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의 교육은 물질적으로 시간적으로 풍부해지고 고도화되고 있죠. 그런데 노동계에는 교육활동가가 많지 않아요. 노조간부들은 기획훈련조차 돼 있지 않습니다. 노동교육이 정체기를 맞고 있는 것이죠.”

김진순(51) 노동자교육센터 대표는 “노동운동의 내적기반 강화는 교육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노동계에서 대표적인 교육강화론자로 꼽힌다.

교육강화론은 침체된 노동교육의 현실에서 출발했다. 김 대표는 현장활동을 거쳐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에서 교육담당자로 활동했다. 지난 99년 민주노총을 그만두기 직전의 직책이 교육선전실장이었다. 교육에 대한 아쉬움을 느낀 것도 같은 시기다. 당시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에는 선전·교육·기관지편집 등 모든 업무가 중첩됐다.

5년 맞은 노동자교육센터

현실에 대한 아쉬움은 노동자교육센터 설립으로 이어졌다. 대중조직 외곽에서 교육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어보자는 구상이었다. 김 대표는 2003년 5월 노동자교육을 연구·실천하는 전문기관으로 센터를 설립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기간이다.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 센터 설립의 성과였다. 김 대표가 센터 설립과 함께 적극적으로 교육프로그램과 교재 개발에 나선 노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센터의 교육과정은 상설강좌와 전문과정으로 나뉜다. 상설강좌에서는 기본과정과 심화과정이 진행된다. 전문과정에는 역사·정치·철학·조직활동론·투쟁전술론·노동법·건강 등 7개 분야가 마련돼 있다. 체계적인 교육기반을 구축한 배경에는 내로라하는 강사진이 있다. 현재 센터 교육위원은 김 대표를 포함해 모두 22명이다. 강수돌 고려대 교수,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교육위원을 맡고 있다.

"지속적인 교육활동 강화 필요"

김 대표가 센터 설립과 함께 구상했던 지역 노동교육기관 활성화는 아직 현실화되지 못했다. 수도권 중심 교육이라는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걸림돌은 돈이다. 교육센터는 150여명의 후원회원을 두고 있다. 후원을 통해 센터 재정의 3분의 1을 충당한다. 나머지는 수강생들이 낸 강좌와 교육 참가비로 마련한다.

김 대표는 대학교를 재학하던 지난 82년 옛 구로공단에 위치한 소규모 전자업체에 위장취업한 이후 노동운동 일선에서 활동했다. 당시 학생운동권의 현장투신과 맥을 같이 한다. 노조결성 과정에서 86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그때 당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지금도 '고관절통증'을 앓고 있다. 그래도 김 대표는 낙관적이다.
 
"언제 우리가 넉넉한 살림에서 운동했던 적이 있습니까. 언젠가는 지역마다 교육센터를 설립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하나씩 만들어 가면 성과는 나타나게 돼 있습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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