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반기에 ‘성장’보다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경제성장률은 올해 4%대에 머물고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5%에 이를 것이라고 공식 인정했다. 물가안정·민생·일자리 대책에 중점을 뒀지만 성장잠재력을 높인다며 규제완화와 공기업 민영화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기획재정부 등 6개 경제부처 장관은 2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반기 경제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은 상반기 정부가 내놓았던 성장 우선 정책의 전면수정이라고 볼 만하다. 공약이던 ‘747 정책’의 좌초를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유는 국제유가 등 ‘최근 대외여건 악화’와 제도개선 지연 등 ‘정책 추진상의 제약’을 들었다. ‘촛불’과 민주노총 파업에도 책임을 돌렸다.

강만수 장관은 “불법시위나 파업은 그 자체의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국가신인도 추락과 같은 무형의 피해가 막대하다”며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투자에도 엄청난 장애요인”이라고 했다. “최근 시위가 과격 폭력화되면서 외국인투자자와 관광객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도 했다.

대책은 △물가안정 노력 강화 △민생안정 지원 강화 △일자리 창출 지속 △성장잠재력 확충 지속으로 방향을 잡았다.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최고치로 뛰어오르고 있는 시중 유동성을 관리하고 기업 인수합병(M&A) 자금대출 같은 금융회사의 대출을 묶겠다고 발표했다. 공공요금 동결과 관세인하도 방법으로 제시됐다.

민생안정책으로 지난달 이미 발표된 대중교통비 부담액 50% 환급 등 고유가 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신용회복기금을 설치해 고금리 사채를 다시 저리대출로 전환하는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1천600개의 전국 재래시장에 사용되고 있는 상품권 제도를 공동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일자리 창출책으로 금융·방송·통신·보건 분야를 포괄해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서비스산업을 선진화하기로 했다. 취약계층 고용안정 방안도 제시됐는데 지난 2006년 폐지됐던 취업지원제를 ‘청년인턴제’로 부활시켰다. 인턴 기간을 6개월로 2개월 늘렸고, 1인당 지원액도 임금의 40%에서 50%로 높였다. 고령자 고용촉진을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임금피크제 보전수당 지원제도를 상시제도로 전환했고, 노조의 동의 얻어야 지원할 수 있다는 현행 조항도 삭제한다.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법인세율을 대폭 인하하고, 지주회사 설립요건이나 금산분리 같은 금융 규제도 없앤다고 했다. 특히 불법 노사분규에 엄정하게 대처하고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관련 법개정을 추진한다고 했다. 지역 노사정협의회 운영성과를 평가해 운영지원예산과 지방교부세를 차등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관 성격이나 산업 구조를 감안해 기능을 정비하고 통폐합하거나 민영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내용으로 공기업 구조조정도 계속하기로 했다.
 
노동부 ‘고용’에 힘실리나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타를 ‘물가와 민생 안정’으로 잡으면서 노동부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일 발표된 종합대책에는 노동부와 관련된 내용이 세 페이지 분량에 달해 상반기에 간단하게 언급되고 말았던 것과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날 정책과제 가운데 노동부가 추진할 분야는 △청년·여성·고령자의 고용촉진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보험기금 지원확대 △비정규직 처우개선 △사회적 일자리 확충 △노사관계 법치화로 다양하다. 노사관계 중심이던 업무에서 고용 쪽에 힘이 실렸다는 것을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청년인턴제 신설이나 임금피크제 관련 조항, 또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추진하기는 하지만 1사1인 채용운동 활성화 TF 구성 등은 이번에 처음 발표됐다.
 

노동부 관계자 역시 “경제운용 방향이 물가안정과 서민경제에 비중을 두면서 노동부 사업이 대거 포함된 듯하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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