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정부는 1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을 통해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들은 조속히 지분매각을 추진해 완전 민영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우선 매각절차가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과 쌍용건설은 연내에 매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쌍용건설 매각 과정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임직원들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다. 쌍용건설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38.75%, 우리사주조합이 18%, 쌍용양회공업(주)이 6%를 보유하고 있다. 캠코가 주관기관으로 돼 있는 쌍용건설 출자전환주식 공동매각협의회가 매각할 주식은 50.07%다.

지난 2003년 회사 부채를 줄이기 위해 2천원이었던 주식을 5천원에 유상증자한 임직원들은 당시 채권단 지분 24.72%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받았다.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모두 행사할 경우 약 43%의 지분을 보유해 종업원지주회사로 전환된다. 문제는 돈이다. 우리사주조합의 재무적 투자자인 'H&Q-국민연금 사모펀드'(H&Q)가 얼마나 투자하느냐에 따라 우선매수청구권을 얼마나 행사할 수 있을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우리사주조합의 재무적 투자자인 H&Q가 현재까지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성한(43) 쌍용건설노조 위원장은 20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사주조합의 재무적 투자자인 H&Q-국민연금 사모펀드가 우리사주조합과의 협상내용을 빠른 시일 내에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H&Q-국민연금 사모펀드의 투자계획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두 달 전 노조에 투자 계획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임직원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H&Q는 돈을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 투자 방식은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2년 동안 임직원들의 협상을 위임 받았다. 그런 만큼 H&Q와 협상을 잘 마무리해서 문안을 노조에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노조가 H&Q의 투자방안을 검토해 직원들과 협의할 수 있다. 이달 28일이면 동국제강의 정밀실사가 마무리된다. 시간이 없다. 직원들이 H&Q와 우리사주조합의 협상내용을 알아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두 당사자는 협상 내용을 공개할 의무가 있다."

- H&Q와 우리사주조합이 공개해야 할 구제적인 협상 내용은 무엇인가.

"H&Q가 얼마나 투자해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인지, 직원들에 대한 주식은 어떻게 정산해줄 것인지, 매각이 끝난 이후 직원들에 대한 보상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다. 또 재무적 투자 이후에 자금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 노조에서 대충 흐름은 알고 있지만 서면으로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진다."

-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임직원들은 답답해할 것 같다.

"그렇다. 우리사주조합과 H&Q가 협상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2002년 말 당시 노사협의회에서 노동자들이 회사측과 유상증자에 합의한 이유는 워크아웃에서 졸업하고 경영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당시 2천300원이던 주식이 5천원에 유상증자됐다. 그러나 회사측은 2004년 말까지 현금으로 정산해주기로 합의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지 않았다. 직원들은 종업원지주제를 하기 위해 주식을 계속 갖고 있었는데 이제 그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직원들은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고 있는 것이다."

- 일각에선 쌍용건설이 종업원지주회사로 거듭날 것이냐에 대해 관심이 높다.

"노조는 처음부터 우선매수청구권을 모두 행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현재 종업원지주회사로의 전환 여부는 불투명하다. H&Q는 재무적 투자자일 뿐이다. H&Q는 최근 미분양 사태 등 건설경기가 안 좋아 투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직원들은 종업원지주회사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황당한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아직 신의를 가지고 H&Q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 우선협상대상자인 동국제강이 현재 정밀실사 중이다.

"동국제강은 이달 1일부터 국내외 현장을 실사하고 있다. 싱가폴·인도 등 해외 현장 실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동국제강에 25개의 질의서를 담은 공문을 보냈다. 동국제강은 2020년까지 도급순위 5위의 건설사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동국제강이 쌍용건설을 인수할 의지가 있다면 노조에 신뢰를 줘야 한다.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속력이 있는 문서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 매각 과정이 길어지면서 직원들의 피로감이 상당할 것 같다.

"지치다 못해 이제 무력감에 빠져 있다. 어떻게든 잘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회사가 이런 상태로 계속 가는 것은 회사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노조도 우선협상대상자의 정밀실사를 막지 않았다. 워크아웃을 졸업한지 4년이 다 됐지만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13위에서 16위로 떨어지는 등 회사 사정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 매각이 올해 안에 마무리돼야 한다."

- 정밀실사가 끝난 뒤 노조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아직 조합원들이 의사결정을 내린 바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노조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일단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해 직원들이 충분히 의사결정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캠코와 협상할 것이다. 최종 인수가는 9월 말쯤에나 나올 것이다. 그때 캠코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물어올 텐데 직원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최소한 두 달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밀실사가 끝나면 노조는 우선매수협상자·캠코와의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현재 직원들이 재산권 행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보가 없다. H&Q와 우리사주조합의 협상 결과와 동국제강에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 노조입장을 밝힐 것이다. 직원들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 김성한 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윤만 추구하는 최고가 매각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고 매각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2010년 임기가 끝나는 그의 어깨가 무겁다.

김 위원장은 "정밀실사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H&Q가 투자계획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노조가 독자적인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조합원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한 위원장은 누구>
지난 91년 쌍용건설에 입사했다. 기계전기부서에서 공사관리 업무를 시작으로 설비설계·R&D·특허관리 등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노조가 없던 쌍용건설에서 99년부터 1·2기 노사협의회 노동자측 대표를 맡다가 지난 2004년 쌍용건설노조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초대 수석부위원장을 맡았고, 지난해 노조 위원장에 당선됐다. 임기는 2010년 2월까지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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