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연대 정책위원이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인 이원영(40) 중앙대 의대 교수는 의료보험 민영화를 교육정책에 비유했다. 이 교수는 "사교육 허용 10년만에 공교육이 초토화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리병원이 허용되고 민간보험이 활성화되면 비영리법인과 공보험을 한순간에 잡아먹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중에서도 해외환자 유치정책이 가장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의료시장을 개방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건강보험은 적게 내는 사람이 더 많은 혜택을 받고 많이 내는 사람은 좀 덜 받는 시스템”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이것을 깨겠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16일 이 교수를 만났다.

-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산업화 정책을 진단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당시 계획한 의료정책을 좀 더 구체적으로, 친시장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료산업을 시중 투자자금의 투자처로 활용할 계획인 것 같다. 보건복지가족부 공무원들이 의료정책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 시스템 영향분석조차 하지 않고 있다.”

-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계획을 구체화했다는 것은 두 정부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인가.

“김대중 정부에서는 국민건강보험 통합이나 의약분업이 이슈였다. 상당히 의미있는 정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와 달랐다. 노동계나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기업이 영리목적으로 의료활동을 하는 것을 허용했다. 대신 2조5천억원을 투입해 공공의료를 확충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물론 지켜지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오히려 제주특별자치도까지 의료사업을 확대했다. 경제자유구역에 문호를 개방했는데 자본이 들어오지 않자 더 확대하고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은 참여정부부터 시작됐다. 다른 점은 참여정부는 적어도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고 체계적으로 준비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처럼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 가장 우려되는 정책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구체화된 정책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해외환자 유치정책이다. 해외환자 10만명을 유치한다고 했는데, 그건 가능성이 없다. 태국이나 인도·말레이시아와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것이다. 우리나라 관광상품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의료관광이 활성화된 태국을 보자. 장사에 집중하다보니 의료기술이나 의료기기가 발달하지 못했다.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한다.

관광으로 뼈 빠지게 벌어서 해외에 다 주고 있다. 국부는 제로다. 국내로 돌아와보자. 이 사업에 뛰어든 자본들이 수익에 만족하지 못하면 또 다른 것을 요구할 것이다. 기업들이 손해를 보려 하겠나. 정부는 국내 환자들까지 유치·알선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급하면 모든 규제를 풀어버릴 것이다. 이번 의료법 개정은 ‘병원을 기업화하겠다는 의지’의 첫 단추다. 아마도 국내 자본이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지 않았을까. 또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영리법인의 전면 허용이다.

사실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자본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일정기간 세금을 면제해주고 있지만, 먼 거리와 건강보험 미적용 때문에 환자가 없다. 서울에 좋은 병원들이 많은데 거기까지 가겠나.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국병원들은 전국에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정부는 쇠고기 협상처럼 모든 것을 내놓을 것이다. 투자자 유치를 위해 모든 요구를 수용할 것이다.”

- 정부는 의료보험 민영화를 포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손보험상품이 활성화되고 영리법인이 허용되면 민영화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 있다.

“분명히 민영화 효과를 낼 것이다. 실손보험은 의료기관을 이용했을 때 법정급여의 나머지 부분을 보존해주는 것이다. 보험상품에 가입한 환자들은 본인부담이 적어진다. 그렇게 되면 병원에 오래있고 싶고, 많은 검사를 하고 싶어진다. 건강보험에서 불필요한 급여비가 지출되고, 건강보험재정이 악화될 것이다. 보장성이 떨어지게 되고 환자들은 민간보험을 찾는다.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은 반쪽짜리로 전락하게 된다.

의료기관과 돈 많은 민간보험가입자들은 좋겠지만, 미가입자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1만원의 건강보험료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 그래도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혜택을 보지 않겠나.

“보험가입자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 자기만 가입하면 혜택을 받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이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추후 민간보험회사들은 보험료를 엄청 올릴 것이다. 보장도 까다롭게 할 것이다. 영리법인 허용과 연계해 살펴보자. 민간보험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영리병원과 계약하고, 환자들도 그 병원을 찾을 것이다. 보험사와 계약한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 간 수익격차가 커진다. 그러면 의료진들도 돈 잘 버는 영리병원으로 모일 것이다. 사람도, 돈도 없는 농촌지역 병원들은 망할 수밖에 없다. 태국의 경우가 그렇다. 많은 의료진들이 대도시 영리법인으로 몰려 시골의료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피해는 누가 보겠나.”

- 민간보험 활성화가 영리법인 허용과 맞물려 병원도 큰 피해를 입게 된다는 말인가.

“그럴 수 있다. 병원도 영리법인을 반대해야 한다. 현재 병원들은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투자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영리법인으로 전환할 경우 투자자들은 은행금리 이상을 회수할 것이다. 은행금리로만 따져도, 100억원을 투자하면 1년에 7억원의 수익을 요구한다는 얘기다. 병원들이 적어도 10억~15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남겨야 하는데, 현재 공식적으로 이익이 5%도 안 되는 실정이다. 지금보다 수익을 1.5~2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병원들은 수익을 늘리기 위해 과잉진료를 할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그리 좋은 방안이 아니다. 일부 의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리법인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영리법인이 도입되는 순간 그동안 의사들이 갖고 있었던 직업윤리나 사회특권을 다 빼앗길 것이다.”

- 정부는 지방의료원 민영화, 국립의료원 특수법인화도 고려하고 있다.

“국립의료원은 국립암센터와 같이 기능을 특성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공공의료는 취약계층에 대한 진료 외에도 의료기술을 지원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다만 재정자립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법인화는 반대한다. 정부도 기능 독립화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정부를 믿을 수가 없다. 지방의료원과 관련해서는 국가가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확대해 민영화를 막아야 한다. 지원을 안해주니까 지자체에서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적극 나서야 한다. 지역 거점병원으로 키워 지역의료체계의 중심을 잡아가야 한다.”

- 지방의료원 거점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2차 병원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서울로 올라오지 않아도, 지방에서도 저렴하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공공의료는 수익을 갖고 얘기하면 안 된다. 전체 매출의 10%만 지원해도 지방의료원을 살릴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과 지방의료원이 양해각서를 체결해 정상화시킨다면 3차 병원에 지출되는 보험료를 상당부분 절약할 수 있다. 공단은 의료기관 정보보유와 공공의료 강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의료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한 좋은 방안이 있나.

“먼저 의료시스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전달체계를 명확히해야 한다. 1차 병원, 2차 병원, 3차 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건강보험 보장성을 늘려야 한다. 10년 동안 노력해 10%까지 올렸다. 80%까지 늘려야 한다. 보험료를 1.5배만 인상하면 가능하다. 민간보험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더 내고 보장을 확대하는 게 국민들 입장에서 훨씬 유리하다. 이를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정부는 영리법인과 민간보험 활성화를 중단하고 10~15년 정도 건강보험 보장강화와 전달체계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약제비와 진료비 거품을 제거해 건강보험공단 보험료 지출을 줄여야 한다. 의료체계를 갖추고 의료기술을 발전시키면 굳이 해외 환자를 유치하지 않아도 알아서 들어오지 않겠나. 발전된 의료시스템을 아시아국가로 수출할 수도 있다. 그게 훨씬 효과적이다.”

 
이원영 교수 주요 약력
- 건강연대 정책위원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 한국의료생협연대 정책위원
- 참여정부 중간평가 전문위원

 
 
<매일노동뉴스> 2008년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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