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현장직원노조는 태어난지 갓 1년 된 노조다. 지난해 7월1일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도로공사 현장직원들이 가입대상이다. 이 중 안전순찰업무 직원들이 절반을 차지한다. 노조는 전환된지 16일 후에 설립됐다. 공사가 안전순찰업무를 외주화하려는 시도가 발단이 됐다.

“공사가 안전순찰업무 직원 일부를 이동배치한 후 외주로 돌리려는 시도가 진행됐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자마자 외주업체로 쫓겨날 처지에 놓인 거예요. 안전순찰 업무가 외주화될 경우 직원들의 고용이 불안해 지기도 하지만, 고속도로 사고처리나 안전관리업무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죠.”

정회권(35) 현장직원노조 위원장은 “외주화 소식을 접한 후 온라인을 통해 전국에 산재돼 있는 계약직원들과 접촉했다”며 “노조를 설립했고 파업 직전까지 가는 투쟁 끝에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협약에는 자의에 의하지 않으면 외주화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노조는 지난 4월 임단협도 체결했다. 설립된지 10개월이 지난 후였다. 그렇지만 사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임단협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정 위원장은 “고용안정협약과 임단협 체결까지 공사, 정규직노조와 많은 갈등이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 공사와의 관계도 정상화됐고 얼마 전 새로 당선된 정화영 위원장과도 발전적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는 25일 취임하는 정화영 도로공사노조 위원장 역시 외주화 철회를 약속한 바 있다.

정 위원장은 내친 김에 “고속국도법과 도로법 개정을 통해 순찰원들의 법적지위를 강화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순찰활동 강화를 위해 사법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법적지위를 가져야 외주화 자체를 백지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직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경찰과의 원활한 협조로 업무 효율성도 증대시키는 1석3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하기는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릅니다.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개편 방침이 시행될 경우 구조조정 1순위가 될 수 있죠. 법에는 고속도로 관리를 도로공사 직원들만 하도록 돼 있어요. 외주화는 엄연한 위법행위입니다. 반드시 막아낼 겁니다.”

정 위원장은 “공사는 구조조정했다는 명분을 갖기 위해 안전순찰업무 외주화 카드를 거낼 수 있다”며 “몸집 줄이기에 안전순찰원이 희생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목숨 걸고 일하는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줄 경우 성과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전순찰업무는 고위험·저임금 업무라는 게 정 위원장의 얘기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고속도로에서 사망한 직원이 128명이 달한다. 지난 4월에도 한 명이 사망했다. 반면 임금은 같은 업무를 하고 있는 정규직의 65%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직률도 높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외주화 철회 외에도 소산별노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외주화된 11개 지사 150명 정도 되는 직원들을 노조에 가입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운전업무나 시설보수 등 고속도로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문호를 개방할 방침이다.

“욕심이 있다면 복지조건을 정규직 수준으로 맞추는 것입니다. 임금수준도 단계적으로 높일 겁니다. 현재 같은 업무를 정규직과 무기계약직·계약직이 혼재돼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부당한 대우를 받죠. 신분에 따라 차별받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같이 일하고 같이 살아간다는 인식이 중요합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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