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매각 과정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임직원들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다. 쌍용건설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38.75%, 우리사주조합이 18%, 쌍용양회공업(주)이 6%를 보유하고 있다. 캠코가 주관기관으로 돼 있는 쌍용건설 출자전환주식 공동매각협의회가 매각할 주식은 50.07%다.
지난 2003년 회사 부채를 줄이기 위해 2천원이었던 주식을 5천원에 유상증자한 임직원들은 당시 채권단 지분 24.72%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받았다.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모두 행사할 경우 약 43%의 지분을 보유해 종업원지주회사로 전환된다. 문제는 돈이다. 우리사주조합의 재무적 투자자인 'H&Q-국민연금 사모펀드'(H&Q)가 얼마나 투자하느냐에 따라 우선매수청구권을 얼마나 행사할 수 있을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우리사주조합의 재무적 투자자인 H&Q가 현재까지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성한(43) 쌍용건설노조 위원장은 20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사주조합의 재무적 투자자인 H&Q-국민연금 사모펀드가 우리사주조합과의 협상내용을 빠른 시일 내에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H&Q-국민연금 사모펀드의 투자계획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두 달 전 노조에 투자 계획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임직원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H&Q는 돈을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 투자 방식은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2년 동안 임직원들의 협상을 위임 받았다. 그런 만큼 H&Q와 협상을 잘 마무리해서 문안을 노조에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노조가 H&Q의 투자방안을 검토해 직원들과 협의할 수 있다. 이달 28일이면 동국제강의 정밀실사가 마무리된다. 시간이 없다. 직원들이 H&Q와 우리사주조합의 협상내용을 알아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두 당사자는 협상 내용을 공개할 의무가 있다."
- H&Q와 우리사주조합이 공개해야 할 구제적인 협상 내용은 무엇인가.
"H&Q가 얼마나 투자해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인지, 직원들에 대한 주식은 어떻게 정산해줄 것인지, 매각이 끝난 이후 직원들에 대한 보상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다. 또 재무적 투자 이후에 자금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 노조에서 대충 흐름은 알고 있지만 서면으로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진다."
-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임직원들은 답답해할 것 같다.
"그렇다. 우리사주조합과 H&Q가 협상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2002년 말 당시 노사협의회에서 노동자들이 회사측과 유상증자에 합의한 이유는 워크아웃에서 졸업하고 경영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당시 2천300원이던 주식이 5천원에 유상증자됐다. 그러나 회사측은 2004년 말까지 현금으로 정산해주기로 합의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지 않았다. 직원들은 종업원지주제를 하기 위해 주식을 계속 갖고 있었는데 이제 그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직원들은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고 있는 것이다."
- 일각에선 쌍용건설이 종업원지주회사로 거듭날 것이냐에 대해 관심이 높다.
"노조는 처음부터 우선매수청구권을 모두 행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현재 종업원지주회사로의 전환 여부는 불투명하다. H&Q는 재무적 투자자일 뿐이다. H&Q는 최근 미분양 사태 등 건설경기가 안 좋아 투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직원들은 종업원지주회사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황당한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아직 신의를 가지고 H&Q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 우선협상대상자인 동국제강이 현재 정밀실사 중이다.
"동국제강은 이달 1일부터 국내외 현장을 실사하고 있다. 싱가폴·인도 등 해외 현장 실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동국제강에 25개의 질의서를 담은 공문을 보냈다. 동국제강은 2020년까지 도급순위 5위의 건설사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동국제강이 쌍용건설을 인수할 의지가 있다면 노조에 신뢰를 줘야 한다.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속력이 있는 문서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 매각 과정이 길어지면서 직원들의 피로감이 상당할 것 같다.
"지치다 못해 이제 무력감에 빠져 있다. 어떻게든 잘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회사가 이런 상태로 계속 가는 것은 회사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노조도 우선협상대상자의 정밀실사를 막지 않았다. 워크아웃을 졸업한지 4년이 다 됐지만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13위에서 16위로 떨어지는 등 회사 사정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 매각이 올해 안에 마무리돼야 한다."
- 정밀실사가 끝난 뒤 노조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아직 조합원들이 의사결정을 내린 바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노조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일단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해 직원들이 충분히 의사결정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캠코와 협상할 것이다. 최종 인수가는 9월 말쯤에나 나올 것이다. 그때 캠코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물어올 텐데 직원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최소한 두 달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밀실사가 끝나면 노조는 우선매수협상자·캠코와의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현재 직원들이 재산권 행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보가 없다. H&Q와 우리사주조합의 협상 결과와 동국제강에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 노조입장을 밝힐 것이다. 직원들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 김성한 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윤만 추구하는 최고가 매각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고 매각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2010년 임기가 끝나는 그의 어깨가 무겁다.
김 위원장은 "정밀실사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H&Q가 투자계획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노조가 독자적인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조합원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매일노동뉴스> 2008년 8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