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기훈 기자
증권예탁결제원(예탁결제원)이 사장 선임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조성익 전 예탁결제원 사장은 지난 4월 2010년까지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표를 냈다. 3개월 넘게 예탁결제원의 경영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노조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예탁결제원 사장에 이수화 전 씨티은행 부행장을 내정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주총을 앞두고 금융위가 먼저 내정 사실을 통보한 것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수화 전 부행장은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공모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고 탈락한 인물이다.

<매일노동뉴스>가 22일 만난 이청우(41) 증권예탁결제원노조 위원장은 "타 기관에서 흠결이 있어 탈락한 인물이 예탁결제원 사장으로 내정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도대체 공공기관 임원 선임을 위한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믿음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21일부터 여의도 증권예탁결제원 로비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22일 열릴 예정이었던 주주총회 개최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 이수화 후보를 사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후보는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공모에 지원했던 인물인데 부동산 관련 구설수 등으로 최종면접에서 탈락했다. 주택금융공사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로부터 후보자 평가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임추위 위원들이 이씨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으로 사장 후보에서 탈락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언론에서도 부동산 관련 구설수와 결격사유로 탈락한 인물이 예탁결제원 사장으로 온다고 계속 지적하고 있다.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할 때 적어도 이 후보는 배제했어야 했다."

- 이 후보의 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다른 이유는.

"예탁결제원은 전자증권제도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시장의 인프라라는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준비할 일이 많다. 그런데 이 후보는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등 제1금융권에서만 일했다. 제2금융권에 대한 전문성도 의심스럽다. 노조는 이 후보가 최고경영책임자의 경험도 없다고 본다. 전 은행 부행장이라고 하지만 씨티은행에는 수석부행장 5명이 있고 부행장만 15명이 있다. 이 후보가 예탁결제원을 맡게 되면 처음 최고경영자를 맡는 셈이다. 노조로서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 사장 선임 문제로 경영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구조조정설까지 돌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올해 2008년 2월부터 4월까지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곧 감사원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알고 있다. 준공공기관인 증권예탁결제원은 31개 공공기관과 함께 최전방에서 강도 높은 감사를 받았다.

기획재정부가 예탁결제원을 구조조정 대상기관이라고 하는데 그 실체가 무엇인지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을 생존권 문제로 인식하고 대비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증권시장의 기간구조로 증권 발행과 유통을 돕고 물류비용을 절감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예탁결제원은 국민재산인 유가증권의 대부분을 예탁받아 유가증권의 안전성과 투자자 보호를 관리하는 국민재산관리기관으로서 역할도 하고 있다. 구성원들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불안은 증권시장 인프라의 불안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일을 해보려던 경영진을 교체하고 예탁결제원의 경영공백을 장기화로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투쟁 계획은.

"이 후보가 교체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22일 열리는 주주총회 결과를 두고 본 상태에서 투쟁방향을 결정하려했지만 금융위가 이 후보를 사장 내정자로 결정한 상태에서 노조는 사장 선임을 반대할 수 밖에 없다. 주주총회가 열리는 장소도 막을 것이다. 예탁결제원은 지난해 기준 시가총액 2천조원을 관리하고 있다. 당연히 예탁결제원의 최고경영자는 도덕성과 전문성을 겸비해야 하지 않은가."

<매일노동뉴스> 2008년 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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