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제3기 지도부 선거가 끝난 지 2주가 지났다. 강기갑 대표를 비롯해 모두 9명의 최고위원이 앞으로 2년 간 민주노동당을 이끈다. 강 대표는 안살림을 담당할 사무총장에 오병윤 최고위원, 민주노동당의 ‘입’인 대변인에 박승흡 최고위원을 각각 임명했다. <매일노동뉴스>가 민주노동당 3역 연쇄인터뷰를 통해 민주노동당 새 지도부의 포부를 들어봤다.<편집자>

1)강기갑 대표 2)오병윤 사무총장 3) 박승흡 대변인


강기갑(55) 민주노동당 신임대표. 그는 당대표 당선 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다. 18대 국회 들어 여대야소 구도와 이명박 정부의 독주로 야당들 사정이 말이 아니다. 5석의 민주노동당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강 대표는 ‘청양고추’ 같은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언제든 앞장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3기 당대표 선거에서 압도적 표차로 승리했다. 반면 투표율은 저조했다.

“당초 선거에 신경을 쓰진 못했다. 그러나 당대표에 나서야 한다는 당원들의 의견이 많았고, 거부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당원과 국민에게 홍보가 잘 되지 못했다. 선거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다. 예전엔 생각지도 못했을 나 같은 사람이 당대표를 맡게 됐다. 총선과 쇠고기정국에서 이중의 유명세를 탄 것 같다. 당원으로서 그런 점을 최대한 활용해 당의 분위기를 바꿔나가고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을 것이다.”

“아무도 나의 투쟁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

- 지난 선거에서 탈당·분당사태의 원인으로 패권·정파주의가 꼽히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정파주의는 약화됐나.

“난 정파를 모른다. 여러 번 설명을 들었는데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차후 인사개편시 정파를 초월해 인사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산불이 났는데 (산 속의) 집에서 티격태격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민중들의 아우성이 깊어지고 커지는데 집에서 싸우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다. 당내 패권이 문제가 아니고 국민과 민중에 대한 배반행위다. 정파는 싹 없어져야 한다. 정견과 의견은 다를 수 있으나 파벌과 패권적 정파는 안 된다.”

- 현재 당대표·원내대표·국회의원의 역할을 도맡고 있는데 벅차지 않은가. 건강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과거 투사 이미지가 당대표 당선 이후 희석화될 수도 있을 텐데.

“아직 단식후유증을 회복하지 못했고 과로가 누적된 상태다. 하지만 활동에는 전혀 지장은 없다. 아쉬운 점은 있다. 과거 삼보일배를 같이했던 스님이 어제(7일) KBS를 삼보일배로 돌자고 요청했는데, 결국 못했다. 당대표가 된 뒤엔 그런 일을 혼자서 결정하기가 어렵다. 당 전체를 생각하고 의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형식을 고려하다보니 이전처럼 하진 못한다. 그러나 투쟁을 이리저리 재면서 하면 늦는다. 맞다 싶으면 바로 치고 들어가야 하는 거다. 평소 당 안팎의 그런 형식이 맘에 들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투쟁의지를 꺾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쇠고기 국정조사특위가 파행을 겪고 있다.

“이럴 줄 알았다. 한나라당은 행정부가 아닌 PD수첩이나 야당을 대상으로 특위를 하겠다는 속셈이다. 국정조사의 총구를 거꾸로 동료에게 겨누고 있다. 이건 아니다. 정부는 자료도 제대로 주지 않고 한승수 국무총리는 나오지도 않는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있다. 걱정이다.”

“정책위의장 맡을 참신한 인물 찾고 있다”

- 당대표로서 지도부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지도부는 극과 극의 주문을 받고 있다. 당원들은 지도부, 특히 당대표에게 계층별 이익을 대변하면서 화끈한 투쟁을 해달라고 한다. 통일문제든, 외교관계든 입장을 딱 부러지게, 청양고추처럼 해달라고 한다. 반면에 일반대중의 경우 민주노동당이 민중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너무 앞서나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하는 사람의 희망정당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이제 민주노동당도 유연하게 국민 속으로 들어가 이해시키고 설득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좌우를 다 펼쳐놓고 가야 한다. 통 큰 행보가 필요하다.”

- 정책위의장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 조직개편도 앞두고 있다. 기준과 방향은.

“정책위의장은 광범위하게 알아보고 있다. 진보정치 실현을 위한 참신한 인물을 찾고 있다. 그러나 당장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저기 두드려 보고 있다. 이달 말까지 결정할 것이다. 조직개편을 해야 하는데, 당의 이상은 좋으나 재정이 어려워 사람이 부족하다. 중앙과 지역의 소통, 현장정서를 알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 18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대표의 역할은 무엇인가.

“숫자가 적다보니 법안발의도 힘들지만, 우리는 '소수 거대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원내의 힘만으로는 힘들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농민·서민·빈민의 힘을 원내로 들여오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다.”

- 3기 지도부는 혁신재창당의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당원들이 의기소침해 있다. 당활동에 대해 애정과 관심이 많이 떨어져 있다. 직접 행동으로 나서지 않는다. 당원들이 구체적으로 활동하면서 행복과 재미,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장과 지역당원 중심의 활동을 강화할 생각이다. 혁신재창당은 모든 것을 다 바꾸자는 것이다. 진보라는 것이 더 큰 성장과 공동의 선을 위해 버리고 크게 나아가자는 것이다. 다 버리고 고쳐 환골탈태 정신을 가져야만 한다. 이전 방식으로 비정규직·농민 투쟁을 하면 일회성에 그쳤다. 이제는 그래선 안 된다. 현장 속으로 들어가 끝까지 책임지고, 진정성을 갖고 간절함으로 다가가야 한다. 민중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 어려운 이들의 벗이 될 수 있다. 문제해결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노동자·농민·서민의 정당이 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혁신이다. 표를 얻기 위해 계산하고, 하는 척해서는 안 된다. 지지율은 이같은 운동의 결과로 나올 것이다.”

“민중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느껴야 한다”

- 제3의 교섭단체가 등장하면서 민주노동당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진 듯하다.


“낙동강 오리알 됐다.(하하) 거대여당이 되면서 정부가 입법부까지 쥐락펴락하고 있다. 야3당의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오늘(8일)도 합동의총을 했고 야3당 대표가 함께 KBS 앞을 찾아갔다. 앞으로 3당이 공조를 위해 정기적 모임도 만들기로 했다. 17대 국회보다는 야당공조 체제가 원활할 것으로 본다. 민주노동당은 청양고추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전술로서 진보대연합을 고려하고 있는가.

“그런 요청이 많다. 진보신당뿐만 아니라 진보단체를 아우르는 진보대연합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2010년 (진보진영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갑자기 지진이 나고 아수라장이 되어 자기 집을 찾아 헤맬지도 모른다. 우리 안의 세력이 커지면 여왕벌은 집에 놔두고 분봉하기도 한다.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 지난 촛불정국에서 우리는 국민들의 역동적인 위력을 체험했다. 그런 상황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진보대연합이 시대적·국민적 요구로 제기된다면, 진보정당이든 어디든 막론하고 더 큰 대의와 공동의 선을 위해 나의 것을 버리고 깨고 부수어 다시 새로운 큰 창조와 진보를 위해 나아갈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진보대연합을 소홀히 생각하지 않는다.”

- 민주노동당이 최근 들어 부쩍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양극화와 교육문제다. 양극화의 중심은 비정규직 문제다. 비정규직 문제해결 없이 양극화 해결은 안 된다. 당장 거리로 내몰리는 비정규직의 아픔과 분노·한숨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제 기륭전자를 2번이나 찾아갔다. 알리안츠 파업현장도 다녀왔다. 빨리 독일대사관을 찾아가는 등 역할을 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다. KBS사태와 국정조사 파행으로 경황이 없어 늦어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한 번 가면 어떻게든 모든 걸 털어놓고 절박성을 갖고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 민주노총과 당내 좌파세력, 여타 진보단체를 포괄하는 진보대단결을 이뤄내야 할 것 같다.

“당연히 끌어안아야 한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른다. 지금 해일이 몰려와 방파제가 터지고 도시가 휩쓸리고 있다. 저수지 둑이 터져 마을을 덮치려고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내집 앞 물길을 막겠다고 해선 안 된다. 마을을 떠나 새로운 큰 집을 마련할 때가 오고 있는데 티격태격해서야 되겠는가. 왼쪽과 오른쪽을 모두 받아안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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