는 총총히 건물을 빠져나왔다.

사무실을 벗어나자 이 감독관은 “여기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100인 미만 사업장은 사장이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합니다. 근태관리대장을 가지고 오라고 해도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게 태반이에요. 하나하나 가르쳐가며 준비하고 시정명령도 하죠.”

사업체 점검은 당일에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매번 보완과 추가 점검이 반복된다. 모든 서류를 완벽하게 갖춘 사업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강남지청은 보통 1년에 900개 사업체를 방문점검하는데, 그때마다 약속시간을 사업장 일정에 맞춰야 한다.

“아이고, 식은땀 나네”

오후 1시, 다시 들어간 사장실에는 서류더미가 잔뜩 올라와 있다. 서류를 꼼꼼히 살펴보고 법적인 요건을 갖췄는지 따져야 한다고 했다. ‘점검 준비서류’는 조직도·근로자명부·결산서·근로계약서·취업규칙·근로자 동의서·인사규정·임단협 등 16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160명 직원들의 임금대장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최저임금법 위반이나 법정노동시간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명이 한 조로 움직이는 이유를 알 만하다. 감독관(감)과 인사담당자(인)의 질의응답이다.

(감)“근로계약서를 따로 철을 해놓았나요?”
(인)“있습니다. 입사할 때 쓴 계약서가 있습니다.”
(감)“취업규칙이 없네요.”
(인)“97년 설립 때 만들어 놓은 게 있는데요.”
(감)“관련규정이 그동안 계속 바뀌었는데. 근로자들은 보나요? 취업규칙이나 사규는 게시해서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인)“근로자들이 관심도 없습니다. 보여줘도 귀찮아하고.”

(감)“취업규칙은 10인 이상 사업장이면 반드시 신고하도록 돼 있는데, 했습니까.”
(인)“안 했습니다.”
(감)“근로계약서를 한번 보죠. 지난해 법이 바뀌면서 근로계약서에 연차 유급휴무나 소정근로시간 같은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돼 있는데 그것도 안 하셨네요.”
(인)“예. 그렇네요.”

(감)“연장근로는 있습니까.”
(인)“없습니다. 휴일근무는 하고 있습니다. 일요일에 일하고 월요일이 주휴입니다.”
(감)“주 6일 근무 하시네요. 매주 최소한 8시간 연장근로 발생하는 거네요. 월로 치면 30시간 이상입니다.”
(인)“일요일에 근무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서 작성합니다.”
(월)“계약서 쓴다고 해서 연장근로시간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인사담당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한다.
(인)“법을 다 지키면 기업은 어떻게 삽니까. 회사가 위태위태해집니다.”
(감)“다 지키면서도 잘 운영하는 회사는 회사는 뭐죠.”
(인)“희한한 회사죠.”
(감)“법 항목 지켰으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안 지키면서 일탈했다가 한꺼번에 바꾸려니까 부담이 되는 겁니다. 우리가 기업을 망하게 하려고 점검 나오는 게 아닙니다. 이번 기회에 깡그리 고칩시다. 이렇게 하시면 근로자가 진정하면 바로 사법처리됩니다.”
(인)“아이고, 식은땀 나네.”

이 회사는 취업규칙을 신고하지 않은 것은 물론, 노사협의회도 구성하지 않고 있다. 일부 최저임금법 위반내용까지 드러났다. “그나마 낫다”던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이 정도면 근로기준법을 거의 지켜지 않은 것이다. 오죽 답답하면 “노동법이나 근로기준법을 한번이라도 본 적은 있느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이명규 감독관은 “관련서류를 법에 맞게 보완하게 했다”며 “다시 점검을 나올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신고사건은 분규 실마리

근로감독과와 마찬가지로 노사지원과 소속 감독관의 업무도 넘쳐난다. 우선 관리해야 할 사업체수가 8만1천개를 넘는다. 특히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이 6만8천개에 육박한다. 전체의 84%에 달한다. 오복수 노사지원과장은 "강남은 노동시장의 백화점"이라고 표현했다. “대기업 본사나 공기업이 몰려 있으니까 근로조건이 우수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열악한 기업도 무수히 많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분규가 중소기업에 일어나고, 해결이 쉽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해 성희롱 등 사업주의 부당한 행위로 노사지원과에 신고된 사건은 54건. 감독관 1인당 4건에 달한다. 문제는 신고사건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것. 오 과장은 “신고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노사갈등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라며 “이후 쟁의신고나 분규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개별 노동자의 권리구제 문제가 아니라 노사 간 쟁점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노사 간에 대화가 안 되니까 성희롱이나 시간외 임금체불 등 다른 건으로 거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고사건 처리나 임단협·분규사업장 지도, 일반 유선 질의응답 업무를 빼고도 파견사업 인허가·노사협의회 처리·취업규칙·사내근로복지기금·우리사주 설립 등 올해 7월까지 3천342건이 접수됐다. 1인당 279건을 처리해야 한다.

안팎으로 빠른 사건처리를 종용받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감독관들은 한결같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3년차 백현우 감독관은 잘나가는 기업을 '때려치우고' 공무원이 됐다. 그는 "스트레스 때문에 회사를 그만뒀는데 여기(지청)는 더하더라”면서도 “일이 잘 풀렸을 때 얻는 보람이 지탱시켜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복수 과장은 더 낙관적이다. “노동부는 정말 희망이 있습니다. 최근 2~3년 사이에 들어온 인재들이 열심히 훈련받고 숙련될 쯤이면 아마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겁니다.”
 

지난 28일 저녁 9시, 그동안 출석요구를 끈질기게 피하던 사업주가 서울지방노동청 강남지청에 체포됐다. 사업주를 체포한 강남지청의 근로감독관들이다. 근로감독관은 특별사법경찰관이기도 하다.
 

감독관들은 경기도의 집에 2차례, 사무실에 2차례 소재수사를 갔지만 사업주를 만나지 못했다. 결국 체포영장을 청구, 남양주에서 사업주를 체포했다. 이아무개 감독관은 “체포 당시에 사업주가 ‘뭐 대단한 일이라고 수갑까지 가져왔냐. 이게 그럴 만한 일이냐’고 반발했다”며 "사람을 죽이거나 도둑질한 것은 죄라고 생각하면서 월급 안주는 것은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업주들의 잘못된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감독관들이 '체포'에 나서는 신고사건이 종종 있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사업주들이 자진해 조사에 협조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체포영장을 쉽게 발부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절차를 이행했다는 증거가 필요하고, 절차도 꽤나 복잡하다.
 

먼저 우편이나 민원실·전자우편 등으로 들어온 신고사건을 지역에 따라 각 과로 배분한다. 강남지청의 경우 기업체 소재지가 강남이면 근로감독 1과나 2과에, 서초구면 3과에 배분한다. 각 과는 이를 받아 기존 사업장에서 동일한 사건이 들어온 경험이 있는지를 검토해 사건 순으로 감독관을 지정한다. 배당된 사건은 25일 안에 처리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 기간을 한차례 연장할 수 있는데 대부분 사건이 1차 기간 안에 처리되지 못한다. 피진정인에게 연락이 안 되고, 소재가 불분명하거나, 협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운이 좋게’ 사업주 협조로 사건이 종결되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으면 사법처리를 해야 된다. 근로기간·체불기간·체불액을 조사해 사업주에게 시정을 지시한다. 사업주가 출석하지 않으면 4~5차례 출석요구서를 보낸다. 한 감독관은 “입건상태로 강제구인될 수 있다고 알려도 나오지 않는 사업주들이 많다”고 했다. 입건한 지 60일 이내에 사건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체포영장을 청구하지만, 그전에 사업장 소재조사를 해야 한다. 소재파악을 하지 못할 경우 그간의 일지를 첨부해 검사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한다.


<상자기사2> '타부처 전출' 원하는 근로감독관 많아
근로감독관의 직무만족도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해가 갈수록 불만족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감독관들의 직무만족도는 지난 2006년 말 한국노동연구원이 수행한 연구용역과 지난해 말 노동부가 자체 분석한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
 

노동연구원이 근로감독관 4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무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보통이라는 답도 29.8%에 달했다. 반면에 '직무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감독관은 32.2%로 만족이나 보통보다 높았다.
 

불만족 이유는 업무량 과다(27.3%)와 부대업무 과중(22.2%)으로 조사됐다. '민원인의 무리한 요구'는 그 다음이었다. 만족하는 이유로는 보람(26.6%)·업무 자율성(24.1%)·긍지와 자부심(21%) 등의 답변이 많았다. 분야별로는 근로감독과 감독관의 절반이 불만족에 손을 들었고, 노사지원과는 34.28%가 불만족하다고 답했다.
 

특히 72.2%가 전출이나 타부처(45.8%)로 옮기기를 원했다.
지난해 12월 노동부가 벌인 자체조사에서는 감독관들의 이같은 부정적인 기류가 더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8.4%만 만족한다고 답했고 불만족하다는 답은 무려 45.2%였다. 노동부가 2006년 자체 조사했을 때보다 불만족이 2.1%포인트 상승한 정도였지만, 노동연구원 조사와 비교하면 13%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만족도는 직급이 높을수록, 남성일수록, 경력이 많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한편 감독관의 인적구성은 30대가 42.9%, 40대가 30.6%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30대는 2006년보다 5.6%포인트 줄었고, 50대 이상은 4.6%포인트 늘었다. 경력은 3년 미만이 31.9%, 1년 미만이 24.6%, 10년 이상이 11.6%로 조사됐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9월 1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