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업계의 유·무선 통합흐름이 기업의 인수합병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상품의 통합이 필요하다면 사업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 기업의 합병만이 해답이 아니다." 임현재(42) 케이티프리텔노조 위원장은 지난 4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KT-KTF 합병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임 위원장은 KT-KTF의 유통망 공유, 결합상품 출시, 네트워크 효율화 등이 합병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선통신기업과 무선통신기업이 각각 자신들의 사업영역을 구축하고, 필요하다면 사업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장없는 합병, 충돌만 예상될 뿐

최근 이동통신업계에서 결합상품 경쟁이 뜨겁다. 업체들은 유선전화·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IPTV를 묶은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여기에 요금인하까지 내걸고 있다. 이런 가운데 KT-KTF의 유·무선 통신업체 합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직 통합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시기와 방법만이 남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과거 케이티프리텔노조는 두 번의 합병을 경험했다. 2001년 한솔엔닷컴과의 합병과 2003년 KTF아이컴과의 합병이다. 당시 합병은 구조조정 없이 추진됐고, 노동조건은 오히려 개선됐다. 합병 효과로 인해 가입자수도 늘어났다. 하지만 이번 합병은 과거와 다르다. 임 위원장은 "합병에 대한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지금도 KT와 KTF는 유통망 공유 등 다양한 사업적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합병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불분명하다. 불필요한 합병은 구조조정이나 두 기업 간의 충돌만 낳을 뿐이다."

노조는 지난 3월 KT-KTF의 합병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IT정책연구소에 의뢰한 상태다. 합병으로 인한 고용안정성과 통신산업 공공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기 위해서다. 노조는 오는 10일 열리는 대의원대회에서 합병으로 예상되는 여러 문제점들을 조합원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임 위원장은 합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양사 기업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접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통신사업은 변화의 속도를 빠르게 따라가야 하기에 일반 기업보다 의사결정이 빠르다. 특히 KTF는 창의와 혁신을 내세우고는 기업이기에 다른 기업문화와 차별성이 있다."

그는 현재 통신사업의 49%로 제한된 외국인 지분제한과 관련, "양사 합병으로 외국인 지분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신산업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합병 위기에도 희망은 있다

KTF에는 2천50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합병에 대한 조합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1%의 조합원들이 합병을 반대했다. 합병으로 인한 고용불안감에 따른 것이다. 임 위원장은 구조조정을 수반한 합병이 진행될 경우 KT노조와 연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특히 모든 과정이 비공개로 추진되고 있는 합병에 대해 회사측에 대토론회도 요구할 계획이다.

노조의 최대 과제는 합병에 맞서 고용과 노동조건을 지켜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합원들의 조직력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합병설로 인해 현장조합원들의 불안해하고 답답해한다. '쇼(Show)' 1천만 가입을 향해 달려가자'는 회사측의 비전도 현장에서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합병에 대한 구조조정을 막자는 데는 모두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얼마 전 KT는 정보통신(IT)자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13일 'KT그룹 IT자회사 강제전출에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대회에서 111명의 조합원이 노조에 거취를 위임하는 위임장을 제출했다. 임 위원장은 이러한 자회사 설립도 합병을 위한 몸집줄이기로 분석했다.

"회사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분사나 아웃소싱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분사도 합병에 대비한 몸집줄이기에 지나지 않는다." 임 위원장은 오랜시간 동안 KTF를 위해 일한 직원들의 정서를 감안한다면 분사와 합병은 직원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한 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정보통신부문 분사에 대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현재 노사협의를 앞두고 있다.

임 위원장은 자회사 강제전출 반대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봤고, 거기에서 희망을 발견했다고 했다. "조직의 위기를 함께 돌파하려는 조합원들의 모습에서 힘을 느꼈다. 합병이라는 큰 위기가 남았지만 하나로 단결하는 조합원들이 있어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7월 7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