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흡(46) 민주노동당 대변인. 강한 인상과 강한 어법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시절에도 유난히 튀었던 그가 또다시 민주노동당의 '입'으로 발탁됐다. 국회 출입기자 사이에서 '엽기 파마머리'로 불렸던 박 대변인은 당내에 자신의 조직이 없다. 그럼에도 지난 선거에서 '확실히 튀는' 선거공약으로 최고위원에 선출됐고, 대변인에 재신임됐다. 지난 7일 국회 의정지원단에서 그를 만났다.

- 3기 지도부 선거의 의미를 어떻게 보는가.
“일단 비대위를 마무리하고 당의 정상적인 지도부를 출범시켰다는 상식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당원들이 지도부를 출범시킬 만큼만 투표했다는 점에서 당원의 속마음까지 녹아내리진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당원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과제와 변화·혁신의 요구를 받아안아야 한다.”


“당원들은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기대한다”


- 지난 선거에서 박승흡 최고위원의 당선은 이변으로 꼽힌다. 당원들이 무엇을 바란다고 보는가.
“겨우 (당선권에) 턱걸이했다.(하하) 일단 당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점에서 거칠지만 솔직한 이야기들이 당원에게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한다. 과감한 변화와 혁신에 대한 기대가 일정정도 반영된 것이다. 많진 않지만, 정파를 불문하고 골고루 표를 얻었다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새로운 인물, 새로운 변화에 대한 요구가 있었고 그것이 입증됐다는 점에서 의미부여를 하고 싶다.”

- 비대위는 전략공천에서 한계를 보였다. 혁신의 드라이브를 걸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는데.
“(비대위의) 성과를 꼽는다면 구당정신을 확립한 것이다. 지도부만이 아니라 4·9 총선에 나선 113명의 후보들의 헌신적 노력과 조직·인력·재정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당의 복원을 위해 노력한 당원들의 힘을 바탕으로 비대위에서 정상체제로 왔다. 물론 한계도 적지 않았다. 비대위가 당의 정상화 과정에서 당원과의 소통체계나 혁신프로그램을 만들긴 했지만, 가진 권한에 비해 당원 간 소통을 원활히 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를 이어받아 해나가야 한다. 전략공천은 당 위기돌파의 주요 수단과 거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만큼의 성과나 효과를 거뒀느냐는 추후 평가할 과제다.”

- 지난 비대위에 이어 3기 지도부에서도 대변인을 맡았다. 18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대변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대변인은 더 이상 실무적 기능의 직책이 아니다. 당의 입장을 국민에게 알리는 최전선에서 서 있다. 앞으로 민주노동당이 헤쳐 나가야 할 원내외 병행투쟁에 대해 국민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이명박 정권의 신자유주의 숭배를 넘어 전면화 공세에 대한 참상을 반영해 정치적으로 대변해야 한다. 18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을 둘러싼 언론환경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고통받는 민중의 현실에 다가가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의 무기를 만들어 가느냐가 관건이다.”

- 대변인치고는 인상이 강해 보인다.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에서는 민주노동당 박승흡이 브리핑을 하지 않으면 싱겁다고 한다.(하하) 무엇인가 답답한 정세 속에서 할 말 제대로 하고 시원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인상이 강해보인다고 해서) 개인의 개성을 바꿀 생각은 없다."


“기동력 있는 정책대안과 민중엄호에 나설 것”


- 당 정책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의견은.
“당은 원내외 구분 없이 현안대응과 관련한 정책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전면적으로 모든 곳에 파고들고 있다. 이에 대한 미시적 현안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그렇다면 기동전에 능한 정책역량을 어떻게 재구성해야 할까. 일각에서는 지난 탈당사태 뒤 정책라인이 붕괴됐다고 얘기하는데, 그건 근거없는 호들갑일 뿐이다. 당이 일궈온 정책의 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현안에 대한 기동력을 갖춘 편제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현재 최고위원회에서 진보정치연구소와 각 의원실의 정책역량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 최고위원 선거에서 ‘항미(抗美)연북(聯北)호민(護民)전투(戰鬪)정당’을 내걸었다.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당의 정체성을 함축한 것이다. ‘항미’와 관련해서는 정치·군사적으로 미국의 한반도 패권주의 전략을 비판하고 막아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국문제는 추상적인 게 아니다.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문제나 미국 군수물자를 국방비 예산으로 사들이는 것에 대해 철저한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 ‘연북’은 6·15, 10·4 선언에 기초한 한반도 질서재편을 구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호민·전투정당이다. 당 지지율을 2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지계층인 노동자·농민에 뿌리를 두고 비정규직·무주택서민 등 표적집단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들은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저항하고 있다. 이들을 핵심기반으로 하기 위해 당이 엄호하고 앞장서야 한다. 기동력 있는 정책대안을 만들어 공유해야 한다. 당이 앞장서 헌신적으로 일해야 전투성을 회복할 수 있다.”

- 제3의 교섭단체 등장으로 민주노동당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진 듯하다.
“이미 한나라당이 거대여당인 상황에서 달라질 것은 없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하고 정책을 개발하고 국정감사에서 스타가 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민주노동당에서 국회의원의 역할은 호민정당에 철저히 복무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민생고통에 대한 현안대응이 정책으로 제시돼야 한다.

정치에서 원내정치로 모든 시야를 좁히는 것만큼 우를 범하는 것은 없다. 원외의 현장정치를 무시하고 가서는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저 지지율을 거듭 경신하고 있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거대한 광장의 정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를 의회에 가두는 습성부터 버려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광장의 정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안적 질서를 갖고 솜씨와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원내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민주노동당이 거리로 뛰쳐나간다는 비난은 촛불이 주는 한국정치의 역동성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것이다. 앞으로 민주노동당은 두려움 없이 갈 것이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당의 정체성을 허물고 당원이 떠나고, 국회 상임위 공간을 넓히고, 의전상 혜택을 위해 자유선진당과 손잡는 정치행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비정규직문제 당체제 정비, 최일선에서 다룰 것”


- 촛불집회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촛불은 신자유주의가 국민들의 생활영역에까지 얼마나 크게 문제를 일으켰는지를 대중적·상징직으로 보여준 것이다. 촛불은 한창 타오르다가 힘없이 꺼져가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느새 다시 타오른다. 민주노동당은 촛불을 엄호하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폭압적 탄압에 희생할 각오로 맞서 싸워나갈 것이다.”

- 민주노동당이 최근 들어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당의 체제를 정비해 최일선에서 다뤄나갈 것이다. 내년 7월이면 비정규직법 시행 2년이 된다. 드러나는 문제가 적지 않다. 비정규직과 관련한 법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당은 현안대응에 당력을 집중하고, 지역조직에 비정규센터를 설치해 당의 전당적 사업으로 끌고갈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과 연대해 당의 실질적 계급성 복원을 위해 비정규직 조직화, 당원 조직화, 외곽동맹 조직화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 앞으로 당내 좌파세력을 끌어안고 진보대단결을 이뤄내는 것도 과제일 것 같다.
“새 지도부는 당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당의 체질을 변화시켜가는 속에서 정견의 입장차이를 넘어설 것이다. 소통은 좌우를 가리지 않아야 한다. 이제 '1인1표제'로 인해 더 이상 세팅선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난 당대회의 정신이다. 당내에 정파와 관련한 새로운 문화가 형성돼 역동적으로 상호경쟁하는 관계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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