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정기훈기자>

"우리 실력에 비해 너무 떠 버려서, 이거 원…."
지난 26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가 이틀 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난 오민규(37)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인터뷰 요청에 허탈한듯 농담조로 받았다. 그만큼 이른바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사건은 비상식적으로 읽혀졌고 파문을 일으켰다.

오 위원의 사당동 집에 경찰이 들이닥친 것은 26일 오전 11시. "택배배달"이라는 소리에 문을 열어줬는데 택배기사가 5명이나 됐다. 그들은 "당신이 오민규씨냐"고 물었다. 경찰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촛불집회 때문이겠지'라고 생각한 순간, 그들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체포한다"며 영장을 보여줬다. 순간 사노련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지나 하는 생각에 어이가 없었죠. 정권이 공안망령 부활을 추진하면서 첫 희생자로 사노련을 택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렇게 오 위원은 부인이 보는 앞에서 남대문경찰서로 끌려갔고 사흘 동안 조사를 받았다. 수사관들은 지난 2월 사노련이 구성되기까지 회의일지와 문서, 대중행동 강령, 사노련 신문과 책자 등을 들이밀었다. 그들은 "체제 전복과 국가 변란을 선동하고 폭력으로 국가를 타도하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오 위원은 "국보법으로 사상과 양심을 억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당신들이 증거로 내민 것들은 인터넷에 공개되고 교보문고 등 서점에 이미 깔려 있는데 무슨 문제냐"고 따졌다. 그리고 진술을 거부하고 묵비권을 행사했다.

28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만난 판사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노련의 사상은 공개적으로 유통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국보법을 철폐하라"고 진술했다고 했다. 석방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는 가졌지만 이내 포기했다.

"저들이 작정하고 덤빈 것인데 괜히 실망만 커질 거라고 생각하고 기대를 접었어요. '이놈들이 다시 시작하려는 거구나.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것만으로 그러는구나' 하고요. 구속을 각오하고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고 마음을 먹었지요."

그런데 법원이 검찰의 구속영장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사노련이 국가 변란을 선전·선동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구성된 단체라거나, 또는 그 활동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무리하게 국보법을 적용한 공안당국이 톡톡히 망신을 당한 것이다. 오 위원은 "사노련을 이적단체화할 정도면 모두에게 탄압이 가해질 것이라고 판단한 바깥의 모든 분들이 노력해주신 덕택에 나올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말도 안 되는 탄압이 반격에 부딪힌 격인데요. 사노련 사건은 시작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더 준비해 공안탄압에 나설 것으로 우려됩니다. 노동운동이, 진보진영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강도가 달라지겠지요."
 
 
<매일노동뉴스> 2008년 9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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